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나라 - 윤석열 정부 600일, 각자도생 대한민국
신장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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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3월 10일, 윤 대통령의 당선일부터 2023년 9월 최근까지 당선 이후 벌어진 사회의 변화에 대해 쓴 '난중일기'이다. 저자는 라디오 청취율 1위 <뉴스 하이킥>을 진행하는 신장식 변호사로, 진행자가 그날의 최고 이슈를 선정해 직접 작성하는 '신장식의 오늘'이라는 단평을 통해 뜨거운 공감과 호응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바로 그중에서도 215편을 엄선해 다듬고 저자의 발문을 더해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팩트 체크와 날 선 비판, 위트 넘치는 풍자가 중심이지만 그 바탕에는 사람과 사회에 대한 믿음, 약자에 대한 연민과 따뜻한 시선이 깔려 있다. 그래서 “청산유수(靑山流水)로 흘러가면서도 도처에 언중유골(言中有骨)이고 촌철살인(寸鐵殺人)의 표현이 번득인다”(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편법주의를 드러내는 날카로운 검이자 약자들의 현실을 밝히는 따사로운 봄볕”(용혜인 의원)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출판사 제공 책 소개 참고) 무엇보다도 참 잘 읽힌다. 각각의 소제목은 간결하고 명확한 내용을 전한다. 시원시원하게 우리가 간지러웠던 딱 그 부분을 긁는다. 읽고 나면 통쾌해질 것이다. 이 책이 절망에 빠져 숨이 차던 우리의 마음에 잠시나마 좋은 쉼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2장, '(주)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2020년 10월,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과로사한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님은 최악의 살인 기업 선정식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스물일곱 건강했던 아들이 과로로 죽었습니다. 저는 아들을 잃고 나서야 긴 시간 일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장시간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죽은 아들의 나약함, 그런 나약한 아들을 둔 부모 책임으로 남지 않게 노동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그 누구도 일하다 죽지 않기를, 일하다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길 바라는 2023년이라는 것에 깊은 좌절을 느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려 한다.

아프고 화가 나도, 아니 아프고 화가 날수록, 더 든든히 먹고, 푹 자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영화도 보고, 새 신발도 사고, 술도 한잔하기로 했으니. 저자의 말처럼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반드시 계절은 바뀐다. 겨울밤이 아무리 길다고 한들 오는 아침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336쪽) 지치지 않고 함께 걸어가길. 누구도 일하다 죽지 않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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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한줄🔖


(9p.) 하로동선(夏爐冬扇), 여름에는 난로를, 겨울에는 부채를 준비한다는 뜻입니다. 권력에는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끝은 멀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충분히 분노하되 그 분노에만 휩쓸리지 않는 것, 그리고 그다음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17p.) 지금은 어쩌면 치열하게 절망해야 할 시간, 실컷 울고 말개진 눈으로 그 절망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시간입니다. 절망과 응시의 시간을 지나 지도를 그리듯 꼼꼼하게 내 앞에 놓인 샛길과 낭떠러지를 파악하고, 동화 속 소년처럼 용감하게 다시 일어서서 길을 나서야 합니다.


(73p.) 대통령이 바뀌면 내 생활이 나아지느냐고 묻던 창원의 그 청년 노동자에게 저 또한 같은 말을 전합니다. 노조에 가입하십시오. 마음에 드는 정당의 당원이 되십시오. 좋은 정치를 만드는 좋은 정당과 노동조합이야말로 (주)대한민국에서 노동자가 존엄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2개의 기둥이니까요.


(99p.) "스물일곱 건강했던 아들이 과로로 죽었습니다. 저는 아들을 잃고 나서야 긴 시간 일하면 젊고 건강한 사람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아들의 죽음이) 장시간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죽은 아들의 나약함, 그런 나약한 아들을 둔 부모 책임으로 남지 않게 노동자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세요."


(105p.) 대한민국 국민들은 잠시라도 놀면 죽습니다.


(241p.) 그러나 기억하시라. 도도한 민주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사람, 그 누구도 결국 그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사라졌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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