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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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내가 좀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일만 하다가 도살장에 팔려간 말 복서가 생각난다. 사실 이 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의 하나다. 때로는 '성실' 때로는 '희생'으로 떠받들어지지만, 사실은 '무기력'의 다른 말일 수도 있고, '대안없음', '출구없음'의 비슷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체제와 시스템에 대한 무지는 결국 우리에게 성찰 없는 '희생'과 비판 없는 '성실'만을 요구할 뿐이다. 이런 체제가 바라는 것은 저항 없는 '무기력'의 상태이다.

길가에서 걸인이 굻어죽어도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유죄다. 하물며 생때같은 어린 목숨들이 고작 성적 때문에 제 목숨을 아스팔트 위로 던져버려도 꿈쩍도 안하는 나라에서 사는 우리 모두는 지금 무기력하다.


선거로 사람을 잘 뽑자는 이야기도, 나만 잘 하면 된다는 말도, 결국은 그 무기력 속에서 희망도 출구도 없는 세상을 향한 헛발질에 불구하다. 무지와 무기력은 결국 권력의 타락을 부추기고 방조하는 일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오가는 정치권력이 내온 결과는 처참할 뿐이다. 모든 불행한 일은 언제나 외부의 적(대부분 북한, 때때로 중국) 때문이라며 외치는 보수 언론은 여전히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국 민의 충견이 아닌 권력의 충견 노릇을 하는 검경부터, 체제에 순화되어 법의 정의를 고민하기 보다 승진과 권력에 욕심을 부리는 판사들, 빈곤의 그늘을 키우기에 여념없는 부자들, 교육의 숭고한 가치를 버리고 지식 장사에 나선 사학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안주하며 자신의 욕심만 채우고 있는 정치가들. 이 모든 것들이 나와 당신이 만든 그 '성실'과 '희생'이 만든 댓가다.

권력을 탐해 그에 아부하거나 기생하려는 자들이 넘쳐나는 사회는 곧 전체주의 사회이며 파시즘 사회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무지에서 벗어나고 무기력을 깨지 않는다면 공포의 마왕이 하늘에서 내려와 모두를 집어삼키고 말 것이다. 끔찍한 미래를 막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무잇일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은 그 해답을 마련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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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책들의 도시 (특별판)
발터 뫼르스 지음, 두행숙 옮김 / 들녘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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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하면서 다시 책들을 정리했다. 이전에 아내와 책들을 합칠 때보다 더 정밀한 구분 작업을 했다. 시와 한국 소설 쪽은 출판사 별로 하거나 시리즈별로 해야 보기 좋게 정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보기에는 좋아도 실제적인 활용에서는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래서 작가 이름 순서로 정리해 보았다. 동일 작가의 작품들이 가지런히 배열되니 책을 보는 느낌이 다르다. 시에서는 신경림 시인의 시집이 7권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안도현, 김용택, 김남주의 순서를 나타냈다. 소설에서는 황석영의 소설이 5종으로 많았다. 이렇게 정리하다 보니 아내와 내가 둘다 가지고 있는 시집이나 소설이 몇권 나타났다. 교양과학과 역사(신화) 관련 책을 한칸에 몰았다. 경제와 환경 관련 서적도 일단 하나의 칸에 몰았다. 사회비평은 홀로 온전히 한칸을 몽땅 차지했다. 취미실용 중에 여행과 사진은 따로 칸을 마련해 두고 나머지는 함께 몰아두었다.

뿌연 먼지를 날리며 반나절을 꼬박 작은 방에서 그 작업을 했다. 잃어버렸던 책꽂이는 발견했지만, 역시나 정체모를 돈 따위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중복된 책들이 여러 권 발견됐다. 게다가 복잡한 책장에 자리가 부족한만큼 불필요한 책들을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방한구석에는 노끈에 단단히 묶인 책들이 쌓였다. 마치 중죄를 지은 죄인처럼 포박을 당한 체 쪼그라져 있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까워 보였다. 책들은 이제 형장, 아니 고물상에서 이슬을 맞으며 사라질 일만 남은 듯하다. 물론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책들은 그럴 운명으로 분류되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이 문제다. 만일 꿈꾸는 책들의 도시 부흐하임이 있다면, 그 도시의 지하 세계에서 산다는 그림자 제왕에게 보낼 수 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은 공룡 미텐메츠다. 이런, 사람도 아니고 공룡이 주인공이다. 아니 정정하자. 이 책의 주인공은 책이었다. 시종일관 책들은 주인공을 괴롭히고, 위기로 몰아넣고, 생명을 위협하며, 심지어 중독과 최면을 걸기도 한다. 책을 찾아 다니다가 지하 세계 깊숙한 곳까지 떨어지고 고대의 룬문자로 쓰여진 책들의 기운에 휩싸인채 책사냥꾼의 표적이 되어 도망다니다가 부흐링이라는 책을 먹는 종족도 만난다. 부흐링족이 책을 먹는다는 것은 인간들의 읽는 행위와 같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부흐링이라는 종족은 책을 읽어야 영양분을 흡수하고 배가 부르단다. 심지어 바로크 소설을 한꺼번에 세권을 읽은 어느 부흐링족 청년은 다이어트를 위해 수일간 하루에 시 3편만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튼 이런 세상에서 이야기의 주인공 미텐메츠는 대부의 유언대로 부흐하임에 왔다가 온갖 일들에 휩쌓인다. 그리고 마침내 잊혀진 책들의 지하세계, 그 곳의 왕 그림자 제왕과도 극적인 만남을 가진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은 어디까지 '책' 그 자체다. 책을 읽는 내내 책을 손에서 내려놓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장장 8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책은 충분히 나에게 마법의 주문을 외쳐 나를 지하세계로 질질 끌고 내려가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책을 즐기는 사람, 책을 사랑하는 사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이 책을 읽고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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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오름 2012-02-2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우연히 알게된 책인데 딱 제 맘에드는..ㅎㅎ 환타지, 세로운 세계, 거기에 합본 특별 양장판..+,.+ 아..읽구싶다..갖구싶다..리스트는 늘어만 가구..큰일이네요..ㅎ

구상나무 2012-03-07 17:14   좋아요 0 | URL
재미는 제가 보장합니다^^ 게다가 책에 대한 깊은 생각까지 덤으로 얻으실 수 있을 듯.
 
총 균 쇠 (무선 제작) - 무기.병균.금속은 인류의 운명을 어떻게 바꿨는가, 개정증보판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사상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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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 조건에 따라 우연히 획득된 부와 권력인만큼 겸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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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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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의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와 존엄성에 대한 내적 응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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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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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남자가 모래 속에 갇혔다. 아니 그는 납치 감금됐다. 그리고 거기서 하는 일이란 하루 종일 모래를 퍼담아 올리는 강제노역이다. 그 옆에는 그 전부터 모래를 퍼 담는 일을 해온 여자가 있다. 여자는 물론 감시원이 아니다. 남자를 반겨하며 함께 일할 동료쯤으로 여기는 듯하다. 갇힌 것도 억울한데, 이런 여자의 반쪽 역할을 해야 한다니 남자는 기가 막힐 법하겠다. 그래서 남자는 호시탐탐 모래 밖으로 나가는 계략을 꾸민다. 계략으로 꾸민다는 게 고작 꽤병부리기 ,거짓말하기, 여자 괴롭히기가 다다. 유치하고 치졸하기가 그지없다. 아무튼 그는 안해 본 게 없다. 그러다가 딱 한 번 모래 구덩이를 빠져나가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얼마 못가 잡히고 말았다. 잡히는 꼴도 우습게 되고 말았다. 모래늪에 빠져 죽기 직전인 상황이 되어 추격자들에게 살려달라 구걸하면서 잡힌 것이다. 물론 그 다음 질질 끌려 다시 처음의 그 구덩이에 버려졌음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원래 그가 이 마을에 찾아온 동기는 단순한 취미 생활에서 비롯됐다. 그는 모래에서 산다는 희귀한 벌레를 잡겠다고 귀한 휴가를 내어 바닷가 오지 마을을 찾아온 학교 선생에 불과하다. 그에게 작은 욕심이 있다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모래 속 벌레를 찾아내어 이름을 떨친다는 것. 그러나 그는 묘한 음모에 빠져 들어 하루종일 끈적한 모래 속에서 살아야 하는 지옥같은 일상에 갇히고 만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는 그에게 닥친 이 지루한 노동(모래 퍼담아 올리는 일)은 처음에는 살인 충동까지 불러올 정도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일하는 여자와 정분이 나고 여자는 임신까지 한다. 도망가겠다는 생각을 버린 것은 아니라면서 이 여자와 라디오를 사겠다는 작은 꿈도 키운다. 결국 켜켜이 쌓이는 일상이 모래만큼 무겁게 삶을 덮쳐왔던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모래에 파묻혀 버리는 모래구덩이처럼 우리의 일상도 조금만 게으름을 피우면 시간의 모래폭풍 속에 파묻혀 버릴 것이라는 경고일까. 아니면 본질을 잃어버린 노동의 무의미함에 대한 통렬한 경고일까. 흠, 그래 꿈보다 해몽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많은 모래들은 어디로 갔을까? 가만 보니 남자가 갇힌 그 동네는 모두가 이 모래로 먹고 사는 동네인 듯한데, 그렇게 퍼담은 모래가 어디로 갔을까? 그러고 보니 남한 땅 곳곳에서도 모래를 퍼담아 나르는 일이 한참이구나. 물론 바닷가가 아니라 강속이라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모래는 모래인데 이 남자나 저 청기와 밑에서 골 때리고 있을 그 남자나 삽질하는 것은 어찌 그리 똑같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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