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포도주와 그의 포도나무들]신이 거룩한 것은 그가 불공평하고 무자비하면서도 버젓이 신일 수 있는 까닭이다. 불멸하는 신은 유한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부러워할지는 모르겠으나 그것 때문에 자기의 무궁한 힘을 부끄러워하진 않을 것이다. 신은 세상 이치를 통달해놓고도 고작 요망이나 일삼는 늙은이들과는 뻔뻔함의 수준이 다르다.-176쪽
"이야기 속에 나오는 건 이야기 속의 일인거야. 책 속에 나오는 사람이란 계속이란 게 없으니까 편하겠지만 말이야. 사람의 일생이란 건 쓸데없는 계속이 길어."-276쪽
"'친구는 인간에게 하는 최고의 존칭'이라더니 정말이군."-61쪽
그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다고 할 만큼 고마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놈만 없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형생 후회하는 경우도 있지. '키 퍼슨(key person)'이라고 하던가? 살아갈면서 만나는 사람 중에 누가 그런 키 퍼슨인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무서운 부분이라오.-240쪽
내 소유의 땅보다는 이 세상 한구석이라도 더 내발로 밟아보는 것에 애착이 갔고, 낯익은 풍경보다 이국적인 풍광들이 더 정답게 느껴졌다.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49쪽
과거 식민지 국가를 찾은 저 노부부들은 그들의 옛 영화를 고스란히 되뇌이고 있는 걸까? 단 한 번도 마이너 역사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것일지 자뭇 궁금하다.-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