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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 졸업할때 즈음, 그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도서실에 그냥 발걸음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딱히 빌리려던 책이 있던 것도 아니고 해서, 무엇을 고를지 고민고민 하다가 그냥 책 제목이 눈에 띄여서 이 책을 골랐죠. 그 시절과 이 책의 이야기는 참 잘 어울렸던 탓일까요? 그 때 받았던 감동은 아직도 가슴속에서 잔잔히 울리는 걸 느낍니다.
대부분 제목을 보고는 모리가 누구인가 하고 궁금해 하실겁니다. 모리는 대학교수죠. 성격은 쾌활했고, 춤추기를 즐겨하던 사회학 관련 교수였는데 그만- 스티븐 호킹이 걸린 병인, 루게릭병에 걸려 서서히 죽어가게 됩니다. 그는 이미 고령이었고 병마와 훌륭하게 싸워냈지만, 신체적으로 이길 수는 없었죠. 하지만 전 모리가 충분히 심적인 면에서는 승리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병마와 싸우면서 자신의 정신도 포기하고 마니까요.
모리의 태도에서, 그 어떤 죽음에 관한 책 보다도 더 진실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담담하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굉장히 쉬운 진리일지 모릅니다. 누구나 죽기 전에는 자신의 삶을 모두 정리하니까요. 하지만 정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모리는 그 정리하는 과정을 통해 무언가를 생산해 냅니다. 바로 그의 제자에게 삶의 모습들을 정리하면서도 많은 교훈을 전해주면서 말이죠.
또, 이 책에서 한가지 눈에 띄었던 것은 모리를 수시로 찾아가 만났던 것이 아니라, 혹은 모리와 계속 같이 살면서 쓴 이야기가 아니라, 아니면 모리 자신이 쓴 자서전이 아니라, 그의 아랭서 수학한 학생이 스승을 찾아가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형식이죠. 조금 더 객관화 된 시각으로 모리의 생각들을 정리했기 때문인지 색다르다고 느꼈지만 그것에 거부감이 들지는 않는, 매우 효용적인 방법이었죠.
화요일이라는 날짜를 정해놓고 찾아가는 것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치 죽음을 향해 일주일마다 한 계단씩 다가가는 것 처럼 말이죠. 하지만 한 계단 올라설 때마다 얻게되는 그 형언할 수 없는 많은 이야기들과 깨달음은 죽음에 대해, 그리고 아직은 살아있는 자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마지막에 모리가 죽고 나서 참 많이 울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감동적인 이야기죠.. 그 어떤 휴먼 스토리 보다도 멋진 이야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