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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없는 삶을 위한 10가지 제안
캐롤 자코우스키 지음, 안진환 옮김 / 해바라기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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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캐롤 수녀님은 자신을 무척 사랑하는 분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있고 활력있는 삶을 지향하고 살아왔으며, 약간의 통찰력과 깊이가 있다는 소리도 듣고, 늘 도피처를 찾아 헤메고, 매일 글을 쓰고, 수행자들을 부러워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을 늘 가까이 하고 싶어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자신을 아끼고, 배짱있게 살아가고....

그러나 마지막 강의 시간에 '고릴라 전신탈을 뒤집어쓰고 강의를 마치는 것은 오랫동안 꿈꾸어 오던 순간'이었고 그것을 실제로 '해보았다'라는 지점에서는 그녀의 경지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추가된 7계명은 그런 경지에서 나온 것이겠지. 사실 나는 그녀의 십계명 보다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만들었다는 '추가된 7계명'이 더 가슴에 다가온다.

1.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 것.
2. 나눠 가질 것.
3. 때리거나 상처 주지 말 것.
4. 정말 재미있게 지낼 것
5. 언제나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할 것.
6. 용서하고 잊어버리며 살 것.
7. 그냥 내버려 둘 것.

하나하나가 과욕과 지나친 심각함이 늘 문제인 나에게는 큰 가르침이 되는 말이다.

뭐든 너무 지나치게 열심히 해서 오히려 모든 일이 쉽지 않고, 하면서 스트레스 많이 받고, 건강해치고, 잘 나누어 주지 못해 마음이 늘 저울질이고, 열심히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지나친 욕심을 부려 아이들을 때리고 상처주고, 매사에 지나치게 심각하고 복잡하게 생각해 웃음이 적고, 언제나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 같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양심을 거스른 적이 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작은 실수조차 용서하지 못하고 늘 가슴에 품고 살고 어떤 일이나, 어떤 사람이나 그냥 내버려두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내 맘대로, 내 계획대로 하고자 하고.....

책상에 붙여두고 늘 가슴에 새길 일이다.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고, 나눠가지며, 때리거나 상처주지말고, 쉽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웃으며 살고, 언제나 양심이 시키는 대로 하고, 용서하고 잊어버리며, 그냥 내버려두자.

좀 못하면 어떠랴. 좀 늦으면 어떠랴. 용서하자. 제발 좀 그냥 내버려두자. 이제 날 좀 허용하는, 여백이 있는, 진실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가끔씩 고릴라 탈도 써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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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류시화 지음 / 김영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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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류시화가 좋다. 그의 여행이 좋고, 그의 눈길이 좋다. 망고 열매처럼 태양 빛에 익어가고자 하는 정열이 좋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망고 열매처럼 뜨겁게 익어가며, 황금 빛 시절을 살고 싶다. 그러나 수많은 번역서를 내는 쉼 없고, 고통에 찬 여행을 마다치 않고,,,, 그 사이 사이 자신의 이야기도 무르익어 갔음을 또한 나는 부러워한다. 그렇게 무르익어 가리라. 그리하여 지구별 여행자와 어느 순간 어느 자리에서 기쁨의 악수를 나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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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할머니는 마귀 할멈 시공주니어 문고 1단계 10
제임스 하우 글, 멜리사 스위트 그림, 김영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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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저녁마다 큰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다. 직장에 다니다 보니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안타까와 생각 끝에 마음 먹은 것이다. 책을 함께 읽다 보면 이런 저런 얘기를하게 되고 공통의 화제도 되어 이제는 서로에게 아주 귀중한 일과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쉽지 만은 않다. 큰 애 밑으로 쌍둥이가 있는 데, 내가 큰 애와 같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대신 쌍둥이와 씨름하는 어머니가 늘 마음에 걸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큰 애와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놓치고 싶지도 않으니 입은 책을 읽고 있어도 마음은 가시 방석이다.

특히 어머니와의 관계가 불편한 때면 책 읽는 일이 더욱 쉽지가 않다. 어린이 날이었다. 그 날 따라 어머니가 강남쪽에 결혼식이 있다고 애들 아빠에게 차로 태워다 달라고 부탁하시는 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어린이 날인지라 우리는 이미 언니네랑 놀러 가기로 약속이 되 있었다. 어쨌거나 아침을 차려먹고 나는 머리가 아파 잠시 누워있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어머니는 그걸 내가 토라져서 그런 걸로 오해하신거다. 사실 지하철 타고 다녀오시면 되지 이런 날 꼭 모셔다 드려야 하는 건가 하는 원망도 없진 않았다. 물론 웃는 얼굴로 걱정 말라며 어머니는 서둘러 떠나셨고, 나도 극구 만류는 했지만 서로에게 마음의 부담만은 부인할 수가 없었다.

어머니는 결혼식에 다녀 오신 후로 안색이 편치 않아 보였다. 친구들이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에 며느리 살이 하는 데 뭐가 그리 좋을라고 말했다며 한 말씀 하시는데,내 좁은 마음이 홱 틀어진다. 반발심과 자유를 향한 열망이 뒤섞여 며칠 간 끙끙거렸다. 그러기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며칠 간 냉랭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러다가 만난 것이 이 책 <옆집 할머니는 마귀 할멈>이다. 자기 집 정원에 실수로 넘어온 공을 돌려주기는커녕, 다시 또 그러면 경찰에 신고 하겠다고 아이들에게 빗자루를 휘둘러대는 심술쟁이 옆집 할머니에게 아이들은 복수를 하기로 한다. '복귄에 당첨되었다고 거짓 전화를 해서 놀려주자,'모건 할머니는 마귀 할멈'이라고 포스터를 써 붙이자' 등등.아이들이 온갖 복수 방법을 얘기 하는 대목에서 우리 애는 키득키득 우스워 어쩔 줄 모른다. 어쨌거나 아이들은 모건 할머니 집 우체통에 끈끈이 풀을 묻혀 놓기로 작전을 세우고 핑키가 대표로 그 집에 몰래 기어들어간다. 집 안을 탐색하다 핑키는 모건 할머니가 컴컴한 방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기분이 이상해진 핑키는 끈끈이 풀을 묻혀 놓지 못한 채 그냥 집으로 돌아온다.

그 날 저녁 핑키는 아빠와 함께 쿠키를 만들다 할머니가 남편을 일찍 잃고 아이도 없이 혼자 살다 보니 아마 사랑하는 방법을 잊어버려 그럴 거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핑키는 다음 날 새로운 복수 방법을 생각했다며, 아이들을 끌고 모건 할머니의 집으로 가 당당하게 초인종을 누른다. 경찰에 신고 하겠다고 노발대발하며 나온 할머니에게, 핑키는 불쑥 쿠키를 내민다.할머니는 얼떨결에 쿠키를 받아 들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그냥 집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다음 날 아이들이 그 집에 넘어간 공을 주우러 갔을 때 아무도 소리를 지르지 않았고, 핑키는 사랑의 쿠키를 또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난 문득 '아, 나도 어머니께 뭔가 쿠키 같은 선물을 해드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였다. 어머니가 빼곡히 방을 들여다 보시더니 불쑥 까만 비닐 봉지를 내미신다, 마치 핑키처럼. '입어 봐라.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하나 샀다.'하시는 거다. 순간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내가 아니라 어머니인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얼떨결에 봉지를 받아든 나는 마치 모건 할머니가 된 것처럼 고맙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그렇다. 이번에도 어머니는 언제나 그렇듯 사랑과 용서의 쿠키를 먼저 만드신 게다. 아! 문득 눈을 반짝이며 나를 빤히 바라보는 아이를 나는 벌게진 얼굴로 바라본다.함께 책읽기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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