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최수철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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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난 뒤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는 '우로보로스'였다. 어째서 '우로보로스'가 떠올랐을까? 그것은 단순히 소설의 첫부분과 마지막의 첫부분이 같다는 이유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소설을 읽으면서 내내 나의 대뇌피질을 뚫고 들어오는 질문은 '왜 매미인가?'라는 것이었다. 왜 하필 매미인가? 땅 속에서 6-7년 동안 잠을 자다가 세상에 나와 6-7일 정도 밖에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는 그 생(生)의 가열함 때문인가? 온 몸으로 울어대는, 오로지 온 몸으로 울어서 생(生)을 소진시키는, 자신의 울음이라는 역동적 행위를 우주 끝까지 퍼뜨리는 생(生)의 자장 때문인가?

우선 나는 '매미'라는 제목을 붙이게 된 이유를 '생(生)의 가열함' 때문이라고 가정하기로 한다. 그리고 최근에 줄곧, 아직까지도 나를 지배하는 하나의 관념의 실체, 즉 '추방된 나'와의 마주함에서 오는 갈등과 소설의 주인공과 연결시켜 보기로 한다.

소설은 단 하루 동안에 주인공의 의식의 미분화를 보여준다. 자아의 들락날락거림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불도자의 끊임없는 환속일 수 있고, 공화국으로부터의 시인의 끊임없는 추방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의식의 '결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로보로스. 그 들숨과 날숨 사이에 우로보로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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