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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 - 화폐와 금리부터 부의 축적 원리까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자본주의 수업
더나은삶TV(채수앙)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새로 출시된 옷, 새로 나온 스마트폰, 오늘 새로 선보인 음료,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 따끈한 신상품만큼 사람들의 가슴을 두근거리도록 하는 게 있을까. 하지만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의 저자 채수앙은 경고한다. 따끈따끈한 신규상장 주식만큼 위험한 건 없다고 말이다.
기업이 성공적으로 성장했다면 이들 기관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Exit)를 해야 합니다. (중략) 주식시장에 상장한다는 의미는 이미 앞에서 투자한 투자자들의 지분을 주식시장에 팔아치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언제 상장을 하려고 할까요? 매출과 이익이 피크를 찍거나 폭발적인 성장세가 마무리되었을 때쯤에 팔아치우려고 하겠죠. (중략) 왜냐하면 이전 투자자들이 주식을 제일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을 때이기 때문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은 평소 관심 있던 기업이 신규상장을 한다는 소식에 득달같이 달려들어 투자하지만, 그 이후부터 기업은 작은 악재에 큰 폭락을 거듭합니다.
- 본서 185쪽
으잉? 이제 막 상장된 으리으리하게 잘 나가는 회사 주식은 엄청 좋은 게 아니었던가? 저자는 모든 신규상장 주식이 폭락하는 건 아니지만, 함정이 많은 건 분명한 사실이니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단단히 일러준다. 주식이나 재테크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나는 <하루 3분, 꺼내 먹는 자본주의>를 읽는 동안 여러 번 고개를 끄덕이고 수없이 무릎을 쳤더랬다. 자본주의 사회체제 아래 살면서 재테크라면 예금이 전부인 줄 알 정도로 돈이나 경제에 대해 아는 게 너무도 없던 나는 -드디어- 경제학 입문 교양수업 같은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고, 이걸 읽기로 한 내 선택이 얼마나 잘한 것이었는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로 만족도가 큰 책이었다.
이 책은 크게 PART 6으로 나뉘어져 있다. 인류의 역사 중 자본주의가 발전되어 온 경제사를 통해 자본주의란 무엇인지 살펴보는 PART 1, 돈과 화폐의 역사를 훑어보며 돈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보는 PART 2, 신용 사이클을 통해 경제의 흐름과 정부 정책의 상호작용을 들여다보는 PART 3, 여러 금융상품과 투자 전략이 나와서 머리가 살짝 아플 뻔했던 PART 4, 처음엔 자기 계발 철학의 역사가 여기 왜 있을까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자본주의와 자기 계발 철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던 PART 5, 끝으로 부의 축적 원리 중 근본적인 사실들만 정리되어 있어 실속있게 느껴졌던 PART 6, 이렇게 총 여섯 개의 챕터로 알차게 채워져 있다.
역사적으로 패권국의 몰락에는 화폐가치의 하락이 반드시 동반되었다는 것은 -이 책 PART 1과 PART 2에서도 배웠듯-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 달러가 한가득 풀려있는데도 미국이 하이퍼인플레이션은커녕 굳건히 잘 살 수 있던 이유에는 페트로달러 체제를 비롯한 여러 비화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경제는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사이클로 움직인다거나, 돈을 밝히는 건 천박한 것이라는 나의 사고방식은 정착 농민적 화폐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증권사 광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했던 데다 은행에서 안전하다며 권하기도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상품은 한 번의 주가 휘청임만으로 원금을 통으로 날리는 몹시 위험한 조건부 상품이라는 점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도 모르고 있었을 사실이다.

사람들은 진짜 부자에게는 분명 배울 것이 있다고 여기며 추종하는데 여기에도 분명 위험이 존재합니다. 먼저 이들의 성공이 운에 의한 것인지 진짜 실력에 의한 것인지 증명되지 않습니다. 자산시장은 똑같은 매매 방법으로도 언제 진입했느냐에 따라 큰 부자가 되기도 하고 파산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중략)
포르셰, 한강 뷰 아파트를 보여주고, 슈퍼개미라며 통장을 보여주고 성공한 사업가라며 나를 현혹하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시기 바랍니다. 돈을 벌게 해준다는 값비싼 비밀문서, 비밀 모임, 비밀 노하우는 없습니다. 그들은 나를 부자로 만들어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이미 성공의 비법이나 관련 분야의 핵심 지식들은 가까운 도서관에 쌓여 있으며 모두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 본서 272~273쪽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조차 11세 때부터 투자를 시작해서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쉼 없이 공부하고 훈련을 거친 끝에 지금의 천문학적인 재산을 가지게 되었다. 배경지식 없이 나를 현혹하는 사람들의 지갑이나 채워주며 시작한 투자는, 그 끝이 분명 좋을 리가 없다. 저자가 계속해서 강조하듯 '세상은 늘 요동치고 변화하며,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늘 발생'한다. 빚투에 성공한 사람은 운이 좋아 상승 사이클을 잘 탄 것일 뿐, 이런 사람에 현혹되어 이제 상승 사이클이 변곡점으로 향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빚투를 시작하는 사람의 말로 또한 뻔하지 않은가.
자본주의의 본질 및 돈의 특성을 여러 분야에 걸쳐 짧지만 직관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이 책 덕분에 나의 경제관념이 +20 정도는 오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돈에 대한 감각을 조금씩 일깨워줬달까. 철저하게 정착 농민적 화폐관으로 살아온 내가 책을 다 읽어갈 무렵 '그래서, 위험해 보이는 투자 및 재테크를, 시작하는 게 과연 괜찮은 걸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여전히 머뭇거리고 있자, 저자는 이내 귀띔해준다. 도박을 두려워하면 부자가 되긴 힘들 거라고, 사업과 투자는 도박이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박을 두려워하면 부자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이다.
네, 그래요. 저도 이제 유목민적 화폐관을 탑재하기 위해 조금씩 노력해보겠습니다, 저자님. 세상 돌아가는 원리를 알려준 이 책의 저자에게 밥이라도 한 끼 사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