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도시 이야기 펭귄클래식 135
찰스 디킨스 지음, 이은정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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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베르사유 장미에 홀렸던 나. 그 후 프랑스 대혁명을 다룬 것이라면 어떤 매체든 환영. 이건 프랑스 대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 거기다 위대한 작가 디킨스의 솜씨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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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찾아서 - 노벨상을 수상한 위대한 천재 과학자 에릭 캔델의 삶을 통해 보는 뇌와 기억의 과학
에릭 R. 캔델 지음, 전대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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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생물학이라니? 언제 관심이나 가졌던가? 나는 내 기억이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지 의문을 지녀본 적이 없다.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과정이 어디에서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굼해 본 적이 없다. 사실 이 책에서 내가 기대한 건 기억의 생물학 또는 이른바 정신의 생물학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아니었다. 그런 지식들을 제공하는 책들은 넘쳐난다. 다른 두꺼운 책들에서 얻을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상당한 깊이의 지식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기대한 건 바로 '통찰'이었다. 노벨상을 수상해 과학자로서는 더 이상 이룰 게 없을 이 노학자가 자신의 인생과 학문을 어떻게 연관지어서 어떤 '통찰'을 보여줄지 알고 싶었다.

 

이 책을 읽을 결심을 한 건 에릭 캔델의 특이한 학문적 이력을 알고 나서다. 책을 주문하기 전 저자 약력에서 역사를 공부했다는 글을 보았고, 호기심이 일어 위키피디아에서 검색해 보니 학부에서 역사학과 문학을 공부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학부에서 역사학을 포함한 인문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과학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에릭 캔델의 글은 내가 오래전에 읽었던 과학자들의 지루한 글과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와우! 이 할아버지 글을 좀, 아니 엄청 잘 쓰신다! 원서를 보지 않아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문체가 단정하다. 여기엔 책을 술술 넘기게 하는 번역도 한 몫 했을 테다.

 

무엇보다 개인적 경험을 전문적 지식에 잘 녹여내는 솜씨가 발군이다. 책의 곳곳에는 역사가와 소설가로서의 면모가 드러난다. 어렸을 적 가정부와의 성적 접촉 경험이나 나치에게서 탄압을 받아 오스트리아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게 된 과정은 소설처럼 흥미롭게 읽힌다. 노벨상을 수상해 분자생물학계의 거인이 된 그는 자신의 업적을 과장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겸손을 늘어 놓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호기심이 이끈 긴 여행의 과정을 담담히 진술한다. 그의 연구 여정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자신에게 다음 연구를 할 수 있는 자극과 힘을 주었던 많은 사람들을 거론한다. 중진급 교수들은 물론이고 박사후 연구원, 석박사 대학원생의 이름까지 한 명 한 명 빼놓지 않는다. 다만 에릭 캔델이 자신의 지인들에 대해 언급할 때 서술이 조금은 지엽적으로 흐르는 건 이 책의 사랑스런 단점이라고 할 만하다.

 

자신의 학문을 인문학과 연관지어 서술하는 부분은 특히 인상적이다. 자신의 연구 결과를 철학의 오래된 문제인 '경험론과 합리론'과 연관지어 그 둘 각각의 타당성을 논증하는 부분(230쪽)은 탁월하다. 철학에서 찾을 수 없는 답을 생물학에서 찾은 것이다! 학습된 안정의 신경생물학적 특징을 탐구하면서 <안나 카레니나>의 첫문장 "행복한 가족들은 다 비슷한 반면, 불행한 가족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불행하다"를 떠올리는 대목(384쪽)은 어떻고. 특히 이 대목을 읽을 때는 <안나 카레니나>의 팬으로서 너무도 흡족했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효용은 내게 얼마나 따분하고 흔해빠지고 단조롭고 헛되어 보이는가!"라는 햄릿의 대사로 우울증의 임상적 특징을 요약하는 서술(394쪽)에 이르면, 보통 솜씨가 아니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인문학도들이여, 우리가 찾던 과학 책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받은 인상은 에릭 캔달이야 말로 통섭의 대가라는 것이다. 그는 그 당시로서는 전혀 무관할 것만 같았던 생물학과 정신분석을 연관지었다. 뇌에서 나타나는 생명 현상을 탐구함으로써 뇌의 구조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발견해 내어 정신분석에 이용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연구한 것을 인문학적 언어로 번역할 수 있는 능력도 넘치게 지니고 있다. 더구나 자신의 분야인 정신생물학과 아내 드니스의 분야인 사회학을 연결해 분자사회생물학을 개발하고 싶다니. 그 보다 더 사통팔달한 과학자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과학자라면 다른 영역에는 무지할 거라는 오랜 선입관이 깨지는 순간을 나는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에릭 캔델을 비롯한 생물학자들은 정신병, 기억상실 치료용 신약 개발 산업에 활발히 복무하고 있다. 신약 개발을 통해 많은 사람이 삶의 위기를 이겨낸 것은 고마운 일이다. 이것은 당연히 뇌에서 관찰되는 여러 전달 현상의 성격을 밝혀낸  에릭 캔델과 같은 생물학자들에 공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사람의 기억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가? 젊은이들이 대학입학시험 전에 기억 향상 약을 사는 것은 바람직한가?"(367-368쪽) 같은 윤리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러니까 기억의 생물학이 결코 생물학자들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이 책을 숙독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않을까?

 

적지 않은(주석과 참고문헌을 포함해 500쪽이 넘는) 분량에 압도되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데 망설이는 분을 위해 조금 더 끄적여 본다. 전문적 용어들이 많이 나오지만 조금만 인내를 지니고 읽으면 전체적 흐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책 뒷부분에 용어설명이 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사실을 말한다면, 나는 과학서적을 손에 놓은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중이다. 교양으로 배운 생물학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곧, 나 같이 과학과 안 친한 인간도 재밌게 읽었다는 말이다.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다음 번의 독서를 위해 남겨 두는 것도 이 책을 오래도록 읽을 수 있는 한 방법일 수 있겠다.

 

끝으로 이 책에서 너무나도 부러워 하며 읽었던 대목.

 

"나는 과학이 특히 미국의 실험실에서 지닌 독특한 점은 실험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에도 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국 실험실에서 학생과 선생은 평등했고, 잔인할 정도로 솔직하게 끊임없이 대놓고 의견과 비판을 교환했다. 그런드페스트와 퍼퓨라는 서로를 존중하고 실험의 설계에 참여했지만, 그런드페스트는 마치 다른 실험실에서 온 경쟁자인 듯이 도미니크의 데이터를 비판하곤 했다. 그런드페스트는 자기 자신과 도미니크의 실험에 대하여 최소한 다른 사람들의 실험에 대해서만큼 깐깐했다."(128쪽)

 

국내 상황을 미국과 비교하는 건 상투적인 일이 되겠지만,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스승을 흠모(하는 척해야)하고 따르(는 척 해야하)는 학생이 귀염 받는 한국의 대학원 사회에서는 목격하기 어려운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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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분노 (양장)
윌리엄 포크너 지음, 공진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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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영원의 아이 - 전2권 영원의 아이
덴도 아라타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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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최근 일어난 울산 계모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많아 깜짝깜짝 놀라며 읽었다. 그 어느 르포나 아동심리보고서 보다 울림이 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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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프로젝트 1 (양장 합본) 아케이드 프로젝트 1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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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절판될까봐 이번 기회에 구입했다. 인생에서 한 번은 마주하고 싶은 지성의 편린들을 만나게 돼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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