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체능을 전공하며 입시생 때부터 '노력'에 대한 날 선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내가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건 범법행위나 다름없었다. 하루에 3시간씩만 자며 매일 연습 또 연습을 이어갔음에도, 1일 1식으로 샐러드만 먹으면서도 죄책감을 느꼈다. 밤을 새는 친구도 있을 텐데, 아예 굶는 친구도 있을 텐데.. 하고 말이다. 계속해서 내가 하고 있는 건 '최선의 노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노력 신봉 사회'에서 입시를 겪은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땠는가? 모두가 자신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었는가? 전혀 아니다. 어떤 이들은 노력 이상의, 또 어떤 이들은 노력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받는다. 이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저자는 이 모든 상황 속에서 노력과 재능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과학적 증거를 밝힌다. 공부, 입시, 다이어트 등.. 우리가 직접 겪는 상황들을 통해 노력의 배신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더불어 노력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깜짝 놀랄만한 분석 수치를 제시한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싶어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재능은 모든 노력을 압도하고, 노력조차 재능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시에, 결코 노력에 대해 폄하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드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접 시도해 보고, 부딪쳐보고, 경험해 보며 최선의 노력을 해봐야만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안타깝지만 노력하지 않는 것에 대한 명분을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이 책은 최선의 노력을 다했음에도 실패한 사람들이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모습을 보고, 더는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타인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으로 쓰여진 책이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노력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가혹하게 대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최선의 노력을 다하더라도 실패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실패했다면 과감히 포기를 선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패배감을 느낄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 노력은 절대 성공의 유일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시 성공했다 할지라도 그 성공에는 명분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성공은 그저 운이고 우연이다. 그러니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며, 성공했다면 운 좋게 받은 혜택을 기꺼이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
더불어 성공과 실패의 여부에 대해 개인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책임을 담당하며, 어떤 재능과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도 문제가 되지 않을 사회적 환경과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이것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임이고 의무다. 이제 이 다음이 궁금해진다. 정부가 어떻게 그런 사회를 만들 것인가. 이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런 내일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