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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앤 존 Martin & Jhon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슬픔이 많아 발톱이 빨리 자란다는 그녀. 정성스레 깎은 발톱을 모아 하늘빛 유리병에 담고, 슬픔이란 향이 한 방울도 새어나오지 않게 꼭꼭 봉합해 둔다. 그래서였나 보다. 그녀가 유리병 속에 비밀을 간직한 이후, 절대 우는 법이 없었던 이유가.
슬픔이 병 속에 차고 또 차서 더이상 담을 수 없을 만큼 꽉차 버릴 때, 슬픔은 수증기가 되어 눈물처럼 짭쪼롬한 비가 되어 내린다. 그렇게 하여 생성된 슬픔의 에센스는, 시시각각 가슴을 먹먹하게 할 만큼 가공할 만한 힘을 가진, 사랑이란 바이러스에 내성을 갖게 한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상처 받지 않고..
아무나 사랑하고....
아무나에게 상처 받고.....
서글픈 내 사랑의 연립 방정식.
잘 못 떼어내면 곪아버리고...
그냥 방치해 두면 감각이 무디어지는...
굳은 살 같은 내 사랑이여.
얼마나 더 아픔을 키워야
이 코발트 빛 병을 다 채울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