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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바다 - 예리한 시각과 탄탄한 짜임새로 원작을 유려하게 풀어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조종상 옮김 / 도서출판소리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아가야 정말 고생했다 너가 정말 대견스럽다
임신 말기 중독증으로 장기 입원을 해서 출산한 나에게 친정엄마가 말한 첫마디이다. 여기서 아가는 뱃속에 있던 우리 아가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입원을 하고 무사히 출산을 한 나에게 하는 말이다. 아가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어린 젖먹이 아이' 를 뜻한다. 대면으로 말하는 상황에서는 오해의 소지가 없지만 만약에 이런 단어를 비대면이나 타인을 향해 통해 들었다면 조금 다른 해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욱이 미디어 매체나 서적, 원서를 번역한 도서에서 지칭된 문구라면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 이번에 내가 노인과 바다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 끌렸던 이유 중 하나는 boy의 지칭을 오해의 소지가 줄도록 조금 더 가깝게 해석한 역자의 여는말이 와 닿았기 때문이다. 마놀린의 나이대를 유추해보고 번역하면서 곱씹어 읽게되니 그동안 안보였던 이 책에 숨어있는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노인과 바다에서 주인공은 여타의 논쟁없이 노인일테지만 중요한 조연 역할을 하는 마놀린을 boy가 아닌 청년, 마놀린이라 번역하니 노인과 둘의 관계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좀 더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
노인은 작은 어촌에서 외길 인생을 사는 늙은 어부이다. 노인은 이 분야에서 베테랑으로으로 꼽히는 장인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정신이 위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노인은 한 인생을 바다에 바치고 인생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마놀린은 5살때부터 노인의 배에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충분히 신뢰와 믿음이 쌓인 관계이다.
노인은 벌써 84일째 이렇다할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40일까지 마놀린과 함께였지만 아버지의 성화로 다른 배를 탄다. 그러나 마놀린은 그동안 맺어진 끈질긴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노인을 무척 따르고 매일 노인을 돌보러 온다. 오히려 노인 밑에서 일할 수 없음을 굉장히 아쉬워하고 다시 노인의 배에 탈 날만 기다리는 우직한 인물로 그려진다.
boy의 나이를 유추해서 오히려 청년이라 생각하니 바쁘게 현대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떠올랐다. 항상 이익과 손실을 따지는 계산적인 세태에 익숙한 우리들에게 따끔한 메세지라도 담아주는 기분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노인과 마놀린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긴밀한 유대감에 형성되었고 남다른 신뢰와 믿음이 쌓여진 관계에는 틀림없다. 이들이 서로 존경하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바람직한 관계를 생각해본다. 단순히 노력과 열정으로만 쌓아지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부대끼면서 사는 관계에서 단순히 직책이나 나이를 떠나서 혈연관계가 아닌 남이라도 더 끈끈한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노인은 84일동안 무실적을 겪지만 매일 아침 항상 오늘은 운이 따를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어망을싣는다. 항상 일등, 최고만 쫒는 우리시대에 이런 노인의 정신이야말로 꼭 되새겨 볼만 하다. 쉽게 포기하지 않은 정신은 꼭 담고 싶은 마인드이다. 그리고 이런 메세지는 84일동안 포기하지 않은 정신보다 85일째 일어난 일에 더 큰 용기와 박수를 건네게 된다.
노인은 85일만에 멀리 나가서 거대한 물고기를 힘겹게 잡는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물고기이다. 다. 낮에는 뜨거운 태양빛과 물 위에 윤슬, 해류풍을 맞아가며 밤에는 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과 함께 노인은 거대한 물고기를 끌면서 오랜 사투를 이어간다. 거대한 물고기는 노인의 배를 이끌고 끊임없이 망망대로 끌기도 하고 수면으로 올라 뱅글 돌기도 하며 노인과 싸운다. 노인은 쉬지도 못하고 상처를 얻어가며 연륜과 노하우로 큰 물고기를 잡기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번일의 운은 여기까지 인듯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상어의 습격을 받는다. 밤중까지 이어진 첫번째 두번째 상어의 공격과 사투가 이어진다. 지칠때로 지친 사투 끝에 상어의 공격을 이겨내지만 오히려 피냄새를 맡고 쫒아 온 상어 떼의 공격이 이어진다.
해안가에 이르렀을때 상어들의 마지막 공격임을 알았다. 결국 힘겹게 잡은 거대한 물고기의 살점들이 다 뜯어지는것을 보고 있어도 노인은 생각한다.
"문제 없어. 배도 원체 튼튼하고 키 손잡이 외에는 어떤 손상도 없으니까"
노인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새로운 도약을 생각한다. 집에 도착해서 마놀린과 재회를 하며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을 서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초원의 사자 꿈을 꾸며 잠이 든다.
A man can be destroyed but not defeated
인간은 패배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 패배를 딛고 아물어져 굳은살로 더 힘찬 도약을 할 수 있는 단계, 경지에 이르게 된다. 본인에게 주어진 고난을 피하지 않고 묵묵히 맞서는 순간을 떠올린다. 혼자라는 외로움이 보태어 망망대에서 고난을 겪었다. 그러나 상처를 입고 힘든 상황에서도 절대 피하거나 포기하지 않은 노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우리가 문제에 직면했을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방향을 제시하는 작가의 메세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행이도 열심히 얻은 결과물은 상어 떼의 공격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인생무상의 허무함은 느끼면서 결말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몸을 챙기고 어망을 정리하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실패나 패배로 받아드리지 않고 다시 도약을 꿈꾸며 가다듬는 정신도 엿볼 수 있다.
나 또한 이런 메세지를 가득담은 노인과 바다라는 고전을 되새기면서 앞으로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은 것같아 감사하다.
인간은 죽을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이번 노인과 바다를 읽으면서 역자의 소신과 판단을 토대로 이 책을 번역하고 해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노인과 바다를 여러 번 읽어보았으나 이번에 등장인물 마놀린의 연령대를 곱씹어보니 예전에 동일 책을 읽으면서도 보이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boy 인물을 현실 현실적으로 잘 풀어낸 점, 그리고 여타의 번역본에 얽매이지 않고 본인만의 문장을 선택한 점 등을 높이 사고 싶다. 이렇게 좋은 번역서를 출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었는지 감이 가늠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많은 노고가 있었음을 깊이 깨닫게 된다. 그리고 처음에는 추상적인 그림이라 생각했는데 생각했는데마무리 닫는 말을 정독해보니 자녀분 시선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이 글을 읽고 본문에 그림을 다시 살펴보니 미소가 지어지는 마음이다.
* 소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