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세자 영재교육 따라잡기

태교부터 시작, 만 3세면 이미 늦다?

'영재교육', '천재교육'을 요즘 시대의 지나친 교육열이 만들어낸 '유행'쯤으로 알면 오산이다. 700년 전 이미 우리나라에는 영재교육이 존재했다. 나라 최고의 석학들이 연구하여 실시했다는 조선시대 왕자들의 영재교육,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봤다.



임신 전후부터 시작한 영재 태교


10개월 임신기간 동안 왕실의 보호와 통제 아래 철저한 태교와 건강관리를 통해 엄격하게 이루어졌다. 매일 성현의 말씀을 읽거나 듣고 옥과 수정을 바라보며 왕자탄생을 기원했다. 특별히 왕비의 처소에는 크고 화려하며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가득 찬 화풍의 십장생도가 있었는데, 그 십장생도를 보면서 왕비가 직접 장차 태어날 아기에게 입힐 누비옷을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궁중 아악의 은은한 음률을 태교 음악으로 들었다. 주로 가야금이나 거문고 등의 현악기 선율이었는데, 태아의 두뇌발달을 위함이었다. 또 단맛은 수태 전후로 가급적 금지시켰는데 현대 의학적 관점에서 보면 칼슘의 부족을 초래하여 뇌의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이었다. 임신 3개월부터는 태교를 위해 시와 서예, 그림에 대한 태교 수업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태동이 시작되는 임신 5개월에는 본격적인 태교로 목청 좋은 내관들이 임신부 방 앞에서 사서삼경을 읽었다. 태아에게 경서 공부를 시키기 위해서였다. 왕실에서는 태동을 글을 배우겠다는 몸짓으로 여겨 태교를 강화시켰다. 임신 6개월에는 임신부를 위해 묻고 답하는 식의 모의 글방을 차렸다. 임신부의 먹을거리도 주로 두뇌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궁중 정설에 따라 뇌 발달에 좋다는 순두부를 아침 식전에 먹었으며 콩, 싱싱한 채소, 새우, 흰살 생선, 조개, 해조류가 주요 메뉴였다.


영아기, 두뇌발달 운동법

손의 미세한 움직임이 뇌 활성화에 놀라운 효능이 있는 것은 과학적으로 이미 밝혀졌다. 1세 미만의 왕자들에게 실시된 두뇌발달 운동법은 주로 손놀림 운동이었다. 손은 뇌의 연장이며 손가락 운동은 뇌의 넓은 부위를 자극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왕자들에게 왼손과 오른손을 모두 사용하도록 했다.


● 부라부라 불불 왕자의 옆구리를 잡고 어른이 좌우로 흔들어 움직인다. 이 운동은 척추를 바로 세우는 자세로 척추와 뇌의 척수 연결점을 바르게 펴고 뇌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을 준다. 시계추가 움직이듯 좌우로 흔들어 척추를 세워주면 척추신경이 강화되며 하체를 튼튼하게 하여 키가 크는 효과도 있다.

● 도리도리짝짝궁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양손을 마주치는 운동이다. 도리도리는 머리를 돌려 척수와 뇌수의 균형 있는 발전을 활성화하는 것이고, 짝짝궁은 손바닥을 부딪쳐 뇌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뇌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법이다. 도리도리(道里道里)는 '도의 이치를 깨닫거라'라는 뜻이다.

● 까꿍 영아의 시야를 벗어나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게 하거나 웃게 하는 동작이다. 영아를 웃게 해서 뇌와 심장의 혈액순환을 활성화하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게 하는 두뇌발달법이다. 까꿍(각궁 覺宮)은 '자신의 위치를 깨닫거라'라는 뜻이다.

● 곤지곤지잼잼 한 손으로 맞은편 손바닥 중앙 부위를 찌르는 운동이다. 손바닥의 심포혈을 찔러 심장과 뇌의 활동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손을 폈다 쥐었다 하는 잼잼은 심장의 혈액순환과 뇌의 기능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 꼬네꼬네 여자 아기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척추를 펴고 중심을 잡도록 하는 운동법. 운동감각을 깨우고 척추를 강화하여 소뇌 발달에 도움을 준다.

● 길르래미 훨훨 두 손끝을 흔드는 운동이다. 손끝을 흔들면 전체적으로 혈액순환이 촉진되고 모세혈관의 혈류가 촉진되어 심장과 뇌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



유아기, 왕세자 두뇌발달 프로그램


4세부터 한자와 언문교육을 병행하는 외국어 교육


4~6세까지의 원자는 '강학청'에서 교육했다. 오늘날 영재교육을 시작하는 단계에 해당하는 교육 기관에 속한다. 한자와 언문교육을 병행하였는데, 오늘날의 외국어 교육과정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외국어인 뜻글자 한자와 우리나라 고유어인 소리글자 언문을 병행하여 뇌의 발달을 촉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원자의 본격적인 영재교육은 대략 5세 정도에 시작하는 한자교육으로 시작되었다. 주요 교재는 '천자문', '소학', '격몽요결' 등으로 한자습득과 유교교육이 주류였다. 언문(한글)과 체조도 함께 가르쳤다. 수업은 매일 아침, 점심, 저녁에 각각 한 차례씩 하루 세 번 수업을 했으며 수업시간은 약 45분 정도였다. 원자는 천자문을 한 글자씩 배우며 삼강오륜을 익혔다.


배운 것을 반드시 외우게 하는 잦은 시험

왕세자의 시험제도에는 '고강'이라는 것이 있었다. 고강은 과거 응시자들이 보는 구술시험과 성균관에서 실시하는 정기시험을 가리키는 말인데, 왕세자도 세자시강원에서 고강을 치렀다. 5일에 한번 고강을 실시해서 성적을 장부에 기록했다. 왕세자가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를 검정하는 것은 법강이나 회강.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이전에 배운 것을 확인했다. 또한 수시로 책을 덮고 전날 배운 것을 외우게 했다. 시험의 형태는 어떤 주제를 정하고 묻고 대답하는 형식이었다. 오늘날 논술적 성격을 띤 면접 형식을 지니고 있었다. 논리적인 토의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어린 왕자들의 두뇌발달을 빠르게 촉진시켰다.


두뇌에 영양을 공급하는, 총명해지는 간식

왕세자는 많은 분량의 경서를 암송하고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두뇌가 총명해야 했다. 따라서 왕자들은 간식도 두뇌발달에 좋은 것으로 먹었다. 두뇌활동의 활력소가 되는 포도당을 공급하는 간식으로는 무정과(무를 잘게 썰어 삶은 후에 조청에 조린 것), 강정(조청에 콩을 버무려 만든 것), 조청 죽순죽과 같은 것이 있었다. 정신을 맑게 하는 간식으로는 솔잎과 송홧가루, 콩을 한데 섞어 만든 환, 솔잎 생식, 송홧가루 환, 송홧가루로 만든 다식 등을 먹었다. 두뇌회전을 좋게 하는 간식으로는 쥐눈이콩으로 만든 콩강정, 검은참깨로 만든 검은참깨강정, 콩시루떡, 송편, 콩가루다식, 인삼정과(꿀에 재운 인삼을 익혀 만든 과자)가 준비되었다. 3~6세 왕자의 두뇌관리에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편식과 비만이었다. 편식과 비만은 두뇌발달을 저하시키기 때문이었다. 만약 왕자가 편식을 하거나 비만이 되면 담당 관리는 비밀리에 처형되었다.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심신 수련법

특별히 은밀하게 실행되었다고 한다. 왕의 재목으로 다듬기 위해서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절차로 주목적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다. 두뇌발달 관점을 중시하면서도 단지 학문만 강조하지 않고 강한 육체적인 단련도 병행했다는 것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 인두수련법 인두(人頭)수련법은 두뇌를 발달시키는 수련법이다. 크게 소리를 내어 책을 읽고 모두 암송하는 것으로 두뇌를 연마하며 두뇌발달과 역량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었다. 글을 읽을 때는 바르게 앉아 글씨를 하나씩 짚으면서 큰소리로 똑똑하게 발음하게 했다. 음의 고저장단에 맞춰 몸을 좌우로 흔들면서 글의 내용을 소리로 진동시켜 뜻을 새기게 했다. 인두훈련법에 능숙한 왕자는 경서 한 권을 통째로 한 글자도 빠뜨리지 않고 암송했으며 그 깊은 뜻을 이해했다고 한다.

● 사신수련법 사신(四神)수련법은 팔다리를 강화하며 신체를 단련하는 수련법이다. 몸과 팔다리를 야수와 같이 강건하게 단련시키는 방법으로, 새벽 4시에 일어나 건식과 습식 피부마찰을 하였다. 추운 겨울에는 눈으로 온몸을 비볐으며 영하의 혹한에도 솜을 넣지 않는 홑바지저고리를 입고 극기 훈련을 하였다.

● 지식법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정신집중을 위한 호흡법이다. 원리는 숨을 참고 버티는 것. 창을 부를 때나 무술, 궁술 등 여러 동작에 반드시 요구되는 것으로 왕세자가 세수할 때 방안에서 옻칠을 한 함지에 소금물을 타서 실시했다. 소금물을 탄 함지에 귀만 막고 머리 전체를 담가서 숨을 참는 것인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소금물이 콧속에 들어가 아리거나 쓰라리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지식훈련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순발력이 생긴다고 하는데, 이것은 현대과학에서는 검증된 바는 아니다.


글 김미연 참고도서 조선왕실의 천재교육(이지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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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개 2005-04-2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사신수련법이 그 중 제일 인상적이네요. 근데 왕세자로 태어나서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했다니 왠지 불쌍한 생각이 드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