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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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읽기 위해 마음과 마음 사이를 무수히 오가는

그 헤아릴 길 없는 왕복 운동, 그 지난한 마음 읽기의 실패는 사랑이다. 마음 읽기는 알 수 없다는 막연함과 끝내 모르겠다는 실패 속에서만 가능하다. 실패 속에 있을 때만 우리는 사랑을 한다.

실패하는 여덟 편의 소설을 통해 작가 김화진이 쓴 것은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지치지 않는 열정일 것이다. 그 열정은 우리를 애타는 마음의 온도보다 더 뜨겁고 깊은 곳에 데려다 놓는다. - 박혜진(문학평론가)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내 마음을 잘게 조각내어 하나씩 소설로 만든 것만 같았다. 읽는 내내 정말.. 정말 좋았다. 20대, 딱 이 시기에 이 소설을 만나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나조차 설명할 수 없었던 복잡한 내면이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꽤나 구체화되었다. 적어도 내가 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음은 틀림없다. 동시에 나는 소설 속 모든 인물이자, 철저히 그 인물일 수 없었다. 모든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지 알기 때문에.

각 단편 속 모든 인물들이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오는 느낌이었다. 네 마음을 내가 안다고, 나도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솔직하고 부끄러운 내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나도 네 가장 못난 부분을 닮은 구석이 있다고. 언제나 가장 큰 위로는 '혼자가 아님'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아닐까?

특히나 <꿈과 요리> 를 읽는 동안, 나는 수언이자 동시에 솔지였다. 잔잔히 꿈을 향해 나아가 자신의 자리를 만드는 수언과 타올랐다가 이내 일상으로 돌아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솔지. 서로를 동경하고 질투하고 애정 하는 두 사람의 마음이 내 안에도 가득하기 때문에. 특히나 97쪽, 수언의 다짐이 몇 년 전 내가 적어두었던 일기와 상당히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


꿈을 이루는 것에 실패하고, 사랑에 실패하고, 이해에 실패하고, 용서에 실패하고, 극복에 실패하고. 그럼에도 내일을 살고. 또다시 사랑을 이어가고. 수언에서 솔지의 삶으로 넘어가겠다고 결심하던 때에. 그러니까 오랜 꿈을 접기로 한때에 말이다. 대단한 무언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일상을 사랑스럽게 살아내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저자의 소설 속 인물들이 그러하듯, 앞으로 누군가 내게 삶을 어떻게 살고 싶어? 하고 묻는다면 김화진의 소설 속 인물들처럼 살고 싶다고 답할 것이다.



해설과 작가의 말까지 작품이다.. 모두 꼭 이어서 바로 읽어주시길! 여운이 더 진하게 남을 수 있도록!

그리고 박혜진 평론가님.. 많이 좋아합니다🥺 소설에 평론가님의 글이 같이 실려 있다고 하면 더욱 소장하고 싶어진다ㅎㅎ 이런 제 짝사랑의 고백도 읽혀진다면 어느새 사랑일까요?🩷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소설이 중요하고,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이 좋고 행복하다고 언제나 말하고 싶었다.

(작가의 말 中)

나주에 대하여, 김화진

민음사티비를 통해 알게 된 김화진 편집자님, 영상 내에서도 자신의 일을 향한, 소설을 향한 애정이 마구마구 느껴져서 저 사람 참 사랑스럽구나, 자신의 일에 애정을 다하는 모습은 저렇게 빛이 나는구나- 생각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책으로, 소설로 만난 김화진 작가님은 내 생각보다 더 더 사랑이 가득했다.

타인의 마음을 이리도 잔잔히 들여다볼 수 있는 사람이라니. 그리고 사랑이라니. '김화진 소설의 코어는 역시나 마음이며 사랑'(소유정 평론가)이라는 평처럼,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을 이렇게 소설로 풀어낼 수 있음에 동경하고,

그걸 읽을 수 있는 독자라 행복하고.

작가님의 세계에서 소설이 중요한 만큼,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이 행복한 만큼. 나 역시 행복한 마음으로 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외롭지 않다고. 덕분에 앞으로도 기쁘게 당신을 기다린다고 꼭 전해드리고 싶다.

누군가의 사랑을 읽는 일이 이렇게나 행복하구나, 🫶🏻


🔖 #책속의한줄

(15p.) 나도 너를 보러 여기까지 왔어. - 「새 이야기 中」

(19p.) 천희가 떠나서 나는 슬프다. 그 문장만을 생각하며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었다. 단순하게 슬퍼할 수 있다는 게 그렇게 후련한 일이라는 걸 처음으로 깨달았다. - 「새 이야기 中」

(74p.) 규희는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는 사실은 왠지 선명해서. 그렇지, 규희야 너는 지금 숨을 쉴 수 없지. 나만 쉴 수 있어서 미안해. 그런 마음으로 조금만 내쉬어도 겨울 허공에 하얗게 티가 나는 숨을 간신히, 조금씩 참아보았다. 참 멍청하지. 안다. - 「나주에 대하여 中」

(85p.) 그렇게라도 의미를 찾는 삶이 자신의 삶보다는 낫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했다. 생각하기도 한 게 아니라 오래 생각하다보면 늘 그쪽으로 생각이 매듭지어졌다. 그래도 쟤가 나보다 낫다, 그래도 쟨 뭘 하잖아, 그런 식으로. - 「꿈과 요리 中」

(96p.) 팍팍한 현실에서 수언에게 동력이 되는 것은 꿈뿐이었다. 그것에만은 눈치를 보거나 후회하고 싶지 않다는 단호함이었다. 절박함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 「꿈과 요리 中」

(97p.) 수언은 자신이 특별하다고 여기지는 않았다. 되고 싶다고 해서 반드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일은 아무에게도 없으며 자신 역시 똑같다고. 잘하면 되겠지만 잘해도 안 될 수도 있는 거라고. 될 때까지 하겠지만 결국 안 되었을 때 누구의 탓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는 그렇게까지 비장한 게 우습다고 할지 몰라도 그래야 했다. 자신을 싫어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한 것까지만 후회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 이후는 생각하지 말자. 미래는 잘 모르니까. 안되어도 누구를 탓하며, 그걸 가지고 핑계를 대거나 알리바이를 궁리하며 꿈을 포기했네 어쩌네 하고 연극적으로 과장되게 굴기는 싫었다. - 「꿈과 요리 中」

(99p.) 나도 어쩐지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면 무엇을 지키고 싶은지 잘 모르겠고 오로지 지키고 싶다는 태도만이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의 굴레에 빠질 때 그랬다. 자신을 돌아보면 그저 망하지 않는 것, 망하지 않음을 위해 전력을 다해 살고 있는 것 같았다. - 「꿈과 요리 中」

(170p.)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라서, 가끔 너무 무섭지 않니? - 「척출기 中」

(173p.) 나쁘지만, 더 나빠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가까웠다. 귀가 닫히자 마음들이 살아 움직였다. 그 궤도가 보였다. - 「척출기 中」

(177p.) 네, 전 그냥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과거를 남기지 않은 채로.

잘 안되죠?

안되죠, 저는 그냥 저더라고요.

그걸 전부 포함해서, 우리는 이전과 달라졌다고 하죠. - 「척출기 中」

(189p.) 내 불안을 설명하고,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그 모든 말들을 내가 듣잖아요. 그렇게 불안을 구체화하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어요.

그렇게 말하는 은주는 약해 보였다. - 「정체기 中」

(220p.) 문득문득 이 침묵이 실은 내가 선택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때. 그럴 때 나는 희미해진다. - 「쉬운 마음 中」

(240p.) 선배, 저는요... 사실 사람들이 좋아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한다는 게 좋아요. 이런 걸 좋아한다는 사실이 너무 촌스럽고 의존적이고 속이 빈 것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래서 그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면서도 가끔 이렇게 털어놓고 싶어져요. - 「쉬운 마음 中」

(247p.) 이게 크나큰 속임수고 덫이어도, 다 망하더라도, 결국 또 아니더라도 한 번은 소리내어 말해보고 싶었다. - 「쉬운 마음 中」

(309p.) 항상 소설집이라는 형태를 좋아했다. 거기에는 기다림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작가가 소설을 쓰기를, 발표하기를, 기다리고, 또 적당한 편수가 모이고 그것이 실제로 출간되기까지 기다리는 일. 소설을 그렇게까지 기다려주는 사람들과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런 세계에서 일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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