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hele 2003-08-28  

[주인장] 비닐 입히는 취미
초중고 시절에 교과서를 받으면 정성껏 비닐옷을 입히는데 하루 저녁을 소비하곤 했습니다. 원래는 책 싸는 비닐이라고 보통 비닐의 1/2정도에 투명도도 높은 걸 써야 하는데, 당연히 그런 건 비싸니까 그냥 싼거 대충 끊어다가 썼었죠. 중학교 땐가 누군가가 색종이로 책을 싸는 걸 보고 이뻐서 그냥 따라했다가 한 달도 못가 포장이 벗겨지면서 다시 비닐로 돌아갔는데, 그 학기에 강자가 나타나더군요. 색지 + 최고급(?) 비닐 포장 -_-;; 지금 와선 왜 그런게 부러웠울까 싶은데... 대학 와서 하드커버, 페이퍼백이 등장하면서 포장의 취미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다 보지도 않고 학기를 끝내는 책들도 생기고, 사놓고 안 읽은 책도 늘어가면서 자주 손대는 책들에 묻어가는 손때가 오히려 자랑스러워지기도...

오늘 미국출장 갔던 선배에게 부탁했던 Lord Darcy 전집을 받았다가 그 오래된 취미를 처음으로 기억해 냈습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미국판 페이퍼백은 가격은 거의 1/3 수준이지만 한 두번쯤 펴보고 나면 겉표지 끝이 벌써 닳기 시작합니다. 가운데가 찢어지는 건 시간문제구요 ^^;; 오래오래 읽을 예감이 벌써부터 들기 때문에, 다시한번 그 시대에 뒤떨어진 취미에 손대볼까 생각중입니다.
 
 
Fithele 2003-09-01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니 예전에 미국 출장 갔을 때 기억이 납니다. 지하철에서 심심해서 반스 앤 노블에서 구입한 the Language Instinct 원서를 줄창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제가 네이티브인줄 알고 자꾸 길이나 정거장을 묻더군요. -_- 읽는 건 주입식 교육 탓에 쬐끔 되지만 회화는 그때나 지금이나 영 젬병이기에 책을 A4로 포장할 수밖에 없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