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9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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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익스피어의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 이 네 작품을 함께 묶어서 4대 비극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거의 최근까지도 퀴즈프로그램에 '다음 중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아닌 것은?'이란 질문에 전 <로미오와 줄리엣>이 4대 비극이 아닐리 없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는 '3대 작품' 이나 '3대 기타리스트' 같은 표현을 싫어하기도 하고요. 개별 예술 작품이 지닌 힘과 에너지, 창의성은 'X대'라는 타이틀에 담아두기엔 너무 다양하거든요.


2.  21세기를 사는 독자들이 이 작품을 대할 때 느끼는 점은 우선 언어의 생경함입니다. 등장인물들, 특히 주인공 멕베스의 말은 시적인 언어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맥베스의 대사는 그의 감정을 몇 배로 부풀리는 앰프의 역할을 합니다. 이런 대사들에 익숙하지 않다보면 마치 용비어천가를 읽는 느낌이기도 하죠. :)


3. 처음엔 어색한 이 언어들이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녹아들어가게 됩니다. 허무하고 잔인한 운명 속에 죽어가는 맥베스의 운명을 보며 그저 '악인의 죽음'으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도 감정의 언어들이 독자들에게 잘 먹혀들어갔기 때문이겠죠.


4.  이 작품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감초는 단연 3명의 마녀들입니다. 그들은 맥베스를 운명의 함정에 빠뜨리고 그 상황을 비웃는 역할을 합니다. 주인공을 제외한 다른 등장인물들은 전형적이지만 모두 적절히 배치되어, 조연들과 호흡이 잘 맞는 영화를 보는 듯합니다. 잘 짜여진 구성, 전형적이지만 강렬한 개성의 조연들, 단순하지 않은 주인공, 당대 '흥행보증수표'였던 셰익스피어의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대중적인 지지기반 위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통찰이 숨어 있기에 지금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에서 '고전'으로 읽히고 있는 것이겠죠.


P.S. 이 작품은 구로사와 아키라, 오손 웰스, 로만 폴란스키같은 영화사 최고의 거장들이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스캔들-조선남여상열지사>을 보고, 이 작품을 읽어보니 한번쯤 이 작품도 우리나라에서 번안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P.S. 2.이 작품을 보고, 얼마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걸작, <거미집의 성>을 보았습니다. 배경은 굉장히 일본풍이었지만, 원작이 지닌 에너지,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의 폭같이 많은 면에서 굉장한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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