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래서 무의식의 둔감한보다는 의도된 악의쪽이 차라리 더 나을지도 몰라."-144쪽
진공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다는 실감을 줄 수 있는 달콤한 꿀이 필수적이다. ...공부나 일같이 매일 해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여름에는 일상의 청량제도 필요하다.-209쪽
수치심이야말로 인간이 경험하는 감정 가운데 가장 강력한 감정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지리상의 대발견은 대부분 그 시도를 포기했을 때 겪어야 하는 비웃음과 수치심을 염두에 두면서 자신을 채찍질한 결과로 이루어졌다.-17쪽
나는 남과 어울릴 때 그 사람과 이 '왠지 모르게'라는 감각에 바탕한 상호이해가 가능하냐 아니냐를 판단하여, 호흡이 맞지 않을 때는 나에게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 아니려니 하며 서서히 멀리하곤 했다.-30쪽
공적인 슬픔이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슬픔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이 견뎌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진정한 의미의 공적인 분노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분노나 슬픔을 불특정 다수의 동포와 나누어가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아름다운 환상에 불과하다. 아픔이란 우선 개인에 머물러 있음으로 해서 구체화되는 것이다.-65쪽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을 '왠지 모르게' 말하게 하여 상처를 드러내게 하는 인간은 무관심하고 냉담한 타인보다 위험한 존재가 아닐까?-94쪽
회사를 그만두고 더 이상 상사나 동료와 밥을 먹지 않고 친구도 안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다른 사람이 있기에 비로소 나는 지금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타인과 만나지 않으면 나는 무너져 내릴거다.-61쪽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은 상대의 마음을 예상하는 것과 다르다. 그저 온몸을 귀로 삼아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는 거다.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다만 자신들이 평균대 위에 있다는 것만 안다. 이해는 불가능하고, 오해만이 가능하다. 모른다는 사실을 더 깊이 확인하고 싶어서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113쪽
남녀 사이에도 우정은 샘솟는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우정을 지나치게 깨끗한 걸로 생각해서다. 우정이라는 건 친밀감과 질투와 에로스와 의존심을 믹서로 갈아 만드는 것이다. 당연히 끈적끈적하다. 연애 비슷한 것과 성가신 기분을 뛰어넘어 우정은 계속된다.-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