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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학왕의 사회학 - 지방 청년들의 우짖는 소리
최종렬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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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안84의 대표작은 [패션왕]과 [복학왕]이죠. 우기명이라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통해서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려나갔습니다. 특히 [복학왕]에서 그려지는 리얼한 '지잡대생'의 모습들은 공감이 가기도 했고, 그 세대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그냥 혀를 차면서 비웃을 만한 이야기이지만, 복학왕으로 대변되는 '찌질한' 지방대생의 문제가 결코 쉽지 않은 문제이고 뿌리가 상당히 깊다는 이야기를 저자는 하고 있습니다.


2. 우선 기본적인 내용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지방 사립대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끼게 되는 의문점과 행동양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주제들이 나옵니다. 이 책의 기본은 논문이기에 사회학 이론적으로 그들의 행동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논리를 전개해 나갑니다. 그리고 꽤 그럴듯한 논리로 그들 행동의 근원을 추적해 나아갑니다.


3. 그 논리의 토대 위에 저자는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파고들어갑니다. 핵심 내용은 온라인 서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내용들을 참고하시면 될 겁니다. 다들 요약 정리가 잘 되어있습니다. 그 정리된 내용들만 보더라도 머릿속에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들이 눈에 보일 겁니다.


4. 하지만, 이 책의 가치는 거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마치 남들이 속된 말로 '저 지잡대생들'이라고 말할만한 사람들의 인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거기에 현미경까지 들이미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들이 어떻게 성장하였고, 그들이 어떤 삶의 궤적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며 어떤 미래가 열려있는지에 대해 파고듭니다. 이는 저자가 이 대상이 되는 학생들에 대한 진정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각 학생들이 어떻게 살아오고, 노력하고, 좌절하고, 체념하고, 혹은 소수이지만 성공해 나아가는 이야기들을 풀어냅니다. 이 책의 진가는 바로 그 이야기들 안에 있습니다. 마치 다른 영화에서는 그냥 단역 '양아치1'처럼 사회적 관심이 없던 '복학왕'들을 [똥파리]에서처럼 애정을 갖고 파고들어 직시하는 느낌입니다.


5. 이 지점에서 이 책은 뜻하지 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들이 살아온 과정이나 그들이 해왔던 고민들이 결코 제 인생과 다르지 않고 어느 순간에는 그들이 힘겨운 세상을 잘 이겨내주길 바라게 되었습니다. 물론 점점 시대가 변하면서 약해지기는 했지만, 대학 졸업장이라는 '결과물'이 사회에서 가지는 힘은 크고 굉장히 냉정합니다. 초중고 12년의 결과물로 인생을 '패배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서울/수도권에 존재하는 소위 '인서울'한 학생들이 승리했다는 느낌으로 산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패배감들이 퍼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에 밀려 '아무 꿈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들리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6. 점점 더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 되어가고 있고 어떤 방식으로든지 수도권과 지방에 대한 문제들이 불거져나오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저자는 그 문제들 앞에 정면으로 맞서고 문제가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 외침이 부디 공허한 것이 되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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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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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전히 저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가끔 거장이라 불리우는 영화작가들을 보면, 최기작에서는 무언가 호러나 스릴러 장르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제대로 된 예산으로 찍는 영화에서는 관객에게 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후에 거대한 대작을 만들어내는 단계에서는 거대한 이야기와 영상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진짜 '거장'이 되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단계로 발전합니다. 분명 이 작품 [푸르게 빛나는]의 김혜영 작가는, 제 기준에서는 충분한 개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챙겨보고 싶은 기대감또한 생겼습니다.

 

 2. 이 책의 뒷부분에 보면 이 작품은 '코즈믹 호러' 장르의 작품입니다. 웹상에서 찾은 정의로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결코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고, 심지어는 제대로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어떤 것에서 오는 무력함과 무가치함을 기반으로 한 공포' 라고 합니다.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닥 좋아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보이지 않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태고시절부터 주구장창 이어져 내려오고 수없이 많은 변종으로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존재해 왔습니다. 

 

  3.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 중에는 '공포'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어요. 외려 성인들에게는 생각 외로 인기있는 장르는 아닙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공포이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많은 어른들은 공포보다는 그래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아들어가는 스릴러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스티븐 킹쯤 되는 거장이 되어야 제대로 된 공포로 사람을 자극시킬 수 있죠. 이 책은 3 작품의 단편,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있는데,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의 단편을 읽은 느낌입니다. 

 

  4. 이 작품의 백미는 세번째 단편 [푸르게 빛나는]입니다. 도서관에서 별 생각없이 잡았던 책의 제목이었습니다만, 진짜 호러의 맛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이 작품이 현대 3~50대의 실질적으로 가장 큰 인생의 프로젝트인 내집,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흙수저로 태어나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겨우겨우 얻은 집... 그런데 그 집 자체가 공포가 되어 젊은 부부의 목을 졸라댑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날것의 현실이고, 결코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 결코 'Sweet Home'이 될 수 없는 이 집을 보면서, 서양 고전 소설들에서 많이 나왔던 귀신들린 집의 한국판 이야기입니다. 


  5.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이야기에 비현실적 이야기가 제대로 엮인 이 작품은 독자의 마음까지 흔들 수 있습니다. 이 작가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자극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작가이고, 잔인하고 잔혹한 장면묘사가 없이도 꿈에 나올까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김혜영 작가가 아직 젊은 작가인 것으로 아는데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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