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보가 파스타를 만들 때면 나는 거름망에 남겨진 채, 다른 동무들은 테이블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접시 안에서 서로의 품에 얽혀 더운 김을 피워 올리고 있는 동안, 버려지고 잊힌 국숫가락 하나를 눈여겨보곤 했다. 사랑이 고통이었을 때의 내 심정이 바로 그 국숫가닥 같았다. 나는 먼저 싱크대로 가서 거름망을 살펴보지 않고는 절대로 파스타를 먹지 않았다. 헛되이 남겨진 채 어떻게든 위안을 찾아 저 혼자 말려 있는 그 국숫가닥을 내려다보다가 집어 들고 부드럽게 씹음으로써 사랑을 주지 않고는.-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