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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는 영원히 ㅣ 위픽
황모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평점 :

내가 살면서 가진 타인의 시간은 몇 초나 될까? 무수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내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눈을 10초도 바라본 적이 없다는 점이. 사랑하는 이들에게조차 그러지 못했다는 점이. 마음을 콕콕 쑤셨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서도 절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지. 시간, 그리고 마음. 그러니 사랑하는 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값비싼 선물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 시간은 단순한 흐름의 의미 이상을 갖는다. 시간을 내어준 기꺼운 마음까지 더해져 영원으로 남겠지.
소설은 ‘나’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지루하던 ‘나’의 학교에 전학 온 ‘류비’는 말한다. "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날 10초 동안 바라본다면, 난 널 볼 수 있어. (...) 내가 널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내게도 그 순간부터 10초는 더 줘야 해. 그럼 우리는 서로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어." 동체시력이 나쁜 류비는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을 볼 수 없지만, 10초 이상 가만히 있는 것은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하루 종일 엎드려 자는 ‘나’와 같은 사람이 그러하다. 그렇게 누군가의 10초는 누군가에게 영원이 된다.
잘못 들어선 산책길에서 작품을 구상했다는 작가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잘못 들어서야먄 알 수 있는 숨겨진 아픔들이 있다. 이제는 밖으로 나올 때이다. 교실을 박차고 나온 그들에게 이어질 환대와 연대가 기대된다. 그래, '특별한' 아이들에게는 문제가 없다. 그들을 가두고 '망상증'이라 이름 붙인 사람들이 문제지. 그러니 변할 필요도, 고칠 필요도 없다. '나'같은 속도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류비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이 다 같이 머리를 맞대는 마을을 만들 필요만 있다. 그들이 어떻게 모이든, 어떤 마을을 만나든, 새로운 곳을 만들든 그 모든 방식을 응원한다.
눈을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겠다. 이제는 눈을 맞추고, 서로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음을 안다. '나'와 류비 그리고 특별한 아이들 덕이다. 시작부터 천천히 나아가 그들이 마침내 시설을 박차고 나올 때 느꼈을 환대와 연대를 함께 이어나가고 싶다.
그러니 함께 기적을 일으키자고 손을 내미는 저자의 제안에 기쁘게 응하겠다. 서로를 위해 조금 더 기꺼워질 우리가 있기에 내일을 낙관한다.
계속 바라볼 거니까, 계속 사랑할 거니까 !
🔖 #책속의한줄
(21p.) 줄곧 무인의 세계 속에 살던 류비는 그 순간 누군가를 환대한다. 세상이 조용해지면 류비의 세계는 북적거리기 시작한다.
(27p.) “10초는 길어. 생각보다 영원에 가까운 시간이야. (...) 내게 필요한 방식대로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사용할 사람은 별로 없어. 그게 10초든, 영원이든.”
(45p.) “내 앞에 서주기만 하면 그걸로 완성이야. 내 방식대로 맞춰주는 사람, 내 요구대로 따라주는 사람, 내가 보는 세상을 같이 상상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이미 완벽하지. 10초는 덤이라고.”
(47p.) 그렇게 서두르면 당신은 류비의 세계엔 아예 존재하지 않아요.
(76p.) 같은 실수를 해도 똑같은 누명을 써도 만회하는 데에 누구나 똑같은 질량의 에너지가 드는 건 아니라는 걸.
(85p.) 나와 류비가 같이 살려면 어떤 마을을 만나야 할까.
(90p.) 요즘처럼 약하고 무력한 자들이 정말로 취약한 상황에 내던져진 채 각자도생이라는 말까지 듣는 일은 가혹할 만큼 징벌적입니다. 이 징벌은 정말 공정하고 공평하느냐고 따져 묻고만 싶습니다.
(90p.) 찰나의 순간밖에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10초에 불과한 시간이 영원이 되는 기적을.
위픽 타이포랑 표지 컬러 최고다 오른쪽 상단의 하트 이모지 보자마자 반했다.. 너무 사랑스럽잖아!
정말 오랜만에 읽은 #sf 황모과 작가님 ..🫶🏻
역시 내가 조금 더 편애하는 소설들의 코어는 무조건 SF다…
SF최고, SF만세, SF가 세상을 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