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와 정의의 조건] 서평단 알림
정의와 정의의 조건 問 라이브러리 1
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정의(正義). 대학 때부터 나를 사로잡았던 단어 중 하나다. 사람은 정의로워야 된다는 말 한마디가 마음에 박힌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제목부터 끌렸다.

궁금했다. 사실 김우창이란 분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지만, 우리 사회의 손꼽히는 지성 중 하나라는 그가 '정의'와 '정의의 조건'을 어떻게 정의(定意)했을지, 또 할 수 있는지 말이다. 그리고 그것이 내가 그저 막연히 생각하고 또 느껴왔던 정의나, 법의 3요소로서의 정의 혹은 동양철학이 말하는 선(善)이라던가 하는 개념과의 차이도 알고 싶었다.

책은 예쁜 표지와 깔끔한 디자인 그리고 작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나의 지적능력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글을 읽어나가는 속도보다 이해의 속도가 느린 책은, 그것도 상당한 시간차를 내는 책은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만만한 녀석은 아니었다. 뭐 원하는 답을 얻는 길은 어려운 법이다.

또한 이 책의 글들은,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엄밀한 논증과정을 통해 자신의 견해를 펴나가는 글이다. 물론 가끔씩 내가 동의하기 어려운 전제를 깔고 들어가기도 하지만, (예를 들어, 한국의 경우에 전통시대로부터의 도덕적 유산에 중요하지 않았던 것은 정직성과 공평성의, 개인적이면서도 사회적인 덕성이었다. pp.30-31) 그러한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는 것 역시 제법 괴로우면서도 상당히 흥미로운 지적 체험이었다.

이 책은 확실히 내가 그동안 궁금해해왔던 많은 것들, 예컨대 정의와 시장, 정의와 법, 정의와 사랑, 이념과 유연성, 정의와 힘에 대하여 나름의 논리로 풀어가고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글을 별로 안좋아하면서도 저자의 글솜씨에 반해버릴 지경이라고나 할까.

그렇다면 나는 내가 원하는 답을 얻었는가? '정의'는 무엇인지?

적어도 읽기 전보다 나름대로 구체화되긴 한 것 같다. 그저 당위라던가 단순한 실천적 의미로서의 정의를 벗어나 희미하게나마 손에 잡힐만한 개념의 정립이랄까. 하지만, 저자가 처음에 밝히고 있듯이 문제의 답은 다시 문제가 되는 것 같다. 결국은 어느 선에서는 '이거로 하자'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알면서도 모르겠는 그런 기분. 한 편의 정교한 도덕책을 읽은 것 같기도 하다.

세상은 여전히 정의를 필요로 하고, 정의를 요구하지만, 세상에는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주변에서 '정의'를 입에 담는 사람조차 만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은 정의로워야 한다고 믿고 또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정의가 무엇인지는 아직도 계속해서 다듬어가야 하는 문제인 듯 하다. 내면과 외면이 일치되는 경지는 아직 요원하다.

적어도 비슷한 고민을 해보았던 누군가와 함께 차근차근 의미를 곱씹어가며, 논증을 뒤쫓아가면 다시 읽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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