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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다이스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파라다이스 1권을 읽은후 바로 2권을 읽어 내려갔다. 1권이 빠른 속도감으로 읽혀지기도 했을뿐더러 2권에서는 또 어떤 상상력과 기발한 아이디어가 적혀있을지 궁금해졌던 이유이기도 했다. 2권에는 있을법한 미래, 있을법한 추억, 있을법한 과거, 막간의 짧은 이야기와 같이 나누어진 9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1권보다 조금 더 믿을수 있는 이야기와 현실적으로 가능할것 같은 느낌을 2권에서 더욱 느낄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2권에서는 이미 1권에서 기발한 생각들을 모두 맛보았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해질수도 있다. 다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을 좋아한다면 기대한만큼 실망을 하지 않을것이다.
농담이 태어나는 곳
이 이야기는 나에게는 충격적이기도 했던 소재였다. 트리스탕은 관객들에게 환영받는 코미디언이다. 수많은 기자들과 수백명의 관중들이 그에게 조금 더 보여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탕은 자신의 성공도 영광도 돈도 다 소용이 없다라고 생각한다. 7년동안 매일 짤막한 개그로 하는 농담들이 자신이 지어낸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트리스탕은 어디서 나온지도 모르는 농담을 자신이 사용하고 웃기고 있다라는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어느날 밤 공연이후 사라지기로 결심했고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신분도 감춘채 숨어버린다. 트리스탕은 자신이 궁금했던 농담의 기원을 파악해나가기로 결심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농담이 나오는 곳에 다다른다. 마침내 찾아낸 농담의 진원지에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발생할뿐더러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그동안 웃음의 소재에 관해 심각하게 생각해본적도 없을뿐더러 간단한 농담들에 대해 주의 깊게 관심을 가져본적도 없었다. 트리스탕이 있었던 농담의 진원지에서는 재미있는 사람(농담을 잘하는 사람)만이 살아남는 치열한 경쟁의 세상이었다. 가볍게 생각했던 웃음의 소재들에 깊게 들어가서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수 있구나라는 감탄과 더불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거리고 웃고 끝날것 같지 않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모습을 상상해 보니 우습기도 하다. 코미디언들이 프로그램에 나와 하는 이야기들이 과연 어디서 나올지 생각하고 따지려 든다면 짧은 시간동안 나는 유쾌해질수도 기분이 나아질수도 없다라는 생각을 해보니 단순한 내 자신에게 오히려 감사해지기도 한다.
허수아비 전략
아파트 공동 소유주 회의가 열렸다. 관리소장은 비어있는 1층공 간에 모종의 질환(다훈증후군)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을 교육하는 특수학교가 생길것이라고 말한다. 일행중에 6명은 안건에 관해 강력하게 항의하고 동의 할수 없다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투표로 얻어진건 반대 6표에 찬성 42표였다. 건물수리작업과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등에 대한 반대표도 역시 6표뿐이었다. 그렇게 공동 소유주들 대다수가 찬성을 한 연례회의가 끝난후 사람들은 기념으로 함께 식사를 한다. 그곳에서 그들은 연례회의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던 6명과 관리소장이 즐거운 얼굴로 함께 식사를 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저 같은 편이었다. 그들이 사용한 건 허수아비 법칙, 이 집단의 구성원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의 반감을 자아낸다. 그후에 큰소리로 남을 모욕하고 공격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허수아비 집단이 제안하는 것에 반대표를 던지게 된다는 것이다.
있을법한 과거로 적혀진 이 이야기는 실제로도 일어날법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건을 두고 어느 누가 반감을 가지고 모욕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 허수아비 전략은 그 점을 교묘하게 노렸고 관리소장은 그걸 이용해 사람들의 동정과 찬성표를 얻어냈다. 일어날수 있는 이런 이야기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수 있다.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것인지, 자기의 생각이 과연 자신의 것인지를 생각해봐야할것 같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게 남의 의견에 무작정 따라가고 그것에 대해 잘 선택했다라고 합리화 하고 있는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에서 나는 우리가 알지못하는 세상에 발을 담궜고 그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그 이상의 매력을 느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