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유진과 유진 ㅣ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기존 성폭력을 다룬 책들을 보고 나면 맘이 아파오거나, 그 무거움에 짓눌릴 때가 많다. 특히 그것이 그림책의 형식으로 되었던 '슬픈 란돌린'의 경우엔 다시 보기가 참 힘겨웠었다. 그런데 이번에 청소년 특히 고등학생용으로 적극 추천된 '유진과 유진'은, '성폭력'의 문제를 그리 무겁지 않은 방식으로 식상하지 않게 다루고 있다. 또 이야기로서의 재미를 잔뜩 갖추었다.

  어릴 적 어린이 집 원장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같은 이름의 두 여자아이. 그 두 여자아이의 동일한 경험이 주변환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치유과정 역시 다르게 이루어지는 걸 보여준다.

  부모가 감당할 수 없음으로해서 가족들 모두에게 잊혀진 기억처럼 무겁게 침묵하고 말았던 작은 유진의 일상과 드러내 놓고 치유하기를 거부하지 않았던 큰 유진의 일상이 함께 만난다, 그리고 두 아이의 기억이 되살아 나고, 상처가 되살아나고, 치유할 힘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결국, 이 책은 어린이 성폭력의 문제를 주변인들이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하는 가에 따라 피해당사자의 상처는 달라질 수 있음을, 즉 어른들의, 사회의 책임을 일깨우고자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에게 먼저 권해야 할 책이다.

   여자 아이들이 '이금이'씨의 동화를 많이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은 그의 글이 여자아이들의 감성을 많이 자극하기도 하며, 섬세하며 따뜻한 시선이 이야기 구석구석 담겨있기 ‹š문이다. 또 그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처한 환경에 천착하여 구체적인 일상을 예리하게 접근하기로 유명하다.

   몇 년 전 '너도 하늘말나리아'를 통해 한부모 가족의 이야기를 10대 성장기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펼쳐 나갔었는데, 이번엔 '유진과 유진'을 통해 '성폭력'의 문제를 다룬 것이다. 1318 소설로 나아가는 그의 움직임이 기대된다. 그리고 그가 다루는 일상의 주제들에 담긴 여성주의적 시각 역시 나에겐 큰 관심거리이다.

   너무나 재미있어 혼자만 읽고 싶었다는 아이,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읽어나갔다는 아이, 이금이 소설은 무조건 읽기로 했다는 아이까지 책을 읽은 아이들의 반응은 다채로웠다. 그런데 다소 아쉬운 것은 여자 아이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책으로 남는가 하면, 남자 아이들에겐 그냥 그런 책의 한 종류였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쩌라, 절대 직접 간접적으로도 자기 경험으로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