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19
사라 스튜어트 지음, 데이비드 스몰 그림, 지혜연 옮김 / 시공주니어 / 199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그림책 한 권은 볼 때마다 여러 생각을 갖게 하는 책이다. 처음에 나는 이 책의 간단한 이야기 구조에 별 흥미를 못 가졌는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의외로 이 책을 아주 좋아하는 바람에 나도 점점 좋아하게 되었다.

  앨리자배스는 아주 어릴 적부터 책하고만 노는 아이다. 언제나 책과 함께하는 그녀는 모든 일상이 언제나 책과 함께이다.걸으면서,청소하면서,잠자면서도.책을 구입하는 것이 유일한 쇼핑이었던 그녀의 집엔 세월이 지날 수록 책들이 쌓여간다. 결국, 더 이상 책을 살 수 없을 만큼 책이 집 한 채를 다 차지해 버렸을 때 그녀는 과감히 자신의 집을 몽땅 지역 도서관으로 기증한다.자신은 친구 집으로 옮겨가서 살면서.

  내 어릴 적 책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단지 책 욕심이 엄청 많았기에 책을 파는 사람이 동네에 떴다하면 엄마에게 달려가 떼를 썼다.그 결과로 거실 한 면의 책장엔 세계명작으로 꽉 채워 졌었다.그런데 그 책들에 얽힌 추억은 별로 떠오르는 게 없다.작은 아씨들,소공자,소공녀,로빈스 크루스 정도를 아주 재밌게 읽었다는 기억 뿐이다.그러다보니 결혼 전 친정에서 몇 차례 이사를 하면서 엄마가 그 책을 다 버렸을 때도 별 미련이 없었다.

  그후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은 22살 때 제발로 어렵게 찾아 갔던 민간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으로 뽑힌 대구 '새벗도서관'. 그 당시엔 20평 채 안되는 2층 다락방)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곳에서 사서 도우미를 하고,독서모임을 하면서.또 남편을 만나면서.

  대학을 가면서 20대 초반에 접한 사회과학이론서는 80년대의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나에게 세상보는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그리고 새벗 도서관에서 본 많은 소설들은 인간을 중심에 둔 사상의 집을 짓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그 이후엔 여성학 관련 서적들을 닥치는대로 읽었고,그 다음은 동화관련서적, 교육관련, 지금은 또 다시 평화관련 책들이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나의 책읽기는 실천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고, 나를 비롯한 인간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찾아나서는 공간이기도 하다.그래서인지 자기안에서만 갇혀있는 지식엔 별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세상 속으로 끊임없이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은 나에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혼자만의 지적탐구에 빠져 그냥 자기만족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한 주인공이 자신의 모든 것을 세상에 내 놓았을 때 그것은 새로운 전환이었다. 그처럼 사랑한 책들을 내 놓는다는 건 엄청난 각오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또 그건 돈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참 지식을 사랑한 그녀였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들에게 말해 보았다."산하야, 우리도 책 많이 모이면 도서관으로 만들까?"그러자 아들은 절대 안된다고 한다.자기 책이라면서.그러더니 나중엔 19살이 되면 그렇게 하라고 한다. 왜 19인지는 모른다. 그냥 나온 말인 듯.

  아무렴 어떠랴 단지 우리들의 책읽기가 자신만의 지적 욕구로 그치지 말았으면 생각할 따름이다.그래서 진정 말하고자 하고픈 것은 '도서 기증'을 하자는게 아니라 세상 속으로 열린 책읽기를 말하고 싶다. 사람 속으로 걸어나가는 책읽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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