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첫 달은 산후조리하느라 정신없이 지나가고,온전히 혼자 아기를 돌보면서부터 고민이 함께 시작됐다.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VS '현명한 부모는 자신의 행복을 먼저 선택한다' 라고나 할까... (둘 다 책 제목이지만, 전업주부 혹은 워킹맘 한 편을 드는 책들은 아니다.)
 

초보 엄마가 아기 보기는 정말 너무 힘들고, 머리로는 일하는 멋진 엄마가 되어보자 하면서도, 마음은 마냥 아기와 함께 있고만 싶다.  


생후 3년이 젤 중요하다지, 애착이나 분리불안이니 말도 많구요,  
휴직을 해볼까, 아예 사표를 던질까,
아이 크는거 금방이라는데, 나중에 우울증 걸림 어떡하니, 나는 아기 돌볼 줄도 모르잖아,
그래도 애는 엄마 손에서 커야, 
딸은 엄마를 보고 자란다는데, 좀만 크면 일하는 엄마를 더 좋아한다던가,
초등학교 들어가서가 더 엄마가 필요하단다,
신랑 혼자 벌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

 
고민도, 걱정도 끝이 없고 어차피 정답도 없는 문제지만... 가장 걱정되는 건 물론 아이의 정서.
엄마가 키워라, 맡겨도 잘 큰다, 육아서를 아무리 파고 들어도 잘 모르겠다.
엄마가 없는 시간을 아이가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지...
 
그런 와중에 아기를 안고 '섬집아기'를 흥얼거리자니 조금 서글퍼지기도 하고..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노래에
팔베고 스르르 잠이 듭니다
 
이 엄마는 참 무정하기도 하지..
근데, 이 노래 2절도 있다.
 
아기는 잠을 곤히 자고 있지만
갈매기 울음소리 맘이 설레어
다못찬 굴바구니 머리에 이고
엄마는 모랫길을 달려 옵니다
 
한껏 슬퍼지던 마음이 달래어지는 느낌이다.
 
 
 
이태준의 시에 김동성 작가가 그림을 그린 <엄마 마중>은 '섬집 아기'와 똑닮은 감성을 가진 그림책이다.

   
 

추워서 코가 새빨간 아가가 아장 아장 전차 정류장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그리고 '낑'하고 안전 지대에 올라섰습니다.  
이내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차장은 '땡땡'하면서 지나갔습니다.



또 전차가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너희 엄마를 내가 아니?" 하고 이 차장도 '땡땡'하면서 지나갔습니다.  
그 다음 전차가 또 왔습니다. 아가는 또 갸웃하고 차장더러 물었습니다.  
"우리 엄마 안 와요?"  
"오! 엄마를 기다리는 아가구나." 하고 이번 차장은 내려와서,  
"다칠라. 너희 엄마 오시도록 한 군데만 가만히 섰거라, 응?" 하고 갔습니다.
 


아가는 바람이 불어도 꼼짝 안 하고,  
전차가 와도 다시는 묻지도 않고,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같은 듯 다른 장면이 반복되고,
전차는 계속 지나가고,
아가는 '코만 새빨개서, 가만히 서' 있는데,
눈까지 내리니 나도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러다 마지막 그림에 숨어 있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마을의 골목길을
엄마와 손잡고 오르는 아가를 발견하게 되면 마음이 설레어온다.

 



p.s. 출산휴가 끝나고 복귀했더니 한창 떠오르는 신간이 또 <아빠는 나쁜 녀석이야>. 평일엔 아침 일찍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해서 놀아주지도 않고, 주말엔 같이 나들이 가고 싶었는데 잠만 쿨쿨 자는 아빠는 '나쁜 녀석'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빠가 이상하다. 집에서 컴퓨터만 보고 있고, 가끔 꼭 껴안고서는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빠. 아빠가 다시 '나쁜 녀석'이 되었으면 좋겠단다.  아휴~ 이래저래 눈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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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09-08-21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딸 어릴때 이책을 샀다가 읽어주지 않았습니다.
엄마를 기다리는 우리딸이 더 맘이 아플까봐...
이 동화책은 아이에게 읽어줄 책이 아니고, 어른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 같습니다.

육아요... 어떤 정답도 없습니다.
각자의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전업주부는 전업주부 나름대로, 일하는 엄마는 일하는 엄마 나름대로....
그리고 그 여백은 당연히 아이 스스로 채워나갑니다. 아이에게 믿음을 주는것도 중요한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서 열심히, 그리고 당차게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시길 빕니다.
지칠 틈도 없는 엄마 역할이 때로 부담스러우실땐 잠깐씩이라도 쉬어주시면서요~
꼬맹이의 웃음을 보면 또 살맛이 나실겁니다...
(제가 너무 많이 진도를 나갔나요?ㅋㅋ)

유아.좋은부모MD 2009-08-24 09:10   좋아요 0 | URL
우와~ 따님이 정말 이뻐요~ 직장과 가정 둘 다 멋지게 꾸리고 계신 진이님의 좋은 말씀 들으니 더 힘이 납니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니 걱정 말라고들 하던데 정말 맞는 것 같아요. 막상 출근하고 나니 오히려 고민은 없어지네요^^ 즐거운 하루의 시작, 감사합니다^^!!!!

2009-08-26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31 0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월의바람 2009-08-28 06: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되셨군요. 축하드려요. 엄마로서의 역할도, 일도 잘 하실거예요.슈퍼우먼이 되실거예요. 따뜻한 마음을 가지셨잖아요.

유아.좋은부모MD 2009-08-31 09:12   좋아요 0 | URL
격려 감사드립니다 ^^ 열심히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