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11
에밀리 브론테 지음, 황유원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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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언덕이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예전에 수능이나 시험 대비로 처음 접했던 책이다.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한 첫 독서는 당시에 시험문제를 위해 읽어 보아서 큰 감흥이 있다고 느끼진 않았다. 당시에는 등장 인물의 심리나 문체 등을 공부로만 엮여서 큰 감동은 없었다고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목적을 위해 읽는 책이 아니라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에 이번에 느끼는 감정은 어떨까하고 내 자신도 궁금했다. 고전을 읽는 데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특히 나처럼 미취학 아이 둘을 육아하는 육아맘으로서 두께가 꽤 있는 고전을 접하기는 쉽지가 않다. 아이들을 재우고 밤 늦게부터 읽기 시작해서 새벽에 마무리되는 독서 시간이 폭풍의 언덕 책으로 인해 즐거웠다. 

용서 대신해 복수를 선택해 무너지는 삶을 겪게되는 비운의 인물들은 현대판 막장 드라마에 나오는 상황이나 환경보다 더 심각했다. 만약 폭풍의 언덕 책이 이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출간 되었다면 빛을 볼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되었던 당시에 사회 신념으로 비도덕적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며 받아들이기 힘든 주제로 오히려 비판 받았다고 한다. 에밀리 브론테는 '제인 에어'로 유명한 샬럿 브론테의 친동생이다. 출간되자마자 큰 성공을 거둔 '제인 에어' 와 달리 '폭풍의 언덕' 그렇지 못했다. 그녀가 어린시절에 살았던 시골 마을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폭풍의 언덕은 지금은 세계적인 명작으로 자리매김한 이상 어느 부분에서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번역본이기에 찾을 수 없는 부분은 원서로 읽는다면 더 와닿겠지만 감안하고 열심히 읽었다. 

첫 이야기에 긍장하는 록우드라는 인물은 히스클리프라는 사람이 소유하는 저택에 세를 들어 산다. 지쳐서 온 시골 생활인데 그는 곧 사람을 찾게 되고 히스클리프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그에게 전혀 호의를 베플지 않는 히스클리프와 함께 캐시, 헤어턴 언쇼라는 인물에 관심을 갖는다. 함께 생활하는 그들은 가족이라는 애착 보다는 원수에 가까워보이는 관계에라고 느낀다. 록우드는 앞으로 이 소설의 이야기를 이끌어 갈 엘렌 딘 가정부로부터 언쇼, 린튼 가문의 이야기를 듣게된다.
이야기의 전개는 주로 가정부가 떠올리는 과거의 회상으로 이어진다. 그녀의 눈에서 펼쳐내는 이야기로 용서보다는 복수를 택한 주인공들의 비극이 드러난다. 

히스클리프가 거주하는 저택은 원래는 언쇼 가문의 소유였고, 현재 록우드가 세 들어 사는 곳은 린튼 가문의 저택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안에 거미줄처럼 엮인 인물관계도는 처음의 나조차도 그림을 그려 상상할 정도로 굉장히 복잡했다. 언쇼씨가 데려 온 히스클리프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고아인데 언쇼 집안에 양자로 입양되어 함께 산다. 언쇼 가문엔 힌들리, 캐서린 남매가 있고 교류하는 린턴 집안 에드가와 이사벨라 남매가 있는데 캐서린을 제외한 모두가 히스클리프를 무시하고 냉대한다.
히스클리프는 어려서 버림받은 기억때문에 친구가 되어 준 캐서린 외 모두를 싫어한다. 주위의 무시를 받으면서 나중에 복수 할 날을 그리곤 한다. 이런 환경이 어린 히스클리프의  복수의 씨앗이 된 셈이다. 

세월이 흘러 힌들리는 프랜시스와 결혼을 해서 저택으로 들어온 후, 아버지와 부인의 사망 등으로 환경이 많이 바뀐다. 히스클리프에게 노골적인 냉대가 시작된다. 캐서린마저 사랑이 아닌 자신의 명예와 입지 등을 판단하여 에드가와 결혼을 한다. 이에 충격을 받은 히스클리프는 3년 동안 집을 떠나 있는다. 그가 없는 동안 순탄하고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진다. 어느날 히스클리프가 재산을 모아 돌아오는데 이때부터 비극은 시작된다. 캐서린은 친구로서 그를 반갑게 맞이하지만 남편 에드가는 그럴 수 없었고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은 에드가의 동생인 이사벨라가 히스클리프를 짝사랑하게 되면서 히스클리프의 복수가 시작된다. 


히스클리프는 복수심에 불타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이사벨라를 유혹하고 도망친다. 에드가와 이사벨라는 의절하고 마는데 이사벨라는 결혼 후 히스클리프의 진심을 알고 괴로워한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명예를 위해 결혼했던 캐서린과 진심어린 사랑이 아닌 오직 복수를 위해 결혼을 하고 만 히스클리프에 대해 모두 불행한 삶을 겪고 모두의 인생의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결국 이러한 비극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지는데 에드가의 저택까지 뺏고자하는 히스클리프의 계략에 어린 린튼과 캐시도 불행하게 된다. 

한 사람의 복수와 야망으로 두 집안은 거의 파국으로 이끌고 행복보다는 불행을 맛보는 인물들로 하여금 정말 한 사람의 야 마음이 어디까지인가.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히스클리프의 삶에는 오직 복수 한다는 마음으로 모든 삶을 쏟아부었다. 결국 그는 인생에서 그 누구와도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없었다. 물론 그로 인해  엮인 모든 사람이 불행을 겪었지만 그래도 가장 초라하고 불행한 삶은 히스클리프 자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씁쓸함이 남는다. 결국엔 정신질환을 앓다가 세상을 뜨고 만 히스클리프도 끝까지 비극과 불행속에서 살아야했다. 캐시와 헤어턴의 사랑은 이어질까? 궁금함을 자아내고 마는 엔딩이다. 

책을 덮고 나서 복수가 아닌 용서를 선택했다면 불행한 삶대신 희망적이고 행복한 삶을 그릴 수 있었을까. 그럼 이 소설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을 수 있었을까? 한 인간의 심리를 풀어내는 과정이 복수라는 선택에만 치우쳐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 줄거리였다. 하지만 이런 주제로 세심한 심리를 묘사하고 이끌어냈다는 것에 대해 찬사를 받는 문학작품으로 탄생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본다. 원서를 읽을 만한 능력이 된다면 이 책을 더 잘 이해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최대한 가깝게 써 내려가려 했다는 번역자와 출판사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는 마음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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