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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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기 입이 너무 싼 대가로 삶을 망친 한 남자가 있다. 50여생을 후회할 거리들로 채워간 한 남자의 이름은 쩡광셴이다. 광셴廣賢이란 이름과는 너무도 어울리지 않게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현명하기는 커녕 누가 봐도 어리석다 싶은 결정들을 하고 만다. 그리고 어리석은 결정의 결과는 언제나 폭풍 후 남은 잔해처럼 너덜너덜 망신창이가 된 자신을 탓하는 일뿐이다.

 

그가 일으킨 주요 사건 몇 가지를 좀 살펴 볼까. 소년 시절 아버지를 고발해 두 차례나 비판 투쟁 대회 대상자로 만들어 버린다. 아버지의 외도를 어머니에게 속살거려 어머니는 집을 나가게 된다. 직장 상사에게 추행당하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이게 된 어머니는 결국 자살하게 된다. 또 자기를 좋아하는 괜찮은 여자 아이를 무심히 떠나 보내는가 하면, 동물과 수간한 친구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자살하게 만든다. 자기 자신도 자신의 세 치 혀 때문에 무지막지한 고생을 하게 된다. 강간범으로 누명을 써서 10년간 옥살이를 하게 되고, 자신의 옥바라지를 했던 지고지순한 여자를 놓치고, 가짜 결혼 증명서에 놀아남은 물론 국가에서 돌려준 조상때부터 내려온 큰 창고마저 지키지 못하고 어렵게 살게 된다. 결국 그는 결혼은 커녕 동정도 떼지 못한 채 50여년이란 긴 세월을 흘려 보내고 만다.

 

이 소설에는 문화대혁명이란 거대한 역사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광셴이 10년 옥살이를 하는 동안 세상은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그가 옥살이를 해야 했던 원인이 된 일이 10년이 지난 후 그가 출소한 세상에서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돼 버렸다. 어찌 보면 굉장히 억울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혼란스러운 시대 흐름 속에서 어떤 게 옳은 결정인지 천성이 무르고 착한 그로서는 판단하기 힘든 일들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모습에 우리 자신의 모습이 겹쳐진다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내용만 보면 굉장히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소설은 굉장히 가볍다. 무겁게 흐를 수도 있는 내용을 작가 나름대로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그런데 그 익살스러움이 배를 잡고 웃게 만들 정도의 익살은 아니라는 느낌이다. 나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별로 웃지 못했다. 그저 주인공의 행태가 안타깝고 답답하기만 했을 뿐이다. 후회할 인생을 살지 않아야지,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지, 정도의 교훈을 얻었을 뿐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식물인간이 돼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그의 어리석음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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