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0년간의 부동산일주 - 투자 백년지계를 세울 첫 공부
남혁진.박은우 지음 / 어바웃어북 / 2024년 1월
평점 :
재작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전세 사기 이슈는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런 일이 내게도 일어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 말이다. 전세보증보험이 유명무실해진 사건들을 보고 있자니, 두려웠다.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부동산 시장에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더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건 마치 뜨거운 사막에서 나침반과 물, 모자도 없이 걸어서 횡단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한국에 살면서 전세와 관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비롯해 부동산 시장 전반에 대한 기초적인 개념을 전혀 몰라서 목이 타는 나에게 <80년간의 부동산일주>는 그 갈증을 크게 해소해 주었다.
나에게 이 책이 매력적으로 다가온 가장 큰 이유로 부동산 투자 전반에 일어나는 위험성을 계속해서 경고하며 알려줬다는 점을 꼽고 싶다.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겐 어떤 위험을 피해야 할지 짚어주는 역할을 할 테고, 나와 같은 사람에겐 어떤 부분에서 임대차의 위험을 줄여볼 수 있는지 지뢰 제거하는 법을 알려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일타강사인마냥 구체적 수치를 들며 떠먹여 주는 척하는 부동산 투자 정보 대신 이런 책이 오히려 낫다고 본다. 책에도 적혀 있듯 부동산에 관련된 정보들은 개인에 따라 다르고, 지역에 따라 다르며, 정부와 시장 분위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본질을 파악하는 게 최신 투자기법을 하나 더 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저자들의 말에 동감하는 것도,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결국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 조건은 비슷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시장 전반의 개념과 본질을 체계적으로 이해한 뒤, 거시적 흐름을 보는 시야를 바탕으로 변화를 예측하는 눈을 기르고, 남들이 쉽사리 의식하지 못한 이점을 찾아내 투자하는 것,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눈을 부릅뜨고 줄을 그어가며 열심히 모은 정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등기부에 명확히 나타나 있지 않은 위험한 정보 및 '등기부에 표시되지 않으나 효력이 있는 권리'들이다. 책 전체에서 8가지 정도를 찾아냈는데, '대항력 있는(전입신고를 마친) 임차권'과 '유치권', '경매에 의한 소유권 변동'처럼 반복해서 등장하는 권리 외에 여러 가지가 있다. 사실 모든 임대인과 매도인이 다 정직하기만 하다면야 내가 등기부에 표시되지 않는 중요한 정보를 눈에 불을 켜고 정리하고 있을 이유는 없을 테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양심을 어디다 버렸는지 예비 임차인에게 위험한 정보를 숨기는 임대인, 그리고 위험한 정보를 숨기는 것도 모자라 주택을 이중 매매 하려는 매도인은 허다하다('보전가등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어디 그뿐이랴. 공인중개사 중 고객에게 해당 부동산에 존재하는 위험을 제대로 경고하지 않는 수준 미달의 중개사는 차고 넘치며, 아예 집주인과 결탁해 적극적으로 위험을 은폐한 사례도 여럿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임차인은 알아서 채권의 성격만 가진 임차권을 대세효를 가진 '물권'으로 강화해야 하고, 매수인은 해당 부동산을 정확히 파악해 거래에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 한가운데서 이런저런 큰 고난을 만나기 전에, <80년간의 부동산일주>라는 이런 알찬 기본서를 미리 만날 수 있어 무척 행운이다. 다만 전세보증보험 제도를 간략히 언급만 하고 그 허점에 대해서는 상세히 알려주지 않은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