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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970년대' 는 이제 와선 향수병을 일으키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풍요로운 물질과 비교적 자유로워진 지금, 그 시절을 거치지 않은 10대와 20대에게는 적어도 그렇다는 이야기다. 나도 제목만 알고 있다가, 숙제때문에 읽게 된 것을 보면 정말 우린, 지나간 시대를 쉽게 잊는 듯 하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될- 그런 시대였다.
나는 소설을 읽는 내내, 읽은 뒤에 수많은 생각을 했다. 거슬러 올라가서는 일제때 친일파로 기득권을 잡고 있던 이들이 70년대에는 사용자 계급으로, 지금은 역시 기득권층으로 자리잡고 앉아 다수의 피지배계급을 마음대로 휘둘렀다. 소설을 읽으면서 난장이 가족의 삶은 이런 현실을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었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어떤- 기류를 형성했다. 그 시대 운동가들이 가졌을 울분이 어떤 것인지, 정말 그것에 비하면 일부겠지만- 내 마음은 이미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마치 내가 난장이 가족이 된 것 같았고, 그 어떤 역사 소설이나 드라마보다 슬픈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 더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것은, 이런 것들을 모두 잊게끔- 지금의 학교 교육에선 다루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저 한두줄의 설명으로 넘어가버려서, 그 때를 그냥 넘어가버리도록 교육받은 나와 다른이들이 안타까웠다. 아직도 그 때의 기득권자들은 지금도 기득권을 갖고 지배계층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까? 아직도 우리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나니 학교에 가서 수학과 과학을 배우고, 그림 그리고, 고전음악을 공부하고, 고대의 철학과 사상을 배워온 내 모습이, 한 순간에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다. 뭔가 맞지 않는- 시대의 괴리를 느낀 것이다. 겨우 20여년전의 일 조차 제대로 알고 있지 않고 그 시절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이런 것들을 배우는 것은 정말 산 지식인 걸까 하는 회의도 들었다. 티비에서 아프리카의 빈민을 돕자고 하는 구호는 참 우습게 생각되었다. 지금도 그 때와 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노동자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우리는 돌아보지 않는.. 그런 현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요즘, 우리나라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1970년대, 과도한 정부의 경제 개입으로 인한 스태그 플레이션이 나타나 무척이나 어려웠던 만큼이나, 지금의 우리 경제도 어렵다. 물가는 오르지만 임금 수준은 대부분 동결되었고, 가진자들의 비리는 연일 뉴스에 오른다. 그러나 그들의 처벌은 그렇지 않은 자들의 처벌에 비해 몹시 가볍다. 수백만원의 월 수입을 가진이가 한달 내는 세금이 월 백만원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 보다 훨씬 적다. 그 때와 지금은, 군사정권이 아니라는 것을 제외하면 많이 닮아있다. 사실 지금이 군사정권이 아니라지만, 여전히 정부의 개입은 사회 곳곳에 미치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크게 감동받을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지금의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이 이렇게 비슷하더라도, 더 이상 난장이 가족과 같은 가족은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난 시대를 이 소설을 통해 비춰보았다면 더 이상 이런 역사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앞으로 이런 시대가 오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시대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