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채종인 지음 / 채스(Chaes)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5편의 짧은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묘한 여운을 남긴다. 가슴 시리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 이 책을 덮고 났을때 쉽사리 놔버릴수 없을것 같은 기분으로 이어졌다. 소박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은 산과 닮아있다.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초록빛을 지닌 산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르치 할매는 그녀가 멸치를 등에 지고 다니면서 행상을 하는 까닭에 붙여진 이름이다. 백발의 미르치 할매가  지팡이를 끌며 언덕을 오를때 아이들은 기겁을 하고 달아났다. 사람들에게도 거침없이 욕을 하는 그녀였지만 어느누구도 미르치 할매를 욕하거나 나무라지 않았다. 열일곱에 시집온 그녀는 남편과 삼년을 함께 살았고 전쟁터로 나간 남편은 탄광에서 탄더미에 깔려 죽었다. 어느날  꿈을 꾸었을때 도사가 나타나 남편이 멸치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멸치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날 큰비가 내려 산골을 덮었을때 할매가 물에 떠내려갔다는 소문만이 들려왔다. <미르치할매>

 

허리까지 빠지는 눈더미를 헤치고 외딴집에 사는 문종이 장사가 나타났다. 이마을 저마을 문종이를 팔러다니던 그가 외상값을 거두어 들이려 눈속을 헤치고 나타난 것이다. 그는 남편의 매질을 피해 도망온 여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다. 하지만 그녀가 폐병에 걸려 핏덩이만 토해내고 있었기에 마지막 가는길에 음식이라도 먹여볼 요량으로 눈길에 나타난것이다. 눈이 녹아가는 봄이 되자 눈속에 묻혔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속에는 문종이 장사의 가슴위에 아내의 얼굴이 엎어져 있었다. <눈>  

 

홀아비인 진팔이는 절뚝발이 신세로 남의 농사일을 거두어 주며 살고 있었다. 대머리 이장은 부락사람들에게 전할말이 있으면 진팔이를 시켜 방송을 하게 했다. 아침시간이면 어김없이 진팔이의 안내방송을 들을수 있었다. 하지만 아랫마을 개천에 가설극장이 들어오면서 부터 안내방송은 확성기로 부락에 전해졌다. 마지막 방송을 한 진팔이의 모습은 사라졌다. <진팔이의 마지막 안내방송> 

 

스무살 동갑내기와 결혼한 선호는 산아래에 살고 있다. 다섯살밖에 되지 않은 돼지는 제 아비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어느 더운 여름 남편은 일만하다가 군대에 끌려갔다. 남편이 떠난후 남편이 하던 밭농사, 뽕나무밭일까지 하며 살아가던 어느날 그녀 앞에 남편의 전사 통지서가 날라온다. <산>

조생팔. 괴팍한 그는 술을 마시면 광기에 사로잡히고는 했다. '수캐엄마'라고 불리는 조생팔 아내는 남편에게 기죽어 살수밖에 없었다. 월남파병을 갔다온후 조생팔이 더욱 모질어 졌다고 사람들을 쑥덕거렸다. 그런 그가 어느날 새벽 늑대들의 사나운 이빨에 갈기갈기 찢겨져서 발견된다. <늑대와 함께 춤을>

 

작가의 유년 시절의 산과 내의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이 책은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일상이 담겨져있다. 소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는 단단해졌다. <진팔이의 마지막 안내방송>속의 진팔이와 <늑대와 함께 춤을>에서 수캐의 성공은 아마 가난한 삶속에서도 희망은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보다는 앞으로가 더 나아질꺼라는 희망이 있기에 삶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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