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게 빛나는 안전가옥 쇼-트 15
김혜영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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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순전히 저의 기준이기는 하지만, 가끔 거장이라 불리우는 영화작가들을 보면, 최기작에서는 무언가 호러나 스릴러 장르에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고, 제대로 된 예산으로 찍는 영화에서는 관객에게 통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그 이후에 거대한 대작을 만들어내는 단계에서는 거대한 이야기와 영상을 '통제'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더 나아가 진짜 '거장'이 되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단계로 발전합니다. 분명 이 작품 [푸르게 빛나는]의 김혜영 작가는, 제 기준에서는 충분한 개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앞으로 이 작가의 작품을 챙겨보고 싶은 기대감또한 생겼습니다.

 

 2. 이 책의 뒷부분에 보면 이 작품은 '코즈믹 호러' 장르의 작품입니다. 웹상에서 찾은 정의로 이야기하자면, 

'인간이 결코 대적하거나 거부할 수 없고, 심지어는 제대로 이해조차 할 수 없는 어떤 것에서 오는 무력함과 무가치함을 기반으로 한 공포' 라고 합니다.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닥 좋아할만한 작품은 아닙니다만, 보이지 않는 공포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태고시절부터 주구장창 이어져 내려오고 수없이 많은 변종으로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 존재해 왔습니다. 

 

  3.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좋아하는 책들 중에는 '공포'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어요. 외려 성인들에게는 생각 외로 인기있는 장르는 아닙니다. 좋게 이야기하면 공포이지만, 나쁘게 이야기하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많은 어른들은 공포보다는 그래도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아들어가는 스릴러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스티븐 킹쯤 되는 거장이 되어야 제대로 된 공포로 사람을 자극시킬 수 있죠. 이 책은 3 작품의 단편, 중편 소설로 이루어져있는데, 다 읽고 나니 스티븐 킹의 단편을 읽은 느낌입니다. 

 

  4. 이 작품의 백미는 세번째 단편 [푸르게 빛나는]입니다. 도서관에서 별 생각없이 잡았던 책의 제목이었습니다만, 진짜 호러의 맛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라면, 이 작품이 현대 3~50대의 실질적으로 가장 큰 인생의 프로젝트인 내집,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요. 흙수저로 태어나 치열한 사회생활 속에서 겨우겨우 얻은 집... 그런데 그 집 자체가 공포가 되어 젊은 부부의 목을 졸라댑니다. 작가가 묘사하는 현실은 그야말로 날것의 현실이고, 결코 도망갈 수 없습니다. 이 결코 'Sweet Home'이 될 수 없는 이 집을 보면서, 서양 고전 소설들에서 많이 나왔던 귀신들린 집의 한국판 이야기입니다. 


  5.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박은 이야기에 비현실적 이야기가 제대로 엮인 이 작품은 독자의 마음까지 흔들 수 있습니다. 이 작가는 사람을 어떻게 하면 자극시킬 수 있는지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는 작가이고, 잔인하고 잔혹한 장면묘사가 없이도 꿈에 나올까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김혜영 작가가 아직 젊은 작가인 것으로 아는데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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