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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서 마음을 읽다 - 무너지고 지친 나를 위로하는 영화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직접 눈에 보이는 영상을 보는것보다 상상의 나래를 펴가는 것이 더욱 좋기에 나는 영화보다 책이 좋다. 이 책 속에서는 27가지의 영화를 글로 만나볼수 있다. 영화 속 메시지를 심리학과 연관시키고 심리학적 용어에 대해서도 간단한 설명을 덧붙였다. 책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영화속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보며 그 사람들의 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통해 내 마음도 안정되고 편안해짐을 느꼈다. 이 책속에 담긴 영화중에는 내가 봤던 영화(괴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김씨 표류기,아내가 결혼했다등)들도 있었고 물론 보지 못했던 영화도 포함되어 있다. 영화를 보면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 '이렇게도 생각할수 있구나'라는 생각들로 작가의 관점을 이해하면서 읽어내려갔기에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다.
상처와 치유
나는 <향수>라는 영화보다 책을 더 먼저 만났지만 이 책속에서 소개하는 건 영화<향수>이기에 영화를 기반으로 이야기해볼까 한다.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타인의 아픔이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향기를 얻기위해 사람들을 살해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채 향기에만 집착한다. 그루누이는 자신의 모습을 숨긴채 살아가다가 어느순간 나타나 사람들을 살해하기에 그 모습이 더 큰 공포감으로 다가온다. 그루누이가 사이코패스가 되어가기까지의 환경과 경험이 미치는 영향을 영화<향수>에서 볼수 있다. 그는 어느누구에게서도 공감받은적이 없기에 누구도 공감할수 없는 사람이 된것이다. 우리는 그루누이의 모습을 통해 공감 부재(결핍)가 미치는 영향을 볼수 있다. 상처와 치유에는 <향수>외에도 6편의 영화들 속 주인공을 심리학적 요소들로 이야기하고 있다.
내면과 변화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지만 <김씨 표류기>라는 영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난다. 어느날 투신자살을 한 남자 김씨는 자살마저 실패한후 한강위의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그는 그 삶속에서 적응해가며 서서히 진화해간다. 여자 김씨(정려원)는 밖에 나가기를 거부하며 3년째 집안에만 있다. 그녀는 인터넷 쇼핑을 하고 가상세계에서 지금과는 다른 자신의 모습을 만든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 김씨의 카메라에 남자 김씨의 모습이 잡힌다. 김씨(정려원)은 그의 삶을 바라보며 직접 그와 소통하고 관계를 가지기를 희망한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불편해도 우리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며 살아갈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타인을 의식하고 배려하는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시도해가며 적절히 배합하며 살아가야한다. (<김씨표류기>외에도 6편의 영화속에서 정체성, 자아개념, 강박장애등의 심리들을 엿볼수 있다)
관계와 소통
<예스맨>속의 주인공은 확실성과 안정성에만 지나치게 높은 의미를 부여하고 최소한의 책임과 의무를 실행하며 따분한 일상을 산다. 그와 사는 것이 답답한 아내도 떠났고 친구들도 지겹다라고 느낀다. 그의 인생속에는 도전이나 새로움, 변화들이 결여되어있다. 변화를 두려워하는 그이기에 항상'No'를 외쳤지만 그가 'Yes'라고 외치기 시작하면서 변화되는 일들을 영화에서는 이야기한다. 무조건 Yes를 외치며 쫓기만 하는건 문제가 되지만 우리는 삶에서 적당한 변화가 필요하다. 적절한 Yes와 No를 구사하는 것이 현명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될것이다. (<예스맨>외에 6편의 영화)
사랑과 욕망
<아내가 결혼했다> 속의 주인공 손예진은 한남자를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어느날 남편에게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라고 이야기한다. 이혼을 언급하는 것이 아닌 단지 두 남자와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 영화속에서 손예진은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여성의 모습에서 벗어나 남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남편에 대해 잔소리나 불평을 하며 많은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주변에서 이 영화를 보며 이해할수가 없다는 남자들이 많았었다. 그 반면에 여자들은 어느정도의 해방감을 느꼈던 영화이기도 했을것이다. 영화 속 인아(손예진)은 우리 머릿속의 틀을 깨고 울타리 밖으로 벗어났다.(<아내가 결혼했다>외에 5편의 영화)
영화의 상영시간은 길지 않지만 영화를 보고 났을때 우리가 기억하는 부분들을 그 이상이다. 영화속의 이야기들은 때로는 우습기도하고 때로는 슬픔, 아픔등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보고난 후의 감동들은 마음속에 깊이 남는다. 여러편의 영화속에 담긴 심리적 이야기들이 내 마음속에도 재미 이상의 위로와 위안이 되어주었다.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이 책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영화속 이야기들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길에 발을 내딛어본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