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속의한줄
(15p.) 나도 너를 보러 여기까지 왔어. - 「새 이야기 中」
(19p.) 천희가 떠나서 나는 슬프다. 그 문장만을 생각하며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후련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 「새 이야기 中」
(74p.) 규희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은 왠지 선명해서. 그렇지, 규희야 너는 지금 숨을 쉴 수 없지. 나만 쉴 수 있어서 미안해. 그런 마음으로 조금만 내쉬어도 겨울 허공에 하얗게 티가 나는 숨을 간신히, 조금씩 참아보았다. 참 멍청하지. 안다. - 「나주에 대하여 中」
(85p.) 그렇게라도 의미를 찾는 삶이 자신의 삶보다는 낫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했다. 생각하기도 한 게 아니라 오래 생각하다보면 늘 그쪽으로 생각이 매듭지어졌다. 그래도 쟤가 나보다 낫다, 그래도 쟨 뭘 하잖아, 그런 식으로. - 「꿈과 요리 中」
(96p.) 팍팍한 현실에서 수언에게 동력이 되는 것은 꿈뿐이었다. 그것에만은 눈치를 보거나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단호함이었다. 절박함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꿈과 요리 中」
(97p.) 수언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은 아무에게도 없으며 자신 역시 똑같다고. 잘하면 되겠지만 잘해도 안 될 수도 있는 거라고. 될 때까지 하겠지만 결국 안 되었을 때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비장한 게 우습다고 할지 몰라도 그래야 했다. 자신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 것까지만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생각하지 말자. 미래는 잘 모르니까. 안되어도 누구를 탓하며, 그걸 가지고 핑계를 대거나 알리바이를 궁리하며 꿈을 포기했네 어쩌네 하고 연극적으로 과장되게 굴기는 싫었다. - 「꿈과 요리 中」
(99p.) 나도 어쩐지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오로지 지키고 싶다는 태도만이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의 굴레에 빠질 때 그랬다. 자신을 돌아보면 그저 망하지 않는 것, 망하지 않음을 위해 전력을 다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 「꿈과 요리 中」
(170p.)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라서, 가끔 너무 무섭지 않니? - 「척출기 中」
(173p.) 나쁘지만, 더 나빠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까웠다. 귀가 닫히자 마음들이 살아 움직였다. 그 궤도가 보였다. - 「척출기 中」
(177p.) 네, 전 그냥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과거를 남기지 않은 채로.
잘 안되죠?
안되죠, 저는 그냥 저더라고요.
그걸 전부 포함해서, 우리는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죠. - 「척출기 中」
(189p.) 내 불안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그 모든 말들을 내가 듣잖아요. 그렇게 불안을 구체화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은주는 약해 보였다. - 「정체기 中」
(220p.) 문득문득 이 침묵이 실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때. 그럴 때 나는 희미해진다. - 「쉬운 마음 中」
(240p.)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 「쉬운 마음 中」
(247p.) 이게 크나큰 속임수고 덫이어도, 다 망하더라도, 결국 또 아니더라도 한 번은 소리내어 말해보고 싶었다. - 「쉬운 마음 中」
(309p.) 항상 소설집이라는 형태를 좋아했다. 거기에는 기다림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작가가 소설을 쓰기를,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또 적당한 편수가 모이고 그것이 실제로 출간되기까지 기다리는 일. 소설을 그렇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런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 「작가의 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