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워커홀릭들 - 일, 사람, 돈
홍정미 외 지음 / 읻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일을 시작하니 삶의 중심이 오직 '일'을 두고 돌아가는데요, 자연히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지더라고요. 다들이렇게말도안되게매일책상앞에서오천시간정도를보내는지도요.. 어쨌든 어떻게 일하고, 누구와 일하고, 얼마나 버느냐. 읻다의 마케터 지압님은 이 책에 대해 위 세 질문에 대한 완벽한 정답이 될 수는 없어도, 마음 한 편에 발아할 수 있는 씨앗 하나는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 소개합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제 마음엔 씨앗 열두 개 정도가 심어진 것 같아요.

특히나 프리미엄 타월 브랜드인 'TWB'의 대표, 김기범 님의 씨앗이 그중 가장 컸어요. '돈'에 대한 챕터가 인상 깊었습니다.
▶️ 하지만 부족한 시간과 떨어지는 체력을 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한 것 같다. (...) 나는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그건 시간과 경험을 사기 위해서다.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123p.)

나는 왜 돈을 벌까? 이렇게 벌어서는 절대 집도 못 살 텐데?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참을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야 해요. 월세 공과금 보험 통신비 숨만 쉬어도 월급의 백만 원이 그냥 사라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매 월이니까요.
자본주의 사회에 살기로 한 이상, 돈과는 절대 떨어질 수 없음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김기범 님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서 돈을 벌겠다고 다짐합니다. 저는 딱히 대단한 꿈도, 책임져야 할 무언가도 없기 때문에 더 착실히 시간과 경험을 사기 위해서 돈을 벌기로 했어요. 그게 또 다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건 말건! 부족한 시간과 떨어지는 체력을 위해서 아낌없이 번 돈을 써보려고요.

냉정하게 저는 무언가를 넘치게 사랑해서 그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그런 사람은 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사람들이 참 멋져 보여요. 양말을 너무 좋아해서 브랜드를 만들고 지켜나가는 홍정미 대표님, 와인이 너무 좋아서 와인 수입사를 만든 필립포 대표님.. 그 외에도 무수한 이 책의 저자들처럼 말이죠. 연초에 읽기 참 좋네요. 은은한 동력이 생겼습니다. 브랜드의 매력은 결국 개인에게서 나오는구나, 싶기도 했어요. 전혀 모르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아, 이 책에 대해 꼭 말하고 싶은 점이 있어요. 본문이 특이하답니다! '일' '사람' '돈'이 3단 가로 구성의 형태로 편집되어 있어요. 어느 부분을 먼저 읽을지, 누구의 글을 먼저 읽을지 부담 없이 선택하면 된다고 하던데.. 저는 재미없는 인간이라 그저 착실히 첫 장부터 읽어 내려갔어요. 일, 사람, 돈도 순서대로. 일 챕터를 다 읽으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사람으로, 사람을 다 읽으면 다시 돈으로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솔직히 조금 번거롭기 했는데요(..!) 그래도 재밌었어요ㅎ.ㅎ 특이한 편집, 새로운 시도로 만들어진 책은 언제나 환영! 많은 책들에 더 다양한,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시도들이 가득했으면 합니다. 제가 만드는 것 아니라고 함부로 바라보아요!



#책속의한줄🔖 (과 마음 더하기)

(107p.) 하지만 나는 '돈' 때문에 이기적인 행동이나 생각을 할 것 같을 때가 오면 꼭 스스로에게 말하고 싶다. "돈워리, 비 해피!"

(109p.) "분주함은 우리를 몰아붙이지만, 리듬은 우리를 지속시킨다" (토트 헨리, <데일리 크리에이트브>)

(123p.) 하지만 부족한 시간과 떨어지는 체력을 사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돈은 필요한 것 같다. (...) 나는 열심히 일해서 많은 돈을 벌고 싶다. 그건 시간과 경험을 사기 위해서다.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127p.) 매출이 떨어지는 것은 남(손님)이 변했거나, 남들(경쟁 브래드)이 잘해서가 아니라 나의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 관계를 돌이키기 위해 다른 매력 포인트를 찾거나, 현재의 매력 포인트를 더욱 어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관계가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결국 계속 이것의 반복인 것 같다.

(230p.) 많은 사람들이 가슴 설레는 일을 찾으라고 말하지만, 나는 반대로 불안함에 귀를 기울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불편하고 불안한 감정을 느낄 때만 내 마음이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해 말해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 이건 내 삶에 적용 가능하겠다- 싶었던 문장. 태생적으로 생각 많고 걱정 많은 인간은 마냥 설렘만으로 무언가를 시도하기가 참 어렵다. 시도 자체에 드는 품이 남들보다 곱절은 드니 애초에 시작을 않으려 하기도 하고. 그러니 설렘보다는 자연히 불안과 친하다. 이왕 친해진 김에 더 깊은 대화를 나눠봐야겠군, 하고 생각했다. 불안아 너는 어디서 왔니? 지금은 왜 또 갑자기 몸집을 부풀렸니? 하고 말이다.

(236p.) '너무 힘들다!' '그만하고 싶다!' 하고 느끼는 순간이 있지만, 일의 본질을 기억하며 군소리 없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우아한 직업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 멋지다. 그리고 어렵다. 이상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 괴리에 빠져 허우적대는 중.. 부디 유려해져 허우적댐조차 우아해지길. 지금은 기미도 안 보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