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히로시마
존 허시 지음, 김영희 옮김 / 책과함께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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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아니 20세기 역사를 통틀어서 가장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던 곳 중 하나를 꼽으라 한다면 바로 히로시마를 꼽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역사라는 것이 인간 욕망의 충돌과 그 결과물로 점철된 것을 기록한 것이라 한다면, 가장 잔인한 기록의 현장은 일본의 히로시마일 것입니다.

 

 이 작품은 1945년 8월 원폭이 투하되기 직전부터 원폭이 투하되던 그 순간을 그리고, 나중에 후기로 원폭피해자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굵직한 기둥줄거리를 가지고 이끌어나가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만 어느 누구를 주인공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인물들 간의 관계는 미약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원폭이 투하되기 직전부터 각 인물들의 모습을 기자의 글처럼 냉정하게 그려나갑니다. 여러 인물들을 각 장으로 나누어 보여주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는 원자폭탄이 터지는 그 순간으로 수렴해 갔다가, 폭탄이 터지는 후에는 한없이 발산해 나가는 느낌입니다. 그 때문에 더욱 다채로워 보이기도 하는 것이겠지요.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에는 원폭이 투하되는 직전부터 직후까지 '묘사'하는 부분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20년후 작가가 다시 일본에 가서 후일담을 취재하는 형식의 내용이 나중에 '후기'의 형식으로 첨가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현재 서점에 있는 이 책의 판본은 '후기'가 있는 판본이지요. 

 

이 후기야말로 이 책을 더욱 빛내주는 존재입니다. 앞부분만큼의 문학적인 기교와 날카로운 글솜씨는 조금 누그러 든 것 같지만,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일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피해자들의 모습은 감정을 억제한 작가의 필체에도 불구하고 감동적입니다. 휴일마다 요양원에 가 원폭피해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피폭자들의 권리를 찾고자 하는 신부의 모습은 힘이 넘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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