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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갔을 때 태연히 밥을 먹기도 했다 (무지개 리커버 에디션) - 개정증보판
박근호 지음 / 필름(Feelm)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과 내 삶만큼 찬란한 건 없다. 떠나야 많은 것을 알 수 있지만 이제는 떠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아주 찬란한 시절에 살고 있다.(P190)
-좋은 작품은 늘 엄청난 시련 속에서 탄생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시련을 삼켜서 좋은 글로 뱉어낼 것이다. 당신이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괜찮다. 우린 모두 예술가고 창작자니까. 내나 내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잘 이겨내서 당신 삶을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내길 바란다. 먼 훗날, 그때 진짜 힘들었다며 밝게 이야기하는 날이 온다면 내가 증인이 되어주고 싶다. 당신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잘 이겨내 줘서 너무 대견하다고.(P199)
저자의 글은 다정하고 따뜻하다. 우리 삶에서 사랑이라는 말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듯, 사랑은 살아가는 이유이자 의미일지 모른다. 연인, 자식과 부모에 대한 사랑 모두 가만히 생각하면 울컥 눈물이 날 것 같다. 저자의 글은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중이거나 또는 이별과 지나간 사랑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랑'의 모든 범위를 이야기하며 공감을 전한다.
저자가 전하는 시와 일상의 이야기, 담담히 전하는 산문들은 독자의 마음을 쓰다듬고 따뜻한 온기를 남긴다. 어디론가 걷고 있지만 맞는 길인지 헷갈리고, 걷는 길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삶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을 맞잡으며 그렇게 먼 곳을 향해 가고 있다. '사랑', 잘 보이지 않고 자주 잊고 살지만 분명 존재하는 그 마음들을 기억하게 한다.
산다는 건 서글프며, 전부였던 사람이 떠나가도 태연히 살아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언젠가는 반짝 햇빛이 비치는 날이 올 거다. 우리가 잘 이겨내고 잘 살아가기를 응원하는 저자의 글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담담하게 전하는 이야기가 울림을 남기며 스스로를 '잘 살고 있다'라고 다독이게 한다.
잘 살고 있어서, 잘 이겨내고 있어서 너무 대견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