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평범한 인간이에요, 아니, 그 이하입니다.
머리도 대머리가 돼 가고 있고 배도 나오고, 지난달에 마흔 살이
되었어요. 마당발이고, 건강 진단을 받아보니 당뇨병 증세도 있다고 하더군요.
여자하고 잔 지도 석 달이나 됩니다. 그것도 직업 여성을 상대로 말예요.
빚을 징수하는 일에 관해서는 부서 내에서 조금 인정받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존경 받지는 않습니다.
직장이나 사생활에서도 나를 좋아해 주는 인간은 하나도 없어요.
말주변이 없고 낯을 가려서 친구를 만들 수도 없어요.
운동신경은 둔하고 음치인 데다 키가 작고 근시입니다.
난시도 조금있죠. 참혹한 인생입니다.
단지 잠자고 일어나 먹고 똥사는 재주밖에 없는 변변치 못한 인간입니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지 그 이유도 잘 모르겠어요."
-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