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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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의 상식을 믿어.

부지런히 하루하루를 살면서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세상이 이상한 데로 가지는 않을 거야."

그리고 봄 (조선희, 한겨레출판) - 329p. 정희

2022년부터 봄부터 2023년의 봄까지, 종교관은 같지만 정치색은 다른 4인 가족의 이야기. 봄과 여름, 가을에서 겨울을 거치며 다시 봄이 오는 계절의 흐름은 가족들의 파란만장한 1년을 대변한다. ​"한 가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한 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이기호 소설가의 추천사가 인상 깊었다.

혼란한 정치 상황이 한 평범한 가정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은 아니다. 우리의 삶과 비슷하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기꺼이 살아가는 우리 삶의 형태가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유쾌한 문체와 등장인물들의 생동감에 자주 웃음이 새어 나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도대체 어떻게 알고 이런 이야기를 쓰셨지? 싶어 놀란 부분이 많았다. 20대 여성, 남성 50대 여성, 남성의 모든 시각이 소설에 전부 담겨 있어 놀라웠다. 특히나 20대 여성인 나는 현 세대의 가치관과 흐름, 문화에 대해 완벽히 간파하고 있는 몇몇 지점들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ex. 중고등학교 때 아이돌을 졸업했으나 20대 후반이 되어 NCT를 사랑하는 딸 하민의 모습..)

인간은 왜 이리도 입체적일까. 소설 속 네 명의 인물도 그러하다. 이해하지 못할, 그러나 이해하고 싶은 면들이 가득한 이들. 나와 양극단에 서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내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전혀 다른 서로가 있기에 세상의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확히는 그렇게라도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모두가 다르기에 세상이 알록달록 풍요로운 것이라고. 세상의 균형은 그런 식으로 유지되는 것이라고. 평소 해왔던 이와 같은 생각에 "순환하는 계절을 바라보듯 서로의 처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고 애쓰고 지켜보려고 노력하는 점이 이 가족의 내일을 낙관하게 만든다(추천사 中)"는 말을 더하려 한다. 반드시 아름다울 수만은 없겠지만, 명랑할 수만은 없겠지만. 계절은 계속 바뀌고 언제고 봄은 다시 찾아와줄 것이다. 이 가족이 그러하듯.


#책속의한줄 🔖

(17p.) 동민이 아빠 앞에서 "씨발"이라 한 건 프랑스 시민들이 바스티유 감옥에 몰려간 것과 같다. -정희

(67p.) 그 2막의 커튼을 열어젖힌 사람이 자신이 아니고 딸이라는 것. 내가 더 이상 내 태양계의 중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 정희

(121p.) 엄마가 식탁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눈물을 감추고 있었지만 몸 전체로 울고 있었다. - 하민

(131p.) 곧 부서질 듯한 고치의 느낌. 고치를 벗고 나오는 일이 서른 나이에도 너무 이른 것인가. 고치를 벗고 나오는 몸짓이 너무 거칠었나. -하민

(188p.) 하지만 누구를 미워하는 건 기 빨리는 일이다. 더구나 엄마 아빠가 저축해 놓은 따뜻한 기억들과 싸우는 일은 몇 배 진 빠지는 일이었다. -동민

(191p.) "스타트업이 대기업 되는 건 정자가 인간이 될 확률과 같아." -동민

(213p.) "연금술사라고 못 들어봤냐? 연금 받아서 술 사는 사람." -영한

(194p.) 영한은 울고 싶어졌다. 하룻저녁 가벼운 대화로 아들과 화기애애했던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모처럼의 화통한 대화는 아들과 자신 사이에 놓인 것이 작은 틈이 아니라 깊은 계곡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정희

(297p.) 딸은 그녀에게 여전히 지독한 혼란이다. 동의가 되다가 안 되고 이해가 되다가 안 되고 재밌다가 화나고 딸을 응원하다가 문득 옆구리가 허전해진다. 딸의 친구거나 친구의 딸이라면 그 이야기를 즐겁게 듣고 흔쾌히 응원할 것 같다. -정희

(329p.) "나 있잖아. 요새는 교통신호 잘 지켜. 빨간불에 절대 안 건너고. 운전할 때도 양보운전 하고. 음식점 가도 종업원들한테 공손하게 하고. 사회가 너무 험해지는 것 같아서 일부러. 행동하는 양심이야. 그냥 내 식으로." -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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