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세계
마틴 피도 지음, 백영미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DVD의 supplement같은 필수자료가 아니다. 왜? 본편과 같이 끼워 팔지 않기 때문에. ^^ 굳이 정의하자면 일종의 평전이나 연구 논문에 가까운데, 저자에 의해 지어지지 않은 이런 문서를 읽는 이유라면 1) 홈즈의 왕팬이라 홈즈란 이름 비슷한 게 붙어 있으면 모두 읽고 싶어서, 2) 다른 팬, 혹은 좀더 진지한 '연구자'들의 감상을 듣기 위해, 3) 시리즈에서 내가 모르는 사실이나 외전을 찾기 위해, 등등이 있을 것이다. 이 하드커버 양장판은 적어도 1,2번의 목적으로는 훌륭하다. 허나 내용상 재미로 읽을 책으로 생각되진 않는다.

소설적 재미를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이것보다는 베어링 굴드가 쓴 홈즈 전기가 더 웃기고 재미있을 것이다. 허나 굴드보다 자료의 방대함에서는 좀 많이 떨어지지만, 정서적으로 훨씬 온건하고 안정된 서술을 밀고 나간다. '진정한 홈즈의 팬이라면 '도일이 원고 마감을 맞추느라 자기가 써놓은 작품을 들춰보지도 않은 관계로 실수한 거잖아'라고 말해선 안된다.'와 같은 표현으로 시리즈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그걸 결코 굴드와 같은 오버(이를 테면 일레인 아들러의 남편이 실은 폭력남편이었다든가..)로 윤색시키지 않는 것이다.

책 내용을 보면 전반부는 작가 자신이 '셜로키언 놀이'라고 칭한 행위 자체에 해당된다. 홈즈,왓슨의 생애를 실제 인물인 양 기술하면서 도일의 오류들이 어쩔수 없이 열거되는데, 여기까지는 그저 평범한 독자들이 쉽게 생각할 수 있었던 것들로 채워져 있어서 별로 놀랍지는 않다. (이를 테면 4인의 서명에서의 날짜 오류 같은 것)

그런 trivia보다 책의 가치를 높이는 부분은 중반을 차지하는 도일의 생애. 셜록 홈즈/왓슨 박사의 캐릭터가 작가와 주변 인물들의 생애와 비교되면서 이 유니크한 인물들의 탄생 배경이 그럴듯하게 설명된다. 이 부분은 확실히 인터넷 같은 오픈 소스를 뒤져서는 얻을 수 없는 사진과 사실들이 매우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투자한 금액이 아깝지 않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추리 문학 황금기 전반에 대한 홈즈 시리즈의 영향과 파생 산업 - 소설, 연극, 라디오, 영화, TV, 기념품, 관광 산업을 정리한 것도 Good. 이 부분은 홈즈 현상을 간략히 둘러보는 관광 가이드에 가깝다. 인터넷에서만 보던 BSI나 '런던 셜록 홈즈 협회'같은 클럽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기뻐하다.

내용을 떠나 겉모양을 얘기하면 옥의 티가 있다. 오리지널 영문판의 베이커 가(街), 권총과 소설 표지, 제레미 브렛이 모델로 등장하는 겉표지 대신, 검은 바탕에 피터 쿠싱이 슬그머니 표지 모델을 차지했는데 브렛 주연의 TV시리즈의 팬으로서 슬쩍 실망 ^^;; 아마도 편집부는 원본 표지의 80년대풍 느낌이 21세기에는 좀 촌스러워 보인다고 생각했나 보다. 다행히 그는 속표지에서 단짝 친구랑 함께 가장 선명한 전면 사진을 장식했다. 이 최근의 TV 각색에 대해 저자는 간략하면서도 가능한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냥 원래 표지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이런 종류의 기획물은 그 매니악함 탓에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는 것이며, 절판되기도 매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소설을 읽으며 정립한 환상을 깨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최악일 수도 있겠지만, 매니아가 되고 싶거나 홈즈를 소설을 비롯한 이런저런 매체로 만나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괜찮은 입문서가 되리라. 글쓰는 본인이 매니아이므로 별5개에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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