경관 혐오 동서 미스터리 북스 64
에드 맥베인 지음, 석인해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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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레라 형사가 나오는 87분서 시리즈. 너무 어렸을 때 읽어서 제목조차 생각나지 않았죠. 구판을 이미 읽으셨던 분은 이 책의 원제가 경관 嫌惡 던가 뭐 이런 한자로 되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한자를 읽을줄 몰라서 재미있다고는 생각했으나 제목은 까맣게 잊었던 것이 바로 이 '경관 혐오'였습니다. 다시 읽으며 든 생각은 최근 우리가 재미있게 보고 있는 구미의 경찰 드라마들이 이 87분서 시리즈의 신세를 고스란히 지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캘레라의 시행착오는 마치 'Law & Order' 드라마 한 편의 궤적을 쫓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이미 해문판으로 나와 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벌써 주문을 넣은 뒤라서 아차, 싶었으나 (해문판이 어쨌든 값싸니까... 책 상태를 따지지 않는다면) 다행히 권말에 수록된 '한밤의 공허한 시간'이란 중편이 손해 본 듯한 느낌을 해결해 줬습니다. 이 중편은 우리가 이미 캐릭터에 익숙해진 것을 가정하고 있기 때문에 좀더 추리소설 같고 더 재미있습니다. 크리스티의 '친구(Companion)'를 연상케 하는 트릭이지만 알아내기는 쉽지 않더군요. 어디서 본 것 같은 트릭의 단순함을 커버해 주고,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정글과 같은 도시라는 점이 눈길을 끕니다. 모래사장에서 조개껍질 하나를 찾는 것 같은 수사의 암담함이나,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힘든 업무에서, 가정 내부 문제에서 겪는 갈등을 묘사하는 것이 주가 된다는 것도 특징적이죠.

87분서의 다른 시리즈도 계속 나와주길 바라면서, 미국 경찰 소설의 원조를 읽어보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립니다. 추억 속의 책이라 별점을 객관적으로 주지는 않았다는 것을 밝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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