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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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푸른숲 #여름비독서단 으로 선정되어 선물받은 책! 해외 독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국내에서도 2016년 초판 발행 이후 지금까지. 무려 7년간 꾸준히 읽히고 있는 베스트셀러, 영미 스릴러 소설이다. 검증된 작품 답게 흡입력이 엄청나다. 꽤나 두께가 있어서(약 500쪽)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앉은 자리에서 페이지 넘기는걸 멈출 수가 없었다. 정말 술술 읽힌다. 줄거리를 한 줄 요약하자면.. <'릴리' 라는 여자가 모든 문제를 살인으로 해결하는 이야기> 라고 할 수 있겠다. 여름밤, 긴 호흡으로 읽을 시원한 스릴러 소설로 적극! 추천한다.

릴리의 문제 해결 방식은 살인이다. 치밀하고 계획적이다. 심지어 담담하기까지 하다. 원래 테드를 주인공으로 정했으나 쓸수록 릴리에게 매료되어 주인공을 바꿨다는 작가의 말이 백번 이해가 된다. 이 아래로는 *스포주의 !!!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내용인만큼, 조금의 스포도 원치 않는다면 다 읽고 다시 찾아주시라. 함께 감상을 나누길 바란다. 특히나 1부에서 2부로 넘어갈 때 느꼈던 짜릿함을 여러분도 꼭 느껴보시길! ;)


생생하게 살아 있고, 생생하게 혼자인 기분.

이 순간 내 유일한 동반자는 어린 나, 쳇을 우물에 밀어 넣은 아이 뿐이었다. 우리의 시선이 마주쳤고 우린 서로 말할 필요도 없었다. 생존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삶의 의미였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여러모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표현이었다. 내가 눈을 깜빡이자 어린 나는 사라지더니 내 안으로 들어왔고, 우린 함께 뉴욕 시로 향했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스완슨 (376p.)

타인을 향한 릴리의 당당한 정죄가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죽여 마땅한', '살아봐야 가치가 없는' 등의 가치판단이 얼마나 오만한 것인지 그녀가 알았어야 했는데. 유년시절부터 찬찬히 비틀린 자아가 어떻게 파멸하는가, 릴리를 보며 그 과정을 읽었다. 물론 흔히 '싸이코패스'라 불리는 본성의 영역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남아야만했던 생존본능이 그녀의 비틀어진 삶의 방식을 구체화했다고 생각한다. 생존이 유일한 삶의 의미라는게 얼마나 슬픈 일인가. '그렇게도 죽여대는 것'이 타인의 죽음을 보며 대비되는 자신의 생존을 감각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 든다. 동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하는 것 또한. 다만 자꾸만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가 릴리를 응원하게 되는 이유는 그녀가 살인자인 동시에 피해자이고, 우리 마음속에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하나쯤 있기 때문이다. 릴리는 우리의 그런내밀하고 어두운 욕망을 대신 실행하는 인물이다." (옮긴이의 말 中)

노진선 역자의 '옮긴이의 말'을 읽으며 가려웠던 부분이 시원해졌다. 그녀의 살인은 비윤리적이지만, 죽임을 당한 자들의 불의(不義)를 보면 '죽어도 싸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릴리의 동기를 이해하고, 릴리의 주변인들에 같이 분노하면서 말이다. 그게 다 내 안에도 릴리가 있어서, 그래서 그랬구나.

결말 이후 릴리는 어떻게 될까? 릴리의 범죄가 마침내 모두 드러날지, 혹은 영원히 땅 속에 묻힐지. 모든 가능성과 판단을 독자에게 맡긴 것이 흥미롭다.


이 부분 번역을 보며 감탄했다! 원작에는 영어로 어떻게 쓰여있을지 궁금하다😂 위에도 언급했듯, ‘옮긴이의 말’도 번역도 정말 좋았어서.. 덕분에 더 풍부하고 즐거운 독서 경험이 되었다. 소설을 읽고 저자보다 역자가 궁금해지긴 처음! #노진선 역자님, 감사합니다🫶🏻


🔖 #책속의한줄

(124p.)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는 인간들.

(125p.) 내게 잘 보이려고 노력헀다. 모두 계획된 술수였다 할지라도 나는 그런 수고가 기특했다.

(140p.) 내 아내와 잔 것에 대한 벌이라서가 아니라 지구상에서 브래드가 사라지는 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이다.

(145p.) 하지만 페이스는 내 곁에 있었고, 나는 그녀를 알게 되었기에 달리 상상할 여지가 없었다.

(213p.) "몰랐네요. 그러니까 신념(faith)을 잃었군요."

(240p.) 그녀는 내 눈에서 뭘 봤을까? 우물 밑바닥에 떨어진 쳇을 봤을까? 에릭 워시번을 넘어선 우리의 공통점을 봤을까?

(254p.) 그해는 분노에 들끓는 엄마의 길고 긴 독백으로 기억된다

(407p.) 나는 계속 생존할 것이다. 초원에서의 그날 밤, 쏟아지는 별빛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간직한 채. 그것은 내가 특별한 사람이고, 남과 다른 도덕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깨달음이었다. 정상적인 인간이 아닌 동물, 소나 여우, 올빼미의 도덕성을.

(452p.) '죽어 마땅한'과 '죽여 마땅한'의 차이는 무엇일까? 'deserve to die'가 아닌, 이 책의 원제에도 나오는 'worth killing'은 살인자로서의 정체성과 능동성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죽어도 싸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가 직접 살인을 실행하리라는 의지. 주인공 릴리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다. (옮긴이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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