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내지 않는 연습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양영철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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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하루에도 몇번씩 울컥울컥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렇다고 내가 남들에게 화만 내는 사람이라거나 성질을 부린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것도 아니다. 예를들어 날카로운 것에 베였다거나, 평소에는 잘 열리던 병뚜껑이 잘 열리지 않을때, 물건을 떨어뜨려 다시 정리해야할때등등의 순간들에 짜증과 더불어 실수를 자책하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도 이런 문제는 스스로의 화이기때문에 쉽게 잠재울수 있지만 상대방에게서 느끼는 화는 쉽사리 가라 앉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상대에게 좋지 않은 말들이나 온갖 짜증을 담아 한바탕 속시원하게 이야기하고 나야 화를 잠재울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온다. 화를 내서 솟아오른 화를 가라앉힌것 까지는 좋았으나 화를 낸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조금만 참을껄','거기서 이런 말은 하지 말껄'이라는 후회들로 인해 마음에 또다시 죄책감과 미안함들이 남게 되는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싫어서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짜증부리지 않고 화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그렇게 내 화를 잠재우며 살기도 쉽지는 않다. 다른 여느 책들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는 다 이해했다. 하지만 늘 이 문제에 관해 생각을 하고 있어도 실천이 잘 안된다. 문득 나와 같은 이유 때문에 이렇게 화내지 않는법, 화를 다스리는법과 같은 내용들이 담긴 자기계발서들이 꾸준히 팔려나가는지도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이케 류노스케가 말하는 핵심은 '더 이상 화내지 않겠다고 결심하라'이다. 역시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머릿속으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 문장이다. 화를 내는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분노의 감정때문에 오히려 불쾌해지고 피곤해진다. 그런 기분을 좋아하는 사람은 세상 누구도 없을것이다. 누구나가 살면서 화를 마음에 담아두고 살아간다. 화를 담으면 담을수록 마음은 불쾌해지고 행복감도 줄어든다. 이런 마음이 든다면 우리는 죽을때까지 행복해질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의 요지는 겉으로 화내지 않는 연습뿐만 아니라 마음속으로도 화내지 않도록 노력하라고 이야기 한다. 살면서 마음은 편안하고 자유로워야만 진정한 행복감을 느낄수 있다.

 

화가 생기면 그 일에 대한 분노감이 생기고 그와 더불어 슬프고 서글프다라는 느낌을 받게된다.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어 가는건 확실한것 같다.(화→분노→ 슬픔) 우선 친구와 다퉜을때를 생각해보면 '왜 저사람은 나에게 저런 말을 할까'에 기분이 상하고 화가 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상대방이 한없이 미워진다. 그래서 다툼이 생기고 난후에는 또 다시 자신의 상황이나 신세를 한탄해가며 서러워지게 되는것이다. 우리는 화를 내면 안된다라고 생각하지만 외로움이나 슬픔은 괜찮다고 넘겨버힌다. 하지만 이 감정이 더욱 위험한다. 이런 감정이 쌓일수록 자신은 화를 잘 내는 사람이 되고 필요이상으로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화와 슬픔은 모습은 달라보이지만 좋지않은 결과를 초래하는건 같다.

 

그렇다면 우선 화를 없애고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을까. 코이케 류노스케는 10가지의 극복방법을 이야기 한다. 욕망을 억누른다. 분노를 억누른다. 그릇된 견해를 가지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험담을 하지 않는다. 이간질을 하지 않는다. 현란한 말을 하지 않는다.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않는다.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 남녀의 도를 문란케 하지 않는다. p134~144 이런 행위들을 통해 욕망과 분노, 방황의 감정들을 잠재워야 하는데 사람들은 언제나 '알고는 있지만 멈출수가 없어'라는 함정에 빠져있다. 나 역시도 그렇다. 책을 읽을대면 다 이해할수 있고 이미 다 아는 내용이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현실로 돌아오면 실천이 쉽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음에 담는 내용은 똑같다. '화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자'라는 단순한 것이지만 그러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안다. 내 마음속의 분노와 화를 제대로 인지하고 극복해가려는 노력에 조금더 힘을 기울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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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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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긴 여자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처음 이 책을 읽을때만 해도 글을 따라 읽어내려가는게 힘들었다. 작가의 스타일인지 모르겠지만 문장중에 말줄임표(....)가 너무 많았다.(박민규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거여서 모든 책이 이런건지 유독 이 책에서 이렇게 글을 쓴건지는 잘모르겠다. 다른 책을 읽어봐야 알것 같지만 확실히 문장의 표현법이나 글을 써가는 방식들이 자신만의 글 세계가 있는 분이라는게 느껴진다) 보통 우리가 말줄임표를 사용하는데는 말이 정확하지 않고 애매하고 모호하게 끝낼때 사용한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마침표로 끊어진 문장들을 읽어내다가 읽게 된 이 책은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고 편하지 않았다. 할말을 머뭇거리는거 같은 느낌, 끝까지 뱉어내지 않는다라는 느낌이 초반에 불편함을 주었던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과 끝의 느낌이 너무나 달랐고 오랜만에 느끼는 감정이여서 마지막까지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앞서 말한 머뭇거림, 주저하는 문장들이 여자 주인공과 너무나 닮아 있었고 그래서 여자주인공의 모습에 더욱 애잔하고 마음이 아파졌다.

 

지금은 외모로 평가받는 세상이다. 남녀노소 할것 없이 잘생기고 예뻐야 우대받는, 그래서 모두들 예뻐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여상을 졸업한 여자주인공은 학창시절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예쁜친구들은 다들 좋은곳에 취직해서 떠나지만 자신은 늘 면접에서 떨어진다. 어린시절에도 그녀는 늘상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고 그건 아이들뿐아니라 어른들도 그랬다. 그런 아이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지독한 별명이 그녀에게 따라 붙었고 어느순간은 일일이 상대할 힘도 남지 않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랬다. 세월이 지나도 그녀에 대한 시선은 바뀌지 않았고 "못생겼다""재수없다"라는 말들이 따라붙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언제나 낯선공간, 그녀가 감히 끼어들수 없는 곳이었다. 그럴수록 자꾸 움추려들고 늘 '진행형'의 상처를 안고 살았다.

 

그런 그녀에게 남자는 자신에게 최초로 친절한 남자였다. 친구가 되자고 했던 남자의 말을 쉽사리 믿을수 없었지만 점점 남자의 진심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남자를 만날수록, 남자를 사랑하게 될수록 자신이 없었다. 백화점에서 함께 일하다가 만나게된 남자는 대학에 갔고 그녀는 점점 자신과는 멀어진다라고 느꼈다. 그리고 당연한 변화라고 인정했다. 그녀는 남자의 변화속에서 그 남자가 자신의 한 부분이 되어가기를 바라는 욕구가 두려워졌다. 사랑해서 붙잡고 싶었지만 그동안의 삶속에서 그녀는 이미 많은 부분을 잃고 살아왔기에 사랑을 붙잡을 만한 자신이 없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보낸 편지속에서 울컥 목이 매어왔다. 진심이 담긴 그녀의 편지는 직접 말하지 않아도 그동안의 삶과 그녀의 고민들을 모두다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랑받고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녀는 그런 마음을 억누르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채찍질하고 가끔은 스스로를 보듬어 가며 그렇게 살아왔다. 힘든 세상안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위로받지 못하고 들러리 선 시녀처럼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낯선 도시에서 주변의 시선보다 스스로를 생각하며 살고 있다. 짧은 머리로 나타난 그녀의 모습을 상상해보니 마음의 무거운 짐하나가 내려간 기분이 든다.

 

"외모가 뭐 별거야?"라고 물어보다가도 아니다라고는 부정할수가 없다. 누가봐도 예쁜 여자 연예인을 볼때면 저' 사람은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겠구나'라는 생각에 부러워지기도 한다. 그러나 외모가 전부가 될수는 없다. 또한 외모로 그 사람의 모든것을 판단할수 없다. 때로는 외모가 아닌 그 이상의 분위기를 가진 사람을 만날때 더욱 행복해지는 순간이 있다. 삶을 살아가면서 외모 이상의 분위기와 매력을 가진 사람이 되는게 더 멋있지 않을까.  이미 치열한 경쟁과 거친세상속에 던져진 우리는 스스로의 얼굴에 책임을 지며 살아가야 한다. 못생기다, 예쁘다를 떠나서 인간이 져야할 기본적인 책임들을 짊어지며..

 

그때는 알수 없었다. 하지만 누구라도, 언젠가는 말을 세우고 자신이 달려온 쪽을 바라볼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다. 인간에겐 결국 영혼이 필요하고, 영혼은 인디언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것이기 때문이다.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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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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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베스트 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었던 책을 지금에서야 만났다. 흥미로운 이야기가 이 책을 읽어내려가는데 속도감을 붙여주었다. 우선 '아웃라이어'는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또는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를 의미한다.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두었는데 1부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영웅적인 이야기 대신 그들이 태어난 해, 시대적 배경등을 살펴보고 그것들이 성공에 미쳤던 영향에 대해 흥미롭게 접근한다. 2부는 개개인의 성공은 그들 자체뿐만이 아니라 '사회'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문화적 요소와 생활등에 영향을 받아서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랭건과 오펜하이머의 결정적 차이

크리스 랭건의 어머니는 네명의 아들을 두었는데 아버지가 모두 달랐다. 자신의 가족만큼 가난한 사람을 만났적이 없다는 랭건이지만 어린시절 영특하고 똑똑한 아이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간 그는 어느날 재정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 장학금을 박탈당하게 된다. 결국 그는 대학을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며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오펜하이머가 어린시절 보여준 능력은 랭건과 비슷했다. 그러나 오펜하이머는 예술가이자 성공적인 의류 생산업자를 아버지로 둔 덕분에 맨해튼에서 부유하게 성장했고 주말마다 교외로 드라이브를 하고 문화적 요소들을 충분히 누렸다. 오펜하이머는 부모들의 능력을 충분히 누릴수 있었고 오펜하이머의 부모들도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가지고 있는 재능은 비슷했으나 지금 현재의 모습은 완전히 달라져있었다.

 

이 글을 읽으며 씁씁함을 감출수 없었다. 결론을 보자면 가난한 환경속에서 자란 랭건은 자기 주장도 제대로 펴지못하며 낡은 말 농장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에 반해 오펜하이머는 미국의 이론 물리학자로 이름을 알린다. 그들이 나누어지게 된것은 집중양육이라는 것인데 오펜하우어는 집중 양육의 수혜자이다. 오펜하이머의 부모는 아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어떤 교육이 좋은지, 아들이 어떻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교육시켰다. 중산층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명령만 하는것이 아닌 함께 협상해 나가고 자녀가 학교에서 잘하지 못하면 선생님을 찾아가 상담하면서 아이들의 문제에 개입하는것이다. 그에 반해 가난한 부모들은 권위에 겁을 먹고 자녀를 돌봐야 하는 책임은 지지만 아이들이 알아서 재능을 계발하도록 내버려두는것이다.

이 이야기는 2부에 나오는 것과도 비슷하다.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이 시험을 보면 가난한 아이들은 오히려 성적이 떨어지는 반면 중상층 이상의 아이들은 상승폭을 보이고 있는것이다. 학교에 나오지 않는 기간동안 가난한 아이들은 부모들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지만 부유한 아이들은 그 시간동안 부족한 공부나 누리지 못했던 문화적 혜택들을 누리며 더욱 발전해나간다. 마치 빈익빈 부익부를 보고 있는거 같아 머릿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고 이해하고 있는 내용임에도 읽는 동안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이는 아무리 뛰어난 천재도 혼자서는 자기 길을 만들어 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p138

 

아시아인이 수학을 더 잘하는 이유

중국인은 수천년간 쌀농사를 지어왔다. 쌀농사는 말 그대로 짓는다는 의미이고 쉬운일이 아닌 힘겨운 과정을 통해 지어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서양 농업은 '기계중심'인 반면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자신의 시간관리를 잘 해나가며 수확량을 늘려야하는 방식이었기에 열심히 농사를 지어야했다. 그렇게 보면 벼농사라는 것은 관리를 잘해야하는 노력과 결과의 산물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일한다는 교훈을 가진 아시아인들은 언제나 열심히 하고 이는 수학과도 맞아 떨어진다. 아시아인은 수학에 끈질기에 매달리고 늘어진다. 우리는 어떤나라가 노력과 끈기에 가장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를 통해 수학성적을 예측할수 있게되는것이다.

 

성공에 관한 이야기들이었지만 그와 더불어 기회와 문화적 요소, 환경들이 함께 주어졌을때 더욱 발전했다라는 증거물들을 볼수있다. 우리에게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회도 주어져야 함을 알았다. 지금도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도 그 능력을 발휘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신입사원'이라는 프로그램을 본적이있다. 아나운서에 도전하는 분들을 학력이나 나이 제한등을 두지않고 숨어있는 옥석을 가리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했다. 능력은 있지만 그동안 기회를 찾지 못한 분들이 꼭 합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며 더욱 들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도 아웃라이어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문화적 공간과 기회들이 많이 제공되어지를 바란다.

 

일에 의미가 없고 가치가 없을때, 힘든 일은 감옥 같은 일이 되어 버린다. 그러나 가치가 있으면 그 일을 찾아낸 사람은 오히려 아내의 허리를 붙잡고 지그를 추게 된다.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를 책임지고 사고력과 상상력을 발휘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교훈이다.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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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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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은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라고 한다. 우리에게는 낯선 어휘이지만 제목처럼, 책의 표지처럼 이 책은 조용하고 편안하다. 잔잔하고 부드러운 속삭임처럼 주인공들은 무슨일이 발생해도 크게 동요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간다. 막상 이런 삶이 가능할까 싶어지다가도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그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휩싸이게 된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먹고 그 속에서 사랑을 키워나가는 시오리의 사랑과 가족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시오리는 옛 도쿄의 서민 동네 풍경과 정취가 남아있는 야나카라는 지역에서 엔티크 기모노 장사를 하며 살아간다. 일층은 가게, 이층은 생활공간인 이곳의 이름은 '히메마쓰'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때는 힘이 들었지만 지금은 도와주는 분들도 생기고 기모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큰 어려움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가게에 아버지와 목소리가 똑같이 닮은 한 남자(기노시타)가 들어선다. 겉모습은 전혀달라 신기한 그가 남자용 기모노를 찾고 있었다. 시오리는 그와 함께 이야기를 할수록 저절로 말이 나와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어졌다. 기노시타는 점점 함께 있으면 편안해지고 마음의 위안과 안심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어간다.

 

시오리는 하나코라는 여동생이 있다.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각자 떨어져 살게 될 무렵 자신은 고등학생이었지만 하나코는 초등학생이었다. 부모의 이혼으로 시오리는 아빠와 함께 살게 되었고 하나코는 엄마와 같이 살게되었다. 엄마가 다른 남자의 아이(라쿠코)를 가지고 아빠와 헤어진후 지금 그들 셋(하나코, 엄마,라쿠코)은 함께 살고 있다. 그래서 시오리는 여동생 하나코를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해진다. 하나코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나서도 내내 마음에 걸려하고 "미안해"란 말로 사과를 하고 나서야 마음을 내려놓는다.

 

이 책을 읽으면 야나카 일대의 풍경을 그려볼수 있다. 시오리가 참가하는 행사들 속에서 일본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느껴볼수 있었다. 마치 벚꽃이 앞에서 흩날리는것 같은 느낌, 그리고 기모노를 입은 시오리의 모습을 상상해 가며 일본 고유의 문화도 접할수 있다. 또한 기노시타와 시오리가 데이트를 할때는 먹는 맛있는 음식들 만으로도 일본의 전통 요리를 곁에서 맛보는 신기한 느낌이었다.

 

이 책은 남녀간의 사랑을 소재로 일상속에서 조용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책속에 담긴 시오리 가족(이혼가정)의 이야기와 시오리의 사랑이야기는 단순하지 않다. 작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는건 가볍지만 시오리와 기노시타의 사랑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읽는 동안 '불륜'이라는 소재가 예쁘게 미화된거 같아 마음이 좋지는 않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책을 읽는 동안은 보여지는 대로만 읽어내려가자라고 생각했고 다른 어떤것도 생각하지 않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다. 재보고 따지지 않는다면 이 책은 예쁘다. 겉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내용이 그렇다. 다양한 색깔의 기모노가 떠오르고 흩날리는 꽃가루, 다다미방, 온천들이 앞에 그려져 편안함을 준다. 그만큼 읽어 내려가면서도 부담없이 술술 읽었다. 온화하고 따뜻한 느낌의 책 한권을 올봄에도 어김없이 만났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당신과 함께 있으면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어요. 이런느낌은 정말 오랜만인데...."p88

# 기노시타가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시오리에게 고백하는 장면이다. 시오리 역시 마음속에 품고 있었지만 전하지 못했던 그말을 기노시타가 용기내어 해준다. 기노시타의 태어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사랑고백이 마음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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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불빛의 서점 -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
루이스 버즈비 지음, 정신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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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 간지 꽤 오래지난거 같다. 인터넷 서점을 뒤척이며 다른사람들의 추천글과 리뷰를 읽고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고 장바구니에 담기까지 몇분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겉모습에 현혹되는 책들, 제목에 끌리는 책들등 다양한 이유들로 구매를 기다리고 있는 책들도 꽤 많다. 오늘 주문해도 내일이면 받아볼수 있고 10권을 사도 20권을 사도 무겁게 끙끙거리며 들고 오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때문에 점점 서점과 거리를 두게 된것 같다. 얼마전 시내에 있는 대형서점이 결국 문을 닫았다. 오래전 사람들을 만날때면 그곳에서 약속시간을 정했고 늘 북적거리던 공간이였는데 결국은 폐점을 했다. 이유는 알다시피 독자들은 이렇게 인터넷 서점을 더욱 선호하고 오프라인 서점에서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니 결국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지금 그곳에 어떤 가게가 들어올지는 모르겠지만 서점이 아니라는 건 확실해졌다. 『노란 불빛의 서점』의 책안에는 책과 함께 웃었고 책과 함께 살았고 지금도 책이라면 자다가 번쩍 눈을 뜰 한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져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서점에 간다는 남자, 그는 성인이 되어서 서점 직원과 출판사 영업자로 살아왔다. 삶을 서점에서 일하며 보내왔고 책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그곳에서는 오랜시간 서성여도 하루종일 죽치고 앉아있어도 그에게 뭐라고 할 사람도 없었다. 여유로움과 느긋함을 느낄수 있는 곳이 바로 서점이다. 책은 느리다. 그러나 글을 쓰고 책을 펴내고 읽는것이 모두 느린 행위이기에 서점이 느긋하거나 너그러워진건 아니다. 커피숍과 카페가 서점과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를 맺어오면서 부터 서점은 편집인, 출판업자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책은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이어준다. 책을 이야기하며 친해질수 있고 한 주제에 관해 토론하며 사람들과 가까움을 유지할수 있다. 서점은 이 모든 매력을 발산하는 공간이다.

 

그는 유년시절 특별히 책을 많이 읽거나 문학방면에 취미를 붙인 독자도 아니었다. 단지 거실에 책을 얹어놓는 기다란 선반이 하나 놓여있었고 거기엔 리더스 다이제스트가 펴낸 요약본 소설들과 약간의 전기, 역사서, 과학책들이 놓여있었다. 어린시절에는 부모님이 교대로 세계명작동화를 읽어주기도 했지만 그때의 즐거움과 지금은 비교할수 없었다. 부모님은 상을 줘야 할때는 책을 사주었고 그러면서 그는 가끔은 지역 도서관을 애용하기도 했다. 어린시절은 그저 남다르지 않고 예외적인것은 전혀없는 이야기이지만 지금 그에게 책은 경이롭고 발견의 기쁨이 되어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등학교 시절 책을 빌려보기 위해 대여점에 드나들었던 내 자신이 기억났다. 그 당시만 해도 도서관에 가는 것보다 얼마의 비용을 내고 대여점을 이용하는것이 시간을 아낄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그때 신경숙, 은희경, 공지영같은 한국작가들을 만났고 출판되어 있던 책들을 모조리 읽었다. 그렇게 한국문학들에 빠지면서 더 많은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욕심도 생겼던것 같다. 지금은 그 많던 대여점도 모두 없어져 버렸고 책을 많이 읽는 다며 칭찬해 주셨던 대여점 아저씨도 어디에 계신지는 알수 없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지만 책을 많이 읽는다는게 과연 칭찬 받을 일일까.

 

서점에서 일을 하던 그는 어느해 출판사의 외판원의 삶을 시작한다. 예전에 도붓장수가 다른 사라삼들의 나라와 삶, 집 따위를 보고 다녔듯이 서적외판원 역시 그 삶을 이어 받아야한다. 책상자를 열고 고객을 만나고 끊임없이 책에 관해 이야기 해야한다. 그리고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생활을 하던 그는 거칠고 삭막하다는 생각이 들어 7년후에는 외판원이라는 직업을 그만둔다. 이 책은 단지 한 남자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책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때부터 인쇄술이 발전되어가고 지금처럼 사람들이 쉽게 책을 접할수 있도록 변화되기까지 거쳐왔던 이야기들이 모두 적혀있다. 어느 정도의 애정가지고는 이 책을 써내려갈수 없었을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책에 관해서는 모든것을 통달했고 서점안에서는 몇날 몇일도 보낼수 있는 사람이다. 지금도 그는 일주일에 다섯번은 서점에 간다고 밝혔다. 또한 서점에서 인생을 배워왔고 삶을 살아냈다. 이 책 속에서 우리는 그의 따뜻한 삶 그리고 책이야기를 읽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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