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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끝을 찾아서
이강환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평점 : 
마음이 답답할 때면 하늘을 본다. 하늘을 봐도 마음에 막힌 게 뚫리지 않을 땐 어떻게 할까. <인터스텔라>를 보고나서 그럴 때 우주를 늘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게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지만. 그래서 대신 나는 우주에 관한 책을 읽기로 했다.
'우주의 가속 팽창'. 저자가 계속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2011년 노벨물리학상을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한 세 천문학자가 받았다고 하는데, '우주의 가속 팽창'은 발견된 지 아직 채 20년도 안 된 천문학계의 성과다. 여기서 중요한 건 '팽창'이 아니라 '가속'이다. '우주의 가속 팽창'이 알려지기 전까지는 중력의 영향으로 팽창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고 생각해왔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우주가 왜 가속하는지를 '우주의 가속 팽창'을 발견한 이들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중력보다 더 큰 암흑에너지의 존재가 있다는 건 알게 됐지만, 그 정체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저자는 이 세기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발견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는지를 친절하게 들려준다.
가속 팽창하는 우주의 발견이 우리에게 무얼 해줬을까. 이 발견 덕분에 우주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점점 팽창하는 속도가 빨라치면 태양과 지구가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인간은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좀더 명확히 볼 수 있게 됐다. 그게 뭘 그리 대단한 거냐고?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사실 우주가 감속 팽창을 하건 가속 팽창을 하건, 또 그래서 지구와 태양이 흩어져 우주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온다고 해도, 그것은 아주 머나먼 미래일 뿐이다. 높은 적색편이 초신성 탐색 팀과 초신성 우주론 프로젝트 팀이 경쟁을 하다가 노벨물리학상을 사이좋게 받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강환 박사의 책에 매료되었다. 아직까지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대해 내 나름대로 엉뚱한 공상을 펼쳐보게도 된다. 무엇보다 우주의 미래를 아는 일이 설령 내게 쌀 한 톨 주지 않는다고 해도, 이 광대하고 아름다운 우주를 알지 못한 채 사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당장의 쓸모가 아닌 것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을 나는 늘 동경해왔다. 이 책에는 그런 천문학자들이 바친 열정의 역사가 나와 있다. 수십억년 후를 들여다보는 일이 내겐 여전히 아득하지만, 내게 그 아득함은 우주가 주는 묘한 아늑함과 구별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우주가 주는 아득함과 아늑함에 계속 머물러 있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