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목소리가 들려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2월
구판절판


"동물은 죄가 없다. 아니, 죄를 지을 수 조차 없지. 죄를 짓고 고통을 느끼고 용서를 구하는, 그래서 구원에 이르는 게 바로 인간이다."
"죄, 잘못, 인간, 동물.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을 구분하는 게 바로 인간이에요. 그러니까 잘난 척을 하는 거예요. 내가 인간이다. 내가 제일 위에 있다. 나는 죄를 안다. 동물은 모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동물은 죽여도 된다. 이런 식이에요." -72쪽

"동물원에 있는 호랑이를 볼 때하고 비슷한 것 같아. 우리는 서로의 눈을 들여다보지. 그리고 아주 잠깐 동안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해. 그렇지만 호랑이가 몸을 돌려 사라지면 그런 일은 아예 일어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잖아. 너, 어떤 애 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까 잠깐 그런 기분이 들었어."-83쪽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나무를 베기 전에 나뭬게 용서를 구했대. 그들은 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 알았던 거야. 나무에게 용서를 구함으로써 그들은 나무의 부재를 받아들일 수 있게 돼. 평생 보던 나무를 베어 없앤다는 것은 자기 마음의 일부를 잘라버리는 것과 같아. 그들에겐 화폐가 없었어. 사물과 그들은 직접적으로 맺어져 있었어.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의식이 너의 참인식을 가로막았고 그 때문에 너는 큐브를 느낄 수 없었을 거야."-138쪽

"코끼리를 어릴 때부터 줄에 묶어놓고 키우면 나중에 커서 힘이 생긴 뒤에도 줄만 묶어놓으면 꼼짝을 못 한다는 거야. 자기한테 그런 힘이 있는 줄 모른다는 거지."-147쪽

용기, 그것은 죽음의 가능성을 일소에 부치는 허세에서 온다. -1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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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중고등학교 시절, 역사는 뭔가 답답했다.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를 지나 문자를 남기는 역사시대에 이르고, 고대, 중세, 근세, 근대로 줄줄이 소시지를 잇는 듯한 똑같은 모양의 역사들. 한국사를 고등학생 수준으로 배우면서, 그런 같은 모양의 시대 구분이 어떠한 역사적 사관에 의해서 라는 것과 역사를 읽는 이의 눈에 따라 이런 구분은 무의미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차피 역사학자들이 연구를 위해 그어놓은 선이라면.

 

 

 책따세의 이천 몇년도 추천도서 목록으로 만난 이 책은 제목처럼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가지 힘'을 주제로 알기 쉽게 설명 된 책이다.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처럼 보이던 '역사의 시대구분'을 벗어나서 저자가 세계사의 흐름에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다섯가지 주제만 골랐다. 욕망, 모더니즘, 제국주의, 몬스터, 종교. 쉽게 쉽게 읽히고 개념위주의 차근한 설명이 많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학창시절 배운 개념들이지만 잊었던 사실들, 예를 들면 모더니즘 이라는 사조가 나타난 이유,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기본적인 개념 등등을 깨알같이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개념을 정말 쉽게 설명 한다는 점 인것 같다.

 

 

 특히 자본주의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에 기초한 자연적인 제도 라는 점, 사회주의는 이에 반동해 인간의 생각으로 모든 조건들을 일일이 제한한 마치 온실같은 제도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이 두 사상의 다툼이 '자연 발생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투쟁이었다는 해석 자체도 나에겐 새로운 관점이었다. 그저 자본주의는 현재 진행중이나 문제가 많고, 사회주의는 실패한 제도라는 단순한 지식이 전부 였기 때문에 더 새로웠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세계사에 대한 '외워야 할 지식'조차 없던 내게 이 책은 견고해 보이던 세계사의 문을 열어준 책이다. 막연하게 떠오르는 '카노사의 굴욕'이나 '중세의 암흑기' 같은 단어들이 사실은 어떤 연결 고리를 물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사실 익숙해진 한국사는 괜찮지만, 아직 낯선 서양사나 중국사 등의 교양서를 접할때면 왠지 서양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부터, 중국사는 은나라 주나라 부터 배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곤했다. 그래서 서점에서 괜찮아 보이는 책들도 아! 역사는 처음부터 공부해야해! 하는 생각들 때문에 내려놓곤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역사를 읽는다는게 '이래야 한다'는 형식이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역사라는 이름에 가까워 진듯한 느낌. 이 책에 언급된 몇 권의 책을 검색창에서 검색해 보면서 다음에 읽을 역사서를 찾는 기분은 뭐랄까, 하나의 투명한 벽을 넘어선 기분이 든다.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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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 욕망 + 모더니즘 + 제국주의 + 몬스터 + 종교 다섯 가지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10월
구판절판


원래 문명의 탄생은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서 물건을 교환하는 것, 즉 도시화로부터 시작됩니다. 물건과 정보 교환이 번잡함을 만들어 내므로 그곳에 필요한 것은 '다양성'입니다. 다양성을 가진 사람과 물건이 한 장소에 모임으로써 화학반응이 일어나듯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그 문화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모음으로써 도시는 성장합니다. 따라서 떠들썩한 도시는 이전 당나라의 '장안'이든 예술의 도시 '파리'든 지금의 '뉴욕'이든 다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서로 이질적인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이 여러 장소로부터 모여드는 공간입니다. -69쪽

세계의 움직임과 종교는 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을까요? 애초의 문제는 인간이 자기 속의 회로로는 자신을 안정시키기 어려워 타인의 승인을 필요로 하게 된 데 있습니다. 인간이 가진 존재로서의 불안, 그것을 보충하는 존재로서의 '신'을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필요로 해왔다는 것이 그것을 말해줍니다. 한때 인류는 자신들이 만들어낸 '과학'이 '신'을 대신해 자신들을 안정시켜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었는데, 최근에는 그 과학이 지구환경을 치명적으로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죠. 그 결과, 과학과 이성에 대한 신앙이 흔들리게 된 겁니다. -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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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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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추리소설? 이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특이한 일본 이야기' 이었다. 유독 일본작가들의 책이 많아 괜히 가까이 하기 꺼려 지는 기분 이랄까. 알수없는 거부감에 추리소설 쪽으론 옴짝도 하지 않았는데, 방대한 분량을 자랑하는 이 책이 내게로 왔다. 특이한 표지 디자인과 압도하는 책의 두께. 호기심에 들춰본 책은 추리소설에 대한 내 편견을 깨뜨리기엔 충분했다.

 

 

 살인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신이치. 이 소설은 신이치가 오가와 공원에서 잘려진 한 쪽 팔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연쇄살인의 시작을 알리는 이 사건은 실종된 마리코와 그녀를 찾기위해 몸무림 치는 할아버지 요시오의 등장, 그리고 잇따라 벌어지는 실종,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초반부엔 아무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점점 사건에 짜여져 들어간다. 많은 인물들이 나타나 과연 이 인물의 역할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때쯤 그 인물이 전면에 드러나곤 해서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연속유괴살인사건의 주범은 우등생 피스, 그와 같은 학교를 나온 공범 히로미. 그리고 이 둘에 의해 누명을 쓴채 사망하는 순수한 청년 가즈아키. 2권의 후반부에 이르면 이들의 범행과 그 수법, 어떻게 가즈아키에게 죄를 덮어씌우는 지도 밝혀진다. 흥미로웠던 건 피스가 어떻게 '각본'을 써 나가느냐 였다. 살인사건의 주범인 '피스'는 자신의 별장을 하나의 '무대'로, 히로미와 피해 여성들을 '배우'로 설정하며 자신의 극본에 따라 유괴해 살인을 저질렀다. 히로미와 가즈아키가 모든 죄를 뒤집어 쓴 채 사망하자 가즈아키의 동생 유미코의 후견인으로 등장하며 여론을 들었다놨다 하는 대담성도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엔 자신의 '극본'이 독창적 작품이라는 맹신 덕분에 자멸하고 만다.

 

 

 방대한 소설의 분량, 스케일이 큰 이야기의 힘은 주범 피스의 캐릭터에 있다. 2권 후반부에 거의 개략적인 사건을 파악하고도 3권에 몰입해 이야기의 끝을 보고 싶었던 것은 피스, 즉 아미가와 고이치의 행동 때문이었다. 진범이면서도 사건의 전면에 등장해 허를 찌를 수 있는 피스의 행동은 과연 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낳았다.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지의 미래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새 사건의 끝에 이른다. 이야기의 초반부에서는 등장도 하지 않았던 캐릭터인 그가 모방범의 핵심 이었다는 사실을 책을 덮으면서 깨닫게 된다.

 

 

 피스와 히로미, 그리고 가즈아키. 이 세명의 동급생들의 모습은 아이의 성장은 그 아이에게 파괴욕구를 심어주기도, 선한 의지를 심어주기도 한다는 걸 보여준다. 어딘가 모르게 뒤틀어진 자아인식이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피스와 히로미의 성장과정이 서술되는 과정을 읽어내려가며 '정상적' 가정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 보게 됐다. 물론 어린시절의 모습이 성장 후 범죄와 직결된다는, 소설을 읽고 나서의 감상을 일반화 한다는건 억지스럽겠지만 적어도 아이가 성인이 된 후 자신의 비뚤어진 자아상을 고쳐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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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응, 맞아. 가장 두려운 것은 인생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야. 아무에게도 주목받지 못하고, 아무런 자극도 없는 인생을 보낼 바에애 죽는편이 낫다는 그런 지향성."-303쪽

주위의 눈이란 그런 것이다. 진실이 자신에게 직접 닥쳐와 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 놓이지 않는 한, 인간은 그것과 직면할 수 없다. 자신에게 가장 편하고 안락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설득력을 지닌 해석을 '진실'로 채택하는 것뿐이다.-377쪽

"인간은 말이야, 그냥 재미로, 사람들의 눈길을 받으면서 화려하게 살면 되는 그런 게 아냐.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짓을 저지르고, 그래서 되는 게 아니라고. 그건 틀렸어. 넌 많은 사람들을 속였지만 결국 그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말았지. 거짓말은 반드시 들통이 나. 진실이란 건 말이지, 네놈이 아무리 멀리까지 가서 버리고 오더라도 반드시 너한테 다시 돌아오게 되어 있어."-5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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