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속의한줄
(113p.) DMN의 활동이 활발해질수록 자아에 대한 감각과 인식이 강해지며 내면세계에 몰두하게 되는데, 그 활발해진 상태의 극단이 우울 중독 강박이다. ISD는 DVN의 활동을 저해함으로써 자아가 해체되는 느낌과 함께 억눌려 있던 뇌의 다양한 영역들을 일깨운다. LSD를 치료제로 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통찰을 준다.
우울은 그게 어떤 종류의 생각이든 나를 향한 몰두와 관련이 있다. 자아가 강조되기보다 자아가 해체될 때, 그래서 애초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될 때, 마음은 더 평온해진다.
(131p.) 사람들은 낯선 행복보다는 익숙한 고통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162p.) 별일이 있었으되, 별일이 아니었음을 드러내기. 일이 벌어진 것은 나의 책임도 나의 잘못도 아니지만, 동시에 나의 인생 경로 어디쯤에서 분명 나를 취약하게 만든 원인이 있었으며, 그 원인 역시 스스로 가장 열심히 담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폭력의 증언자가 되는 것이 어떤 일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나와 만나 내게 폭력의 역사를 증언해 준 여자들이 같은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들이 외로워지지 않기를 바란다.
(170p.)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쭉 들려주던 지은은 내게 말했다.
"우울증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되면 그 이름에 매몰되는 것 같아 요. 우울증 증상에 저를 맞춰보게 되고요. 이제는 그런 거 다 없애버렸어요. 제 기분에 어떤 이름을 붙이지 않기로 했어요. 우울증도 길어지니까 끝이 없네요. 매번 새롭게 알아가요. 사랑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고, 인생 전반을 다시 해석하고 또 다른 실마리를 찾게 돼요. 결국 제일 잘 알게 되는 건 나 자신이에요. 나란 사람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니까. 앞으로 남은 인생이 모두 그런 시간일 것 같아요."
(186p.) 사랑을 받는 일은, 사랑을 주는 이가 더 이상 나를 사랑학의 않거나 곁에서 사라지면 멈춰진다. 사랑을 주는 일은, 우리 마음 안에 타인을 향한 사랑이 남아 있는 한, 멈추지 않는다. 우리는 영원히 외로워지지 않는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2014, 마음산책)에서 신형철이 썼던 글을 인용하며 이번 장을 마무리하고 싶다.
<이제 여기서는 욕망과 사랑의 구조적 차이를 이렇게 요약해 보려고 한다.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세 계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너의 '있음'으로 나의 '없음'을 채울 수 있을 거라 믿고 격렬해지지만, 너의 있음'이 마침내 없어지면 나는 이제는 다른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반면, 우리가 무엇을 갖고 있지 않은 지가 중요한 것이 사랑의 세계이다.
나의 '없음'과 너의 '없음’이 서로를 알아볼 때, 우리 사이에는 격렬하지 않지만 무언가 고요하고 단호한 일이 일어난다. 함께 있을 때만 견뎌지는 결여가 있는데, 없음은 더 이상 없어질 수 없으므로, 나는 너를 떠날 필요가 없을 것이다.>
(304p.) 지현은 동물보호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한 것이 우울증에 대 처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약물치료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한 명의 개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사는 삶 말고,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무언가를 지지하는 활동을 할 때 회복되는 것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