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구름들이 무슨 색이지?" "그야, 하얀색이지요, 주인님." 그가 살짝 눈썹을 치켜 올렸다. "그래?" 나는 구름을 다시 보았다. "회색도 있네요. 눈이 올 건가 봐요." "자, 그리트, 넌 더 잘할 수 있어. 네가 다듬던 야채들을 생각해 봐라." "야채들이오, 주인님?" 그가 머리를 조금 움직였다. 그를 다시 짜쯩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내 턱이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네가 어떻게 흰색들을 분리해는지 생각해 봐라. 순무와 양파, 그것들이 같은 흰색이냐?" 갑자기 나는 깨달았다. "아니오. 순무는 흰색 안에 초록 빛깔이 있고, 양파는 흰색 안에 노란 빛이 있습니다." "그래, 맞았다. 이제 저 구름 속에 어떤 색깔들이 보이지?" "푸른색도 약간 있고요." 한동안 구름을 관찰한 후 나는 얘기했다. "그리고 ....... 음, 노란색도 있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초록색도 있네요!" 나는 너무 흥분해서 손을 뻗어 가리키기까지 했다. 살아오면서 내내 구름을 보아왔지만, 그 순간 처음으로 구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128쪽
"네 주인은 특별한 사람이야." 반 레이원후크는 계속 말했다. "그의 눈은 황금으로 가득 찬 방만큼이나 가치가 있지. 그러나 가끔은 그도 자기가 그랬으면 하는 세계만 보곤 해. 실제로 세상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야. 자기의 그런 시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초래할 결과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아. 그는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작품만을 생각한단다. 네 생각을 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너는 조심해야......." 반 레이원후크가 말을 멈췄다. 그의 발소리가 계단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무얼 조심해야 하나요?" 나는 속삭였다. "너 자신으로 남아 있도록 해라." 나는 턱을 들어올리며 물었다. "하녀로 남아 있으란 말씀입니까?" "그런 말이 아니야. 그의 그림 속에 있는 여자들...... 그 여자들을 그는 자기의 세계에 가둬놓고 있어. 너 역시 거기에서 길을 잃을 수 있어."-235쪽
"너도 알겠지만,"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림에는 그게 필요해. 진주가 반사하는 빛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림은 결코 완성되지 못해." 나도 알고 있었다. 나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이 너무 이상해서 그림을 오래 볼 수는 없었지만, 진주 귀고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즉시 알 수 있었다. 진주 귀고리가 없는 그림은 나의 눈과 입, 흰 슈미즈, 내 귀 뒤의 어두운 공간, 모든 것들을 따로따로 노레 했다. 진주 귀고리는 이 모두를 함께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으로 그림은 완성될 것이다. 하지만 그 진주 귀고리는 또한 나를 거리로 내몰 것이다. 반 라위번이나 반 레이원후크, 그 누구에게서도 그가 귀고리를 빌리지 않으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는 카타리나의 귀고리를 보았고, 내 귀에 달게 할 귀고리는 바로 그것이다. 그는 자기 그림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 때문에 초래될 다른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사용했다. 반 레이원후크가 내게 경고했던 점이기도 했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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