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 동서 미스터리 북스 18
딕 프랜시스 지음, 김병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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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경마/조련 업계로 무대를 살짝 바꾼 스파이 소설이다. 파악할 수 없는 방법으로 의외의 말이 우승하는 일이 잦아지자 영국의 한 경마 관계자는 호주에서 말 농장을 경영하던 주인공에게 거액의 보수를 댓가로, 마부로 변장하여 흑막을 캐기를 요청한다. 이 책의 묘미는 독특한 주인공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끌어감으로써 얻어지는 첩보극의 긴장감이다. 거칠고 고독하나 결코 천박하지 않은 캐릭터가 밑바닥에 던져진 상황은 하드보일드 소설의 그것과 비슷한 감이 있지만, 어느쪽에 더 가깝냐고 한다면 스파이 소설을 고를 것 같다.

주인공인 대니얼 로크는 007 캐릭터를 닮아 있다. 배짱 좋고, 임기응변에 능하며, 누추한 마부로 가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에게 인기가 좋다. 그러나 상류층을 주로 상대하고, 항상 엘레강트한 인상에 자기 행위에 대한 일말의 의심도 없어 보이는 007과 달리, 로크는 (아마추어답게) 자신이 결코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인간 쓰레기 노릇을 하면서 이런저런 행동을 자책하고, 얼른 이 일을 끝냈으면 좋겠다고 되뇌이는 인간형이라 더욱 인간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옥의 티는 나오는 여자들이 '아무런 이유없이' 다들 로크를 좋아한다는 것...

아무 생각없이 집었다가 추석을 매우 즐겁게 보냈다. 색다른 스파이 소설을 읽고 싶은 분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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