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자와 죽은 자의 대화. 작가가 만들어 낸 환상의 이야기일까 비유적인 이야기일까? 환상이라면 슬프고도 아름답고 비유라면 처절하고 간절하다.

나는 눈을 감는다.

먼 서향 창의 블라인드 틈으로 점점 깊이 들어와 마침내 내 얼굴까지 다다랐던 열람실 복도의 햇빛이 생생해졌기 때문이다. 방금 읽은 숫자들 아래 낭자하게 흐르는 피를 단박에 휘발시키려는듯 찬란한 빛이었다. 눈이 부셔 자리를 옮기기 직전에 읽은 각주가. 한밤의 일에 대한 증언이었는데도 빛을 쏘고 있었던 것처럼 기억된 건 그 때문일 거다.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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