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젠가 우리는 모두 생활(수준)의 기준이 아니라 삶의 기준으로, 부(가진 것)의 척도가 아니라 나눔의 척도로, 표면적인 위대함이 아니라 내면적인 선함으로 평가될 것이다. -윌리엄 아서 워드

누군가가 그랬다, 성장은 본능이라고. 그렇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성장한다. 그러나 그 성장의 끝에는 반드시 소멸이 있다. 생성, 성장, 소멸 이 세 가지는 불변의 진리다. 이 책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는 그 중 성장과 소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경제신문의 한편에서는 오르내리는 환율과 주가와 함께 경제성장률이 어떻게 바뀔지 시시각각 전달한다. 도대체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계산하는지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같이 지면에 오르고 있는 경제성장률 수치는 마치 성장하지 않으면 곧 죽음이라는 마법의 주문 같이 사람을 현혹하고 있다.

그러나 정반대다. 빠른 성장은 오히려 소멸의 시간을 더 빨리 재촉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학자들이 지구 환경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지금 당장 자원의 소비를 줄이고, 환경과 생태를 고려한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그런 경고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지구환경은 이미 재앙의 혼돈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두 번 다시는 안 일어날 거라는 확신을 아무도 할 수 없는 현실이 무엇을 말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면 경제성장에 대한 환상은 이제 접어도 되지 않을까. 문제는 성장의 수치가 아니라 성장의 질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세상에 나온 것은 오래전 일이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저자는 국가와 폭력에 관해 알기 쉽게 정리해 주었다. 20세기 국가에게 절대 권력을 주고 교전권을 준 결과가 1, 2차 세계대전이며, 최근의 대부분의 분쟁은 국가와 자국민 사이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통해 과연 국가에게 전쟁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합당한지 묻고 있다. 그리고 결코 모두를 부자로 만들 수 없는 지금의 시스템을 지적하고, 빈부는 경제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의’는 경제적인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나아가 경제 제도를 민주화하기 위해 정치적인 민주화의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우리는 집단적 욕망과 개인적 두려움, 그리고 무기력 속에서 이명박 정부를 탄생시켰다.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는 우리에게 만원 한 장의 행복이 사라진 팍팍한 일상을 선물했고, 허약한 민주주의를 뒷골목으로 쫓아내고야 말았다. 인간이 가지는 최소한의 권리, 결코 물러서서는 안 되는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게다가 한반도 남쪽의 산하를 온통 공사판 먼지구덩이로 만들고야 말 태세다.

이런 불합리와 부정과 반인권, 반생태가 판치는 사회에 살고 있는 나는 지금, 밤 11시로 향하는 사무실에 앉아 이 글을 마무리 짓고 있다. 넘어오지 않는 교정지를 기다리고, 책에 들어가야 할 사진을 찾아야 하는 시간인데 오래 묵혀둔 책을 뒤적거리며 정리하는 지금이 그래도 행복하다.

문득 책을 덮었더니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람들을 위해 씌어졌다.

- 과로에 지쳐 있는, 혹은 노동 현장의 부자유에 불만을 느끼고 있는 (샐러리맨이나 사무직 여성을 포함하여) 노동자.

이 외에도 권하는 유형의 사람은 많지만 꽤 나를 자극하는 저 말은 맨 위에 첫 번째로 나온 문장이다. 아, 마지막 문장도 나에게 딱 맞다.

“왠지 모르게 위기감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막연하고, 분명히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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