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록 범우문고 109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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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이란 정(情)보다도 의리의 것이다. 부자간의 천륜보다도 더 강할 수 있는 것이 우정이다. 인류의 도덕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완고할 수 있는 것이 우정이다. 이런 굉장한 것을 부작용이 그렇게 많은청춘 남녀끼리 건축해나가기에는 너무나 벅찰 것이 사실이다.
한 우정을 구성하기에 남자와 여자는 적당한 대수(對手)들이 아니다. 우정보다는 연정에 천연적으로 적재들이다. 주택을 위해 마련된 재목으로 사원(寺院)을 짓는 곤란일 것이다.
구태여 이성간에 우정을 맺을 필요가 없다. 절로 맺어지면 모르거니와 매력이 있다 해서 우정을 계획할 것은 아니다. 매력이 있는데우정으로 사귀는 것은 가면이다. 우정은 연정의 유충(幼蟲)은 아니다. 연정 이전 상태가 우정이라면 흔히 그런 경우가 많지만은, 그것은 우정의 유린이다. 우정도 정이요, 연정도 정이다. 종이 한 겹을나와서는 우정과 연정은 그냥 포옹해버릴 수 있는 동혈형(同血型)이다. 사실 동성간의, 더욱 여성간의 우정이란, 생리적으로 불화일뿐, 감정적으로는 거의 부부상태인 것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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