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유독 두통이 심했다. 매 순간 긴장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집에 오면 기진맥진 되는 날도 잦았다. 친구들이나 가족들, 선생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 맡은 일을 모두 척척 잘 해내고 싶은 마음, 모두에게 친절하고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마음까지. 언제나 타인을 중심으로 두고 면밀히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그리고 그 마음만큼 들어차지 않은 때에는 스스로 크게 자책하며 괴로워했다. 세상 사람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으로 매일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고, 다들 이렇게 두통에 시달리는 줄 알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타인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 사람들의 의도, 마음, 두려움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지만 그냥 알게 되지(288쪽) 도 않는다. 이제는 내가 꽤나 '예민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에 비해 조금 더 피곤하다는 것을 안다. 알면서도 유난스러운 사람이 되기란 얼마나 싫은지. 예민하지 않은 척을 하는 것까지가 두통을 만드는 한 세트다. 왜일까? 왜 예민함은 부정적인 기질로 느껴질까?
저자는 이렇듯, 예민함이 고쳐야 하는 무언가로 느껴지는 문화에 대해 반기를 든다. 미국 최대 ‘예민’ 상담 플랫폼 SR(Sensitive Refuge)의 창립자인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플랫폼의 다양한 상담 사례를 더해 독자가 어떤 부분에 예민한지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제시한다.(출판사 서평中) 그리고 예민함은 성격적 결함이 아님을 거듭 강조한다. 마치 내성적이라는 단어가 한때는 부정적으로 인식되어 모두에게 외향성을 강조했던 것처럼, 예민함 역시 과하게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8장:예민한 사람의 업무능력]과 [9장:예민함이 필요한 사회]에 대해 쓰인 목차가 인상 깊었다. 실생활에 적용해 볼 수 있는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꿀팁(?)이 가득하다. 그중 인지적인 뇌를 활성화하여 이성과 감성을 분리하는 방법은 평소에도 노력하던 부분이라 신기했다. 평소 감각으로 하던 행위를 텍스트를 읽으며 다시금 정리하니 명확해진다. 이제는 제대로 감정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분열되고, 서두르며, 지나치게 과도한 이 세상에서 절실히 필요한 예민한 사람들의 관점, 센서티브 웨이에 대해서도 다시 짚어주어 이해가 쉬웠다.
예민함은 약점이 아니다.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예민한 사람들만이 세상을 감지하는 특별한 재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예민함을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저는 매우 예민해요."라는 말이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