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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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정말 잘 어울리는! 무려 '호러 스릴러 판타지 청춘 로맨스' 소설이다. 안전가옥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보인 신간으로, 귀여운 곰돌이 궁댕이를 보자마자..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키링까지 함께♡ 소설을 다 읽고 키링을 다시 보니..(눈물) 이 기특한 곰돌이 같으니라고..! 이걸 달고 다니면 해피 스마일 베어가 곁에서 든든히 지켜줄 것만 같다.


예상치 못한 전개로 흘러가는 소설을 숨 가쁘게 따라갔다. 결말에 다다랐을 때는 서운하기까지 했다.. 안돼! 끝나지 말아라! 화영아 도하야 너네 앞으로 어떻게 사는지도 보여줘라!! 등장인물들의 다음이 궁금해지는 소설은 참 좋은 이야기인 것 같다. 여기서 끝입니다. 안녕~ 하는 것보다 내 마음대로 그들의 설레는 미래를 꿈꾸게 될 때, 책을 닫고도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렇게 쌓인 무수한 이야기들이 내 삶 곳곳에 스며들어 생동감을 준다. 말 그대로 '生動感', 생기 있게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 특히 몸보다도 마음의 생동감이 커진다. 지루한 일상의 풍경이 나만 아는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경험은 짜릿하다. 이제 동네 곳곳에 저수지만 봐도, 컨테이너 박스들만 봐도. 저기가 혹시.. 화영이 갔던 저수지? 도하가 있던 컨테이너...?! 하면서 혼자 신나게 곱씹겠지. 오싹하면서도 달짝지근한 이야기에 푹~ 빠져, 덕분에 즐거운 초여름이었다.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생겨 버린 두 사람이

서로의 구멍을 살과 피와 솜뭉치로 채우는 이야기

- 작가의 말 中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조예은 (안전가옥)


화영은 슬픔의 자리에 복수라는 새로운 목표를 채워 넣은, 아직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다. (프로듀서의 말 中) 하나의 감정을 온전히 흘려보내지 못하면 반드시 다른 오답의 감정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리고 속인다. 너는 슬픈 게 아니라 화난 거라고, 실망한 게 아니라 미운 거라고, 사랑해서가 아니라 증오해서 그런 거라고. 분리가 어려워진다. 그러니 오답엔 깔끔하게 빗금을 치고, 진짜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슬픔의 자리는 슬픔으로. 복수의 자리는 복수로. 이제는 화영이 그 두 가지의 마음을 분리할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란다. 엄마를 떠올리며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그저 그리운 마음, 슬픈 마음, 혹은 행복했던 추억들을 떠올렸으면 하고. 복수를 떠올릴 때는 후련한 감정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았으면 한다. 복수란 건 결국 자기 자신에게도 괴로운 일일 테니까. 그저 화영의 남은 생(生)이 복수를 위해서 혹은 무언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자연히 흘러가 바란다. 매일이 그럴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행복하면서. 화영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흔히들 '쌍방구원'이라고 부르는 서사를 좋아한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 언제나 이렇게 기꺼이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에는 면역이 없지. '나는 나만이 구원할 수 있다, 타인에게 기대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혼자서 이겨내야 한다..' 등등의 자립을 강조하는 문장들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구원은 셀프지.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라고 단언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삶의 어떤 한순간에서 기꺼이 서로를 구해낼 수도 있다. 나 역시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무너지지 않으려 부단히 애쓰던 때가 있었다.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말하지 않고 '혼자' 이겨내야만 그게 진짜 강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대로. 손쓸 수 없는 강풍에 치명타를 맞고.. 그대로 부러졌다. 부러진 밑동은 자연치유되지 않았다. 오직 사랑하는 타인들의 손길에 의해서만 조금씩 새살을 돋울 수 있었다. 그 과정을 겪으며, 오래 잘 살기 위해서는 기꺼이 타인에게 기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갈대처럼 바람에도 유연하게 흔들리며, 주변 갈대들과도 속삭이며. 매 순간 온몸에 힘을 주기보다는 긴장을 풀고 흘러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우리의 삶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평생의 마라톤이니까.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며 함께 달려야 지치지 않을 수 있다. 이 소설의 화영과 해피 스마일 베어(안에 갇힌 도하)가 그러했다. 그들은 복수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와중도 서로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의 이유가 된다. 타인이 삶의 이유가 되는 것만큼 운명적인 일이 또 있을까? 나 역시 화영과 도하가 그랬듯 누군가의 해피 스마일 베어가 되어 타인을 구함으로써 서로를 구원하고 싶다. 그들 역시 지금처럼 서로 기대며 앞으로 또 생길 서로의 구멍들을 채워주길.

❤️‍🩹🧸🪓🩸


🔖 #책속의한줄

(8p.) 흉기란 남의 살에 박혀 있는 순간을 제외하곤 언제든 나 역시 상처 입힐 수 있는 것. 태어날 때부터 쥐고 태어난 게 아닌 이상 영혼 정도는 팔아넘겨야 간신히 손잡이를 쥘 수 있는 법이다.

(60p.) 답이 없다는 건 끝이 없다는 것.

(187p.) 그 슬픔은 어디서 오는 걸까? (...) 슬픔은 화영으로부터 온다.

(188p.) 복수에 실패한 화영은 분명 행복하지 않겠지만, 복수에 성공한 화영이 행복해질 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슬픔은 바로 거기 서 오는 것이다. 불확실한 행복의 가능성으로부터.

(-p.) 그러니 나는 총과 칼을, 진실과 복수를 돈을 주고 살 거다.

(-p.) 곰 인형 도하: nevertheless.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답이었다.

(327p.) 도하는 다가가 화영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렸다. 그리고 화영을 향해 말했다. "끝나고 해야 할 일이 있잖아. 넌 내 팔이랑 귀를 꿰매 줘야 해. 알지?"

(348p.) 화영은 나지막이 답했다. 아니? 내가 왜 죽어? 난 살 거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곰 인형을 꿰매는 것.

(349p.) 화영은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둥글게 말아 파도처럼 밀려오는 먼지와 재, 그리고 피 냄새로부터 도하를 지켜 냈다. 흙바다에 누워 바라본 야무의 밤하늘에는 별이 하나도 없었지만, 화영은 이것도 꽤 운치 있다고 생각했다.

(360p.) 어딘가 커다란 구멍이 생겨 버린 두 사람이 서로의 구멍을 살과 피와 솜뭉치로 채우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길고 지루한 우리 일상을 버티게 하는 건 아주 사소한 기억과 어느 정도의 체념, 그리고 애착 인형처럼 꿋꿋이 곁에 남아 있는 다음을 향한 기대감이라고 믿습니다. 그 기대감이란 현실의 것일 수도, 가상의 이야기를 가리키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 작가의 말 中

(361p.) 화영과 도하, 이 두 아이가 이야기 중심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저 지켜보았습니다. - 담당 프로듀서의 말 中

(362p.) 그러나 화영은 순진하다기보다는 슬픔의 자리에 복수라는 새로운 목표를 채워 넣은, 아직 엄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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